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데우스 엑스 마키나

45화: 데우스 엑스 마키나
돔형 제어 타워의 꼭대기, 수십 가닥의 마력 전선에 얽매여 있던 거대한 강철 거신이 마침내 무겁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스으으으-.
거신의 이마에 박힌 거대한 외눈 렌즈가 붉은빛을 발산하며 사방을 훑었다. 기지 바닥을 타고 흐르는 전류의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찔렀고, 거신의 등 뒤에 달린 여러 개의 기계 팔들이 날카로운 기계음을 내며 가동되었다.
[철혈의 수호 군주 - 데우스 엑스 마키나 (Lv.45)가 깨어납니다.]
[시스템 경고: 보스의 봉인이 전면 해제되었습니다. 영역 전체에 강력한 ‘전자기 폭풍’이 불어옵니다!]
파지직! 콰르릉!
보스의 안광이 켜짐과 동시에 기지 전체가 푸른색 스파크로 번쩍였다. 마법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공기 중에 가득 찬 자기장 마력 때문에 주문 시전은커녕 들고 있던 지팡이의 보석조차 먹통이 되어버렸다.
“크리스, 보스의 시선을 끌어라! 기계 팔들의 공격 루트는 좌우 대각선이다. 어그로는 무조건 5초 간격으로 교대해!”
지한은 침착하게 명령을 하달하며 바닥을 박차고 달렸다.
그의 눈가에 밀착된 [마법 공학 감지 고글]이 쉴 새 없이 회전하며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거대한 동력 구조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45레벨의 보스답게 마도 배선은 일반적인 몬스터들과 달리 실시간으로 꼬이고 형태를 바꾸는 가변식 회로(Flexible Circuit)를 취하고 있었다.
‘가변식 회로라…… 과연 보스 몬스터답군. 하지만 제아무리 움직여도 에너지가 모이는 중심점은 바꿀 수 없다.’
지한은 달리는 도중에도 고글의 정밀 시야를 통해 보스의 가슴 중앙에 박힌 거대한 푸른 코어 주변의 마력 흐름을 주시했다. 코어를 보호하는 다중 톱니 구조의 철갑판이 3겹으로 가로막고 있었다.
“덤벼라, 쇳덩어리!”
크리스가 방패를 바닥에 찍으며 보스의 정면으로 나섰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거대한 강철 팔 두 개가 허공을 가르며 크리스를 향해 사정없이 내리쳐졌다.
쾅-!
“크윽……!”
크리스의 몸이 뒤로 밀려나며 대리석 바닥에 긴 흔적을 남겼다. 방패의 내구도가 한 번에 15%가 깎여나가는 무시무시한 공격력이었다. 뒤이어 보스의 어깨에 장착된 소형 마도포들이 일제히 지한을 조준했다.
슈슈슈슈슉-!
강철 바늘 같은 번개 미사일들이 쏟아져 내렸다.
지한은 몸을 비틀며 레일 사이를 구르고 기둥 뒤로 숨어 미사일들을 아슬아슬하게 회피했다. 미사일이 폭발할 때마다 강철 기둥들이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폭풍이 휘몰아쳤다.
“마법사들은 마법을 쓰려고 하지 말고, 기계들의 작동을 방해하는 보조 스크롤만 찢어라! 방패병들은 크리스의 좌우를 엄호해!”
지한은 지체 없이 왼팔의 [파멸의 마법 공학 의수]를 앞으로 내밀었다.
철혈 기지의 전자기 자기장 버프 덕분에 의수의 충전 속도는 1.5초에서 1.2초로 대폭 단축되어 있었다. 붉은 마력이 손바닥 중앙의 마도포 구멍으로 맹렬히 회오리치며 압축되었다.
“마법 공학 공성포 (Mana Cannon)!”
쿠구구구- 쾅-!
보스의 가슴 장갑판을 향해 뿜어져 나간 극도의 마력 포격이 기지 공기를 찢고 직격했다.
엄청난 대폭발이 일어났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상체가 뒤로 크게 젖혀지며, 가슴을 가로막고 있던 1차 강철 장갑판이 완전히 녹아내려 붉은 쇳물처럼 흘러내렸다.
“크르르르…… 오염원 제거 지연. 최대 출력 가동.”
보스의 목구멍에서 기계 합성음이 울렸다.
보스의 이마 렌즈가 급격하게 부풀어 오르더니, 차원이 다른 백색 마도 레이저를 방출할 준비를 시작했다. 돔 천장 전체가 백색의 방전 전류로 가득 찼다. 보스의 궁극기 패턴이었다.
“전원 회피해! 무조건 기둥 뒤로 숨어라!”
지한이 목청껏 외쳤다.
하지만 보스의 백색 광선은 기지의 모든 기둥을 뚫어버릴 듯한 파괴력을 모으고 있었다. 피할 곳은 없었다. 오직 광선이 방출되기 직전, 레이저의 발진 회로를 강제로 끊어놓는 방법뿐이었다.
지한은 뼈칼 [아스트라페]를 움켜쥐고 정면으로 도약했다.
보스의 기계 팔이 지한을 쳐내기 위해 채찍처럼 날아왔다.
“결 해체!”
공중에서 아스트라페 뼈칼의 은백색 날이 허공을 슥 긁자, 날아오던 기계 팔의 팔꿈치 관절 연결 유압선이 깨끗하게 해체되며 힘없이 툭 떨어져 내렸다.
스어어억-!
지한은 무력화된 기계 팔을 딛고 보스의 가슴팍으로 직접 도약했다.
눈앞에 백색 광선을 발사하려는 보스의 이마 렌즈가 다가왔다. 백색 광선이 방출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단 0.5초.
[구조 정밀 투시 발동.]
- 타겟: 이마 레이저 제어 발진로 (Emission Node)
- 결의 위치 파악 완료.
“베어낸다.”
지한은 아스트라페의 칼끝을 백색 마력이 미친 듯이 응축되고 있는 보스의 미간 틈새에 밀어 넣었다. 마력의 압력으로 뼈칼을 잡은 지한의 손목이 툭툭 떨렸지만, 그의 정밀한 손길은 단 1밀리미터의 흔들림도 허용하지 않았다.
서걱-.
“가동 정지 (Deactivation).”
콰르르릉!
이마 렌즈에서 방출되려던 거대한 백색 에너지가 미간 사이의 제어선이 베여 나가자 갈 곳을 잃고 내부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보스의 머리 부분이 펑 소리를 내며 검은 연기를 뿜어냈고, 보스의 상체가 크게 휘청이며 무력화 상태(Stun)에 빠졌다.
[경고: 보스가 10초간 ‘과부하 오작동(Overload)’ 상태에 빠집니다!]
[보스의 모든 방어력이 80% 감소합니다.]
“지금이야! 코어를 박살 낸다!”
지한은 보스의 어깨 위에 올라탄 채, 가슴속 깊이 박혀 있는 푸른색 마도 코어로 뼈칼을 들이밀었다. 가슴 장갑은 이미 공성포에 의해 반쯤 으스러져 있는 상태였다.
[마력 해체 가동.]
- 대상: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철혈 마도 핵심 코어 (Lv.45 보스 코어)
- 해체율: 20%... 50%... 80%...
“크어어어…… 보존 프로토콜…… 시스템 에러……”
보스의 붉은 렌즈가 격렬하게 깜빡이며 최후의 발악으로 지한의 몸을 으스러뜨리려 남은 기계 팔들을 뻗어왔다.
“어림없다!”
아래에서 대기하던 크리스가 방패 투척 기술을 사용해 날아오던 기계 팔들의 궤도를 틀어막았다.
깡-! 콰직!
그 짧은 찰나의 엄호 덕분에 지한의 뼈칼 끝날이 푸른 코어의 심장부에 가 닿았다.
“이것으로 끝이다.”
지한은 아스트라페 뼈칼을 힘껏 밀어 넣으며 손잡이의 트리거를 당겼다.
“결 해체 폭발 (Flow Burst).”
콰아아아앙-!
보스의 심장에 박혀 있던 푸른 코어에서 거대한 마도 한기 폭발이 일어나며, 코어 주변의 미세한 마력 파이프들이 유리처럼 얼어붙어 사방으로 비산했다.
스으으으으-.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거대한 강철 육체가 힘을 잃고 서서히 아래로 주저앉았다. 이윽고 엄청난 빛의 먼지가 되어 허공으로 흩어지며 대량의 전리품이 바닥으로 장엄하게 떨어져 내렸다.
[Lv.45 철혈의 수호 군주 - 데우스 엑스 마키나 해체에 성공하였습니다!]
[경험치 180,000을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Lv.36 -> Lv.37)]
[최초 처치 업적: ‘철혈 기지의 정복자’ 칭호를 획득하였습니다.]
[골드 15골드를 획득하였습니다.]
지한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보스의 시체가 남긴 전리품 자리에 착지했다.
바닥에는 찬란한 푸른빛을 뿜어내는 정교한 금속 큐브와, 톱니바퀴 문양이 새겨진 낡은 양장본 서적이 놓여 있었다.
[철혈의 고대 핵심 코어 (영웅)]
- 설명: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심장에서 추출해 낸 완벽한 형태의 마도 핵심입니다. 마법 공학 기기 제작 및 마법 공학 해체사의 전직 전용 재료로 사용됩니다.
[마법 공학 해체 마스터의 비서 (2차 전직 퀘스트 서적)]
- 등급: 전설 (Legacy)
- 조건: 레벨 40 이상, 마법 공학 해체사 클래스 보유.
- 설명: 고대 철혈 기지의 유산이 담긴 설계서입니다. 해체사의 한계를 시험하는 퀘스트가 담겨 있으며, 완수 시 2차 전직 클래스인 ‘마도 철혈 해체사’로 각성할 수 있습니다.
“드디어…… 2차 전직의 실마리를 잡았군.”
지한은 떨리는 손으로 전설 등급의 전직 서적을 품에 넣었다.
그레이 아이언 광산의 밑바닥을 지배한 지금, 그의 앞에는 단순한 게임 머니 획득을 넘어 아르카디아 대륙에서 제국을 위협하는 독자적인 세력으로 군림할 미래가 그려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