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제단의 시험

49화: 제단의 시험
바스락거리는 검은 안개 너머, 숲의 최심부에 도달하자 더 이상 안개늑대나 가시 괴수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사방은 기묘할 정도로 정적에 휩싸여 있었고, 그 침묵의 한가운데에 고대 로마의 신전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잿빛 석조 구조물이 우뚝 솟아 있었다. 사각 기둥들이 정교한 원형을 그리며 늘어선 그곳이 바로 전직 서가 가리킨 ‘철혈의 고대 제단’이었다.
[알림: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Lv.39 -> Lv.40)]
- 2차 전직 가능 하한 레벨(Lv.40)에 도달하셨습니다!
- 영혼의 그릇이 확장되어 고대 제단의 유산을 완벽히 수용할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하아…… 드디어 40레벨이군.”
지한은 길게 숨을 내쉬며 자신의 능력치 창을 띄웠다.
그레이 아이언 광산 내부의 골렘들과 검은 안개 숲을 샅샅이 청소하며 얻은 경험치는 지한을 40레벨의 고지로 빠르게 이끌어 주었다. 이제 남은 것은 제단의 마지막 시련인 에너지를 성공적으로 해체해 영혼에 각인하는 것뿐이었다.
“지한 형님, 제단 주변에 심상치 않은 마력 장벽이 쳐져 있습니다. 그리고…… 기둥 그늘 밑을 보십시오.”
크리스가 칼끝으로 제단의 입구 양옆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굳건한 석상처럼 서 있던 두 마리의 거대한 금속 보초병들이 붉은 안광을 부릅뜨며 천천히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철혈의 고대 백부장 (Iron-Blood Centurion) - Lv.42]
- 수량: 2마리
- 등급: 정예 (Elite)
- 설명: 고대 철혈 기지의 최상급 방어 기계입니다. 한 손에는 거대한 타워 쉴드를, 다른 한 손에는 마도 전류가 흐르는 대검을 쥐고 침입자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합니다.
“42레벨 정예 몬스터가 두 마리나 동시에 작동하다니…… 장난이 아니겠는데요.”
크리스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방패를 치켜들었다.
“내가 정면의 백부장 하나를 무력화할 테니, 너희는 다른 한 마리의 어그로를 끌며 버텨라. 3분만 시간을 벌어줘.”
“알겠습니다, 형님! 방패병들, 우측 백부장에게 어그로 집중! 마법사들은 지면 둔화 주문 투척!”
크리스의 명령과 함께 아스트라페 길드원들이 우측 백부장을 향해 달려들었다.
지한은 곧장 좌측 백부장을 향해 질주했다. 어깨 위에 둥둥 떠 있던 드론 아이리스가 맹렬히 회전하며 백부장의 거대한 타워 쉴드 뒤쪽, 마력 구동 엔진의 연결부를 실시간으로 스캔해 올렸다.
[아이리스 약점 스캔 결과:]
- 타워 쉴드 연결 조인트부의 마력 부하율 85%
- 백부장의 주 동력로는 등 뒤의 척추 실린더선에 위치.
“방패 뒤에 숨어봤자 아무 소용없어.”
지한은 달리면서 오른손의 아스트라페 뼈칼을 꺼내 들었다. 백부장이 지한의 접근을 알아채고 거대한 마도 대검을 내리쳤다.
콰아아앙-!
지한이 서 있던 대리석 바닥이 처참하게 쪼개지며 번개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지한은 백부장의 내리치기 후딜레이 찰나를 놓치지 않고, 가볍게 날아올라 백부장의 거대 타워 쉴드 모서리를 딛고 도약했다.
“결 해체!”
서어억-!
아스트라페 뼈칼의 칼끝이 백부장의 방패 고정용 유압 기어 틈새를 슥 긁자, 지탱하고 있던 거대한 방패가 툭 꺾이며 바닥으로 쿵 떨어져 내렸다.
“크르르릉…… 방패 기능 상실. 강제 도검 전력 집중.”
백부장의 목구멍에서 붉은 전류가 지직거렸다. 녀석은 남은 대검을 양손으로 쥐고 지한을 향해 회전 횡베기를 날려왔다. 대검날을 따라 방출되는 전자기 칼바람이 지한의 옷깃을 쓸었다.
“의수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지.”
지한은 공중에서 자신의 왼팔, [철혈의 마도 공학 의수]를 전방으로 쭉 뻗었다.
철커덕! 콰아아아아-!
“철혈의 폭주 (Overdrive)!”
[마도 공학 의수의 강제 200% 출력이 가동됩니다!]
- 10초 동안 동력 출력이 극대화되며, 공성포 충전 시간이 0초로 단축됩니다!
지한의 손바닥 중앙에 박힌 적색 마도 동력로가 눈이 멀 정도로 찬란한 백적색 광채를 내뿜었다.
피이이이잉- 콰과과과광-!
첫 번째 마법 공학 공성포가 백부장의 대검을 정면으로 강타해 박살 냈다. 백부장의 자세가 무너지자마자 지한은 0.5초의 간격도 없이 곧바로 두 번째 공성포를 이마의 붉은 렌즈에 직격시켰다.
콰아앙-!
“끄오오오……!”
단 두 방의 오버드라이브 공성포 격타에 42레벨 정예 백부장의 상반신 장갑판이 걸레짝처럼 찢겨 나가며 내부의 톱니바퀴들이 훤히 드러났다.
지한은 과부하로 연기를 내뿜는 의수를 추스르며, 은백색의 아스트라페 뼈칼을 쥐고 백부장의 드러난 척추 주 동력선으로 도약했다.
“마지막 결이다.”
서가각-!
뼈칼 끝날이 동력선 3가닥을 깨끗하게 그어 내렸다. 동결 한기 폭발이 일어나며 백부장의 거대한 육체가 한순간에 멈춰 섰고, 이내 산산조각 난 쇳가루가 되어 무너져 내렸다.
[Lv.42 철혈의 고대 백부장 해체에 성공하였습니다!]
[경험치 75,000을 획득하였습니다.]
지한은 숨을 몰아쉬며 우측을 바라보았다. 크리스 파티가 42레벨 백부장의 맹공에 밀려 방어선이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지한은 오버드라이브 여파로 왼팔 의수가 잠시 먹통이 된 상태였지만, 오른손의 아스트라페 뼈칼을 고쳐 잡고 즉시 우측 몬스터에게 쇄도했다.
“결 해체!”
뒤에서 기습적으로 날아든 지한의 뼈칼날이 우측 백부장의 목덜미 연결 고리를 강하게 긁고 파고들었다. 지한의 합세로 전세는 단숨에 뒤집혔고, 1분 뒤 남은 한 마리의 백부장마저 차가운 강철 더미로 화해 쓰러졌다.
“하아…… 하아…… 진짜 살았습니다. 방패 내구도가 5% 남았었네요.”
크리스가 바닥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내쉬었다.
“수고했다. 이제 제단으로 간다.”
지한은 백부장의 시체에서 획득한 전리품들을 신속히 해체해 인벤토리에 넣은 뒤, 제단 중앙의 둥근 석판 단상 앞으로 다가갔다. 석판 단상에는 톱니바퀴 모양의 마력 회로들이 정교하게 인그레이빙되어 있었고, 그 회로들의 중심에서 거대한 백색 마력 기둥이 하늘을 향해 치솟고 있었다.
[전직 퀘스트 - 시련 3 진행 안내]
- 고대 제단의 마력 중심점에 손을 대어 에너지를 ‘해체 흡수’하십시오.
- 주의: 해체 진행 중 가해지는 강력한 마력 부하를 영혼의 내구도로 견뎌내야 합니다.
지한은 떨리는 손을 뻗어 세차게 소용돌이치는 백색 마력 기둥에 밀어 넣었다.
콰아아아아아-!
손끝이 마력 기둥에 닿는 순간, 지한의 뇌리가 하얗게 점멸했다. 영혼의 밑바닥을 통째로 쥐어짜는 듯한 맹렬한 고열과 고압이 전신을 엄습했다.
“끄, 윽……!”
지한의 목구멍에서 억눌린 신음이 새어 나왔고, 그의 온몸을 감싼 핏줄들이 붉은 마력빛으로 격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2차 전직의 마지막 각성의 순간이, 검은 안개 숲의 잿빛 신전 위에서 뜨겁게 끓어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