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흑사검의 비밀

32화: 흑사검의 비밀
지하 마력 순환로의 은은한 푸른 광채 속에서, 지한의 손끝이 매끄럽게 움직였다.
은빛 뼈칼 아스트라페의 칼날 끝에 감겨 흐르던 극저온의 냉기가 [그림자 비늘 장갑]에 박힌 어둠 속성 인챈트 매듭을 한 가닥씩 매끄럽게 해체해 냈다.
툭, 툭, 서극.
장갑 표면을 감싸고 있던 비늘들이 빛의 조각이 되어 가볍게 흩날리며, 분해된 원소 물질들이 지한의 손바닥 위로 내려앉았다.
[마력 해체를 완료했습니다. (재료 보존율 155%)]
[획득한 전리품]
- 어둠의 원소 에센스 (희귀) x 1
- 정제된 그림자 비단 (상급) x 5
- 순수한 마력 가루 (일반) x 15
장갑 해체에 이어, 지한은 가방에서 이전 하수관 전투 당시 아스트라페의 결 해체 일격에 두 동강으로 쪼개져 퉁겨 나갔던 크로우의 붉은 촉수 단검 파편들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렸다.
[금이 간 흑사검 (Cracked Black Serpent Sword) - 희귀]
비록 부러지고 망가진 쇳조각 파편에 불과했지만, 지한의 '구조 정밀 투시' 스킬은 부러진 칼날 중심부 틈새에 숨겨져 있던 아주 작고 기이한 나사 태엽 장치를 잡아냈다.
'단검의 코어 속에 비밀 기믹이 들어 있군. 크로우 녀석도 알아차리지 못한 부분이다.'
지한은 아스트라페를 쥐고, 부러진 단검의 코어 접합 부위를 매끄럽게 해체해 나갔다.
서거억- 팅.
검은 피가 흘러내리듯 흑사검의 표면이 부스러지며, 그 안에서 기괴한 뱀 모양의 톱니가 박혀 있는 은빛 기어 하나가 툭 떨어져 내렸다.
[획득한 전리품]
- 뱀의 맹독낭 (상급) x 1
- 고화질 흑철 주괴 (상급) x 2
- 암흑의 정교한 기계 기어 (마법) x 1
"기계 기어……?"
지한은 푸른빛으로 스캔되는 기어를 들어 올렸다.
[암흑의 정교한 기계 기어]
- 등급: 마법 (Magic)
- 설명: 오르비스 지하 하수도 깊은 곳에 위장된 '고대 지하 하수 펌프실'의 봉인된 드워프 보관 상자를 여는 핵심 부품이자 열쇠입니다.
비밀 던전의 숨겨진 보관함을 열 수 있는 열쇠 기어였다.
지한은 지하 수로 탐사는 부길드장 크리스와 파티원들에게 정찰을 의뢰하기로 하고, 자신은 펠릭스로부터 도착한 더 거대하고 중대한 퀘스트에 동참하기로 했다.
[펠릭스: 지한 군! 오르비스 성 내부의 황실 마법 용광로(Royal Mana Furnace)의 마력 제어 회로가 오작동을 일으켜 폭주 징후를 보이고 있네! 황실 마법학회에서 이를 정화할 일류 마력 해체사를 수소문 중인데, 내가 자네를 공식 추천했네! 자네 인생의 가장 거대한 성장의 기회가 될 걸세!]
오르비스의 최고 중앙 무대인 '황성'으로의 초청.
이것은 오르비스의 중앙 귀족들과 황실 대마법사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각인시킬 수 있는 일생일대의 대박 찬스였다.
지한은 장비를 단단히 챙겨 백작가의 호위를 받으며 황성 내부로 진입했다.
황성 내부는 오르비스 광장의 백화점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으로 장엄하고 눈부셨다. 천장에는 거대한 드래곤의 뼈로 만든 마법 샹들리에가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고, 복도 사방에는 황금 갑옷을 걸친 왕실 친위대원들이 도열해 있었다.
지한은 펠릭스의 인도 하에 황성 지하 깊은 곳에 위치한 거대하고 신비로운 황실 마법 용광로실에 마침내 발을 들였다.
석실 중앙에는 지름이 2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은빛 구형 용광로가 허공에 떠서 푸른빛의 순수 마력을 숨 쉬듯 맥동시키고 있었다. 용광로 주변에는 수십 개의 마법 봉인 마법진이 일렁이고 있었고, 그 앞에서 백발을 허리까지 늘어뜨린 노마법사가 골머리를 앓으며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그의 머리 위에 뜬 이름은 보랏빛으로 무겁게 빛나고 있었다.
[알베르트 (Albert) - Lv.40 황실 수석 마법학자]
40레벨의 최고위 대마법사.
알베르트는 펠릭스와 지한이 들어오자 돋보기안경을 고쳐 쓰며 지한을 엄숙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펠릭스 경. 이 청년이 자네가 말한 고대 마법 공학 해체 기술을 이어받았다는 자인가?"
지한의 은빛 뼈칼 아스트라페를 향한 황실 수석 학자의 예리한 시선이, 석실의 엄숙한 정적 속에서 지한의 뺨을 타고 나직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오르비스 황실의 핵심 권부 한가운데서, 지한의 운명을 바꿀 대서사의 제3막이 성대하게 막을 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