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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44화

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유실된 철혈 기지

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44화: 유실된 철혈 기지

어둠이 짙게 깔린 수직 갱도는 마치 밑바닥을 알 수 없는 심연처럼 아래로 끝없이 뻗어 있었다.

지한은 허리에 감은 생명줄에 의지한 채 천천히 하강했다. 펠릭스 백작가의 경비 기사들과 크리스를 비롯한 아스트라페 길드의 최정예 요원들이 그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갱도 벽면을 스쳐 지나가는 공기가 점점 차갑고 축축해졌다.

“지한 형님, 아래쪽에서 느껴지는 마력의 밀도가 일반적인 던전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이 정도면 단순한 광산이 아니라 영웅 등급 이상의 히든 던전에 맞먹는 수준인데요.”

크리스가 로프를 잡고 하강하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깃들어 있었다.

“단순한 던전이 아닐지도 모르지.”

지한은 눈가의 [마법 공학 감지 고글]의 조율 다이얼을 한 바퀴 돌렸다. 고글의 시야가 깊은 어둠을 뚫고 수직 갱도의 밑바닥을 투시하기 시작했다. 약 100미터 아래의 밑바닥 공간이 선명한 붉은색 와이어프레임 구조로 드러났다.

평범한 동굴의 형태가 아니었다. 기하학적으로 완벽한 사각형 모양으로 깎인 석재 바닥과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선 거대한 금속 기둥들. 그리고 기둥 사이로 뻗어 나가는 거미줄 같은 마도 배선들이 고글의 격자선 너머로 잡혔다.

‘고대 마도 제국의 유적지인가?’

마침내 지한의 발이 갱도 밑바닥의 단단한 철제 발판에 닿았다.
착지와 동시에 사방에서 푸른색 마도 등불들이 스르릉 소리를 내며 차례대로 켜졌다. 그 빛이 밝혀낸 공간의 전경에 일행은 약속이나 한 듯 숨을 들이켰다.

그곳은 광산의 하부라기보다는 거대한 현대식 기계 공장을 방불케 하는 철혈 기지였다. 녹슨 레일이 사방으로 뻗어 있었고, 거대한 프레스 기계와 용광로처럼 보이는 금속 실린더들이 벽면에 촘촘히 박혀 있었다. 세월의 흐름으로 녹이 슬고 먼지가 쌓였지만, 그 기괴할 정도로 정교한 마도 공학 시설들의 위용은 여전했다.

[시스템 메시지]

“대박이네…… 이런 곳이 제국 국경 아래 묻혀 있었다니.”

크리스가 멍하니 사방을 둘러보았다.

“골드 스파이더 상회 녀석들, 광산 입구를 봉인한 게 아니라 감당할 수 없는 기술의 무덤을 통째로 숨겨둔 거였군.”

지한은 바닥에 뒹구는 거대한 기계 파편으로 다가갔다. 한때 수호 기병으로 쓰였을 철제 장갑판이 반쯤 찢겨나간 채 방치되어 있었다. 지한은 아스트라페 뼈칼을 뽑아 시체 조각에 손을 얹었다.

“마력 해체.”

스으으-.

기계 파편이 은은한 빛으로 분해되며 지한의 손끝으로 스며들었다.

[정밀 해체 성공!]

“이런 넝마 부품조차 희귀 등급이 나오는군. 노다지라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이지.”

지한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현실의 빚을 완전히 다 털어냈기 때문에 이제 얻는 수익은 전부 오롯이 지한 자신의 순수한 자산이자 길드의 운영 자금이 된다. 106골드의 여유 자금에 이어, 이곳의 마도 기계들을 통째로 해체해 팔아치운다면 상상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골드를 손에 쥘 수 있을 터였다.

그때였다.
거대한 기지 깊은 곳에서 철커덕- 하는 무거운 마찰음이 울렸다.

쿵! 쿵! 쿵!

거대한 발자국 소리가 레일을 따라 울려 퍼졌고, 이어서 벽면에 설치된 붉은색 경보등들이 격렬하게 깜빡이기 시작했다.

삐-! 삐-! 삐-!

[경보: 철혈 기지의 방어 프로토콜이 가동되었습니다!]
[경비 기계 군단이 침입자 격퇴를 위해 출격합니다.]

기지 안쪽의 거대한 격납고 문이 열리더니, 수십 마리의 기계 생명체들이 쏟아져 나왔다. 네 발로 달리는 강철 사냥개 형상의 경비견 기계들이었다.

[철혈 경비 사냥개 (Iron-Blood Sentinel Hound) - Lv.32]

“마리 수가 너무 많습니다! 방패병들! 좁은 골목길 레일로 후퇴해서 저지선을 구축하세요!”

크리스가 다급하게 명령을 내렸다. 길드의 딜러들과 마법사들이 공격 주문을 준비했지만, 고대 마도 자기장의 영향으로 마법 캐스팅 속도가 현저히 느려져 있었다. 사냥개들은 순식간에 저지선 앞까지 접근했다.

“당황할 것 없다. 내가 길을 열지.”

지한이 앞으로 치고 나갔다. 왼팔의 [파멸의 마법 공학 의수]가 웅장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자기장 효과로 인해 의수의 동력로가 평소보다 15% 더 빠르게 빛을 뿜어냈다.

윙-! 철컥!

“마법 공학 공성포 (Mana Cannon)!”

쿠과과과과광-!

좁은 철도 레일 위로 뿜어져 나간 화염과 충격파의 소용돌이가 달려들던 사냥개 5마리를 단숨에 관통했다. 폭발적인 화염 속에 고열로 달아오른 철제 파편들이 비산했고, 사냥개들은 순식간에 뼈대만 남은 채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크르르릉!”

화염을 뚫고 우회한 세 마리의 사냥개가 지한의 좌우측 사각지대를 노리고 공중으로 도약했다. 사냥개들의 강철 턱에서 푸른 전류가 지직거리며 뿜어져 나왔다.

지한은 눈가의 고글을 살짝 만지며 극도의 집중 상태로 들어갔다. 고글 너머로 공중에 떠 있는 사냥개들의 가슴 부위, 충격기 전원 배선이 붉은색 점선으로 느리게 깜빡였다.

‘너무 잘 보이는군.’

지한은 도약하는 사냥개들 사이로 미끄러지듯 슬라이딩했다. 바닥의 먼지를 쓸며 뼈칼 [아스트라페]를 가볍게 휘둘렀다.

스윽- 스윽- 슥!

찰나의 순간에 세 번의 칼질이 가공할 속도로 허공을 갈랐다.

쩌어억-! 콰과광!

공중에서 전기 충격 회로의 결이 정확하게 베어나간 사냥개들이 전력을 잃고 바닥으로 사정없이 추락했다. 충격의 여파로 가슴에 서려 있던 냉기가 폭발하며 바닥에 얼어붙은 철제 파편으로 분산되었다.

[결 해체 효과 발동! 기계의 전기 제어 장치를 무력화했습니다.]
[경험치 12,000을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 12,000을 획득하였습니다.]
[경험치 12,000을 획득하였습니다.]

지한은 착지와 동시에 사냥개의 대열 중앙으로 파고들었다. 뒤따르던 아스트라페 길드원들도 지한이 만들어낸 균열을 놓치지 않고 맹공을 퍼부었다.

“전사들, 돌격! 기계들이 얼어붙은 틈을 타서 박살 내라!”

크리스가 지한의 등 뒤를 엄호하며 사냥개들의 머리를 강타했다. 마법사들의 마나 캐스팅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지한이 매번 골렘이나 사냥개의 코어 라인을 한 번에 도려내어 전투 불능으로 만들었기에 아스트라페 길드원들은 손쉽게 몬스터들을 소탕할 수 있었다.

불과 3분도 채 되지 않아 24마리의 경비 사냥개 군단이 완벽하게 전멸했다. 바닥에는 쓸 만한 철제 부품들과 고대 마도 주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휴…… 정말 지한 형님의 해체 속도와 파괴력은 볼 때마다 질리는군요. 탱커들이 방패를 들 필요도 없겠습니다.”

크리스가 땀을 닦으며 혀를 내둘렀다.

“기계 몬스터들에게는 해체사가 극상성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지한은 숨을 고르며 쓰러진 사냥개들의 잔해 위에 서서 뼈칼을 움직였다.

“마력 해체.”

[경비 사냥개 잔해 정밀 해체 완료!]

“전부 최고급 제작 재료들이다. 대도시에 내다 팔면 개당 몇 십 실버는 족히 받을 수 있겠어.”

지한은 수확한 전리품들을 길드 창고와 자신의 인벤토리에 나누어 담았다. 그리고 고글의 반응을 보며 기지 깊숙한 내부 중앙 통제실로 눈길을 돌렸다.

그곳에는 거대한 돔 형태의 제어 타워가 우뚝 솟아 있었고, 그 꼭대기에는 수많은 기계 팔과 마력 케이블에 둘러싸인 기묘한 형체가 매달려 있었다.

인간의 상반신 모양을 한 거대한 강철 거신. 그리고 그 가슴팍에는 지금까지 지한이 보았던 그 어떤 마력 코어보다 거대하고 순수한, 눈이 부실 정도로 푸른빛을 내뿜는 마도 코어가 박혀 있었다.

[철혈의 수호 군주 - 데우스 엑스 마키나 (Deus Ex Machina) - Lv.45]

지한은 뼈칼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저 45레벨 보스 몬스터의 가슴에 박힌 보스 코어를 해체할 수만 있다면.
그는 마법 공학 해체사로서의 한계를 넘어서는, 꿈의 2차 전직의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끝판왕이 기다리고 있군.”

지한은 단호한 목소리로 길드원들을 향해 돌아섰다.

“전원 정비해라. 저 보스를 잡고, 이 철혈 기지를 우리의 완벽한 영지로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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