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알베르트의 시험

33화: 알베르트의 시험
"펠릭스 경. 장난이 지나치군."
황실 수석 마법학자 알베르트의 보랏빛 이름 아래 서린 목소리는 석실의 온도를 뚝 떨어뜨릴 만큼 오만하고 차가웠다.
"오르비스 황실의 마법 용광로는 제국의 최고 현자들과 대마법사 십여 명이 마력 제어 스크롤을 쏟아붓고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네. 그런데 어디서 이런 5레벨짜리 기계 넝마주이를 데려와 제어판을 넘기라 한단 말인가?"
알베르트의 멸시 가득한 태도에 펠릭스가 황급히 변명하려 했으나, 지한은 가볍게 펠릭스의 소매를 잡아당겨 말렸다.
그리고 품속에서 칠흑 같은 뼈칼 [아스트라페]를 꺼내 쥐며 알베르트를 똑바로 응시했다.
"나이나 레벨이 기술을 증명하진 않습니다. 대마법사님."
"허엇! 건방진 녀석이군."
알베르트는 불쾌한 표정으로 턱수염을 쓸어내리더니, 품속에서 붉게 폭주하며 점멸하고 있는 기계 상자 하나를 탁자 위에 쾅 내려놓았다.
"자네의 그 아가리가 진짜인지 내 즉석에서 시험해 보겠네. 이건 방금 오작동으로 제어 한계를 넘겨 폭주 중인 황실 친위 골렘의 '마법 공학 친위병 코어'라네. 3분 이내로 마력 순환을 차단하지 않으면 폭발해 주변 5미터 전체를 박살 내 버릴 폭탄이지. 자네가 만약 이 코어를 손상 없이 정지시키고 마력원을 온전히 적출해 낸다면, 황실 용광로의 수리 제어권을 전적으로 넘겨주겠네. 실패한다면…… 자네의 그 손목이 이 자리에서 날아가겠지."
알베르트의 눈에 섬뜩한 마법 광채가 일렁였다.
[돌발 퀘스트: 알베르트의 위험천만한 시험]
- 등급: B (난이도: 보통)
- 임무: 3분 이내로 폭주하는 친위병 코어의 마력 회로를 정밀 해체하여 완벽한 상태로 정지시키십시오.
- 실패 조건: 코어 폭발, 혹은 3분의 시간 초과.
- 보상: 황실 마법 용광로 제어권 획득, 알베르트의 우호도 상승.
지한은 침을 삼켰다.
그는 즉시 [마법 공학 감지 고글]을 내렸다. '구조 정밀 투시' 스킬이 겹쳐지며, 붉게 요동치던 코어 내부의 수만 가닥 마력선들과 유압 구동 파이프라인의 궤적이 3D 격자선으로 선명하게 펼쳐졌다.
'폭주의 주원인은 드워프식 가속 증폭기(Overdrive Amplifier)가 압력 조절 밸브를 강제로 물고 멈춰 선 것이다. 이 증폭기를 제어하는 마력 도선 세 가닥 중, 파란색 우회 선만을 정확히 끊어 동력을 차단해야 해.'
지한은 왼손에 [불칸의 정밀 조율 핀셋]을, 오른손에 은빛 서리 아지랑이가 은은하게 감도는 아스트라페를 쥐었다.
[남은 시간: 01분 42초]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지한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으나, 그의 손가락 끝은 공장 라인에서 수만 번 부품 조립을 하던 시절처럼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스슥.
지한은 핀셋 끝으로 코어 중심부 틈새의 파란색 마력 도선 피복을 0.1밀리미터 단위로 조심스럽게 집어 올렸다.
주변에 붉은색 폭발 불꽃들이 파지직거리며 퉁겨 나와 지한의 손등을 태웠지만, 그는 눈동자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지금이다.'
그는 아스트라페의 칼끝을 틈새로 부드럽게 밀어 넣고 도선 매듭을 정확히 그어 가른다.
서거억- 팅!
순간, 웅웅거리며 미친 듯이 점멸하던 코어의 붉은 오라가 씻은 듯이 사라지더니 은백색의 온화한 순수 동력 상태로 우뚝 정지했다.
[폭주 친위병 코어를 성공적으로 정화 해체하셨습니다. (재료 보존율 158%)]
[아스트라페의 신의 손길 발동: 성공률 100%!]
"허억……!"
옆에서 지켜보던 대마법사 알베르트의 턱이 덜덜 떨렸다.
코어 폭주의 해제는 황실 마법학회의 최고위 학자들 수 명이 달려들어도 최소 수십 분의 설계 분석이 필요한 고난도 조율이었다. 그런데 이 5레벨의 청년은 단 1분 남짓한 시간 만에 기하학적으로 완벽하게 마력의 매듭을 풀어내 코어를 온전히 살려낸 것이다.
"이, 이건……! 기하학적으로 완벽한 해체로군! 마도 조율의 극의를 완전히 꿰뚫어 보는 자야!"
알베르트는 돋보기안경을 바닥에 떨어뜨릴 정도로 대경실색하며 지한을 쳐다보았다.
지한은 은빛 뼈칼을 조용히 털어내 손목포 칼날 집에 집어넣고, 정지된 순수한 은빛 코어를 알베르트에게 내밀었다.
"이제 황실 용광로의 제어권을 넘겨주시겠습니까? 시간이 아깝습니다."
알베르트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석실 구석의 황금 제어 장치로 걸어가 지한에게 황실 제어용 스크롤을 정중하게 건넸다.
"내 자네의 위대한 솜씨를 몰라보았네! 황실 마법 용광로의 제어권을 전적으로 넘김세! 부디 제국의 심장을 살려주게나!"
[황실 마법 용광로(Royal Mana Furnace)의 완전한 수리 제어권을 획득하셨습니다!]
지한은 제어 스크롤을 쥐어 잡았다.
그의 눈앞에 오르비스 황실 전체의 운명을 가를 거대하고 신비로운 황실 마법 용광로의 복잡한 마력 격자 격자선들이 보석처럼 선명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진정한 대륙의 심장 한가운데서, 지한의 신들린 해체사의 권능이 폭풍처럼 요동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