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3화

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도구의 중요성

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3화: 도구의 중요성

지한의 시선이 머문 곳은 잡화점 구석의 유리 쇼케이스 안이었다. 먼지가 뿌옇게 쌓인 검은색 가죽 상자 속에는 은빛으로 빛나는 정교한 도구들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다.

[스캐벤저용 보급형 해체 키트]

15실버. 방금 번 돈의 거의 절반에 달하는 거금이었다. 초보 플레이어라면 이 돈으로 강철 검을 사거나 튼튼한 방어구를 맞추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한은 망설이지 않았다.

'훌륭한 목수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진짜 프로는 가장 좋은 연장을 쓴다.'

공장에서도 똑같았다. 정밀 마이크로 칩을 다룰 때 성능 좋은 스위스제 핀셋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불량률이 천지 차이로 갈렸다. 하물며 생계가 걸린 가상현실 게임에서 해체 도구에 투자를 아끼는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

"이 해체 키트도 같이 계산해 주십시오."

바르트는 놀란 눈으로 지한을 바라보더니, 이내 호탕하게 웃으며 쇼케이스를 열었다.

"하하! 역시 보는 눈이 있군. 전투원 놈들은 그저 칼이랑 갑옷만 찾을 줄 알지, 이런 진짜배기 도구의 가치를 몰라요. 자, 여기 있네!"

지한은 은화 15개를 건네고 묵직한 가죽 상자를 넘겨받았다.
상자를 열어 정밀 뼈칼을 쥐어보았다. 손에 착 감기는 금속의 차가운 감촉과 완벽한 무게 균형. 허리춤에 차고 있던 투박한 뼈칼과는 차원이 다른 예리함이 손끝을 타고 전해졌다.

[보급형 해체 키트를 장착하셨습니다.]
[해체 정밀도가 상승하여 고등급 재료 적출이 쉬워집니다.]

지한이 만족스럽게 키트를 품에 넣고 가게를 나서려 할 때, 바르트가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낮추며 그를 불러 세웠다.

"이보게, 지한. 혹시…… 조금 더 큰돈을 만져볼 생각이 있나?"

지한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큰돈이요?"

"그래. 아주 위험하지만, 자네 정도의 솜씨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지."

바르트는 주위를 한번 살피더니 장부를 덮고 상체를 내밀었다.

"최근 마을 동쪽에 있는 '안개 낀 숲'에서 거대한 변종 늑대, '블러드 울프(Blood Wolf)'가 나타나 골머리를 앓고 있네. 사냥꾼들이 놈을 사냥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지. 왜냐하면 블러드 울프의 가죽은 가볍고 질겨서 고가에 거래되고, 놈의 송곳니는 훌륭한 단검의 재료가 되거든."

"그런데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그 무식한 사냥꾼 놈들이 문제지! 전투에는 도가 텄을지 몰라도 해체에는 젬병이라네. 늑대를 잡아도 이빨을 뽑다가 부러뜨리고, 가죽을 벗길 때 상처를 내서 가치가 반 토막이 나기 일쑤야. 귀중한 특상품 재료들이 다 똥값이 되어 돌아온단 말일세."

바르트의 눈에 탐욕과 안타까움이 교차했다.

"그래서 자네에게 제안하는 걸세. 마침 오늘 사냥꾼 길드의 크리스가 이끄는 파티가 블러드 울프 토벌을 위해 안개 낀 숲으로 떠나기로 했네. 자네가 그들과 동행해서 사체를 온전히 해체해 오게. 획득한 특상품 재료는 내가 시장가의 120%로 매입해 주겠네. 물론 사냥꾼 놈들에게 떨어질 몫은 떼어주고도 남는 장사지."

띠링!

[돌발 의뢰: 바르트의 은밀한 제안]

25실버의 확정 보상에, 재료 판매 대금의 120% 추가 매입.
이것은 망설일 이유가 없는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게다가 안개 낀 숲은 5~7레벨 몬스터들이 출몰하는 지역이라 혼자서는 갈 엄두도 내지 못할 곳이었다. 파티의 버스를 타면서 안전하게 고급 재료를 획득할 기회였다.

"좋습니다. 그 의뢰, 제가 맡겠습니다."

"오, 탁월한 선택이네! 크리스는 지금 서쪽 광장에서 파티원을 모집하고 있을 걸세. 내 이름을 대면 동행을 허락할 거야."

지한은 바르트의 잡화점을 나와 서쪽 광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광장 한편에는 철제 사슬갑옷을 입은 덩치 큰 사내 하나가 거대한 장검을 땅에 꽂은 채 서 있었다. 그가 바로 사냥꾼 크리스였다. 주변에는 마법사 로브를 입은 여성 플레이어와 가죽옷을 입은 궁수가 함께 서 있었다.

"크리스 씨 맞습니까? 바르트 씨의 소개로 왔습니다. 스캐벤저 지한이라고 합니다."

지한이 다가가 인사를 건네자, 세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그에게 쏠렸다.
지한의 더러운 가죽옷과 허리춤에 찬 작은 가죽 상자를 본 궁수가 핏 비웃음을 흘렸다.

"뭐야? 스캐벤저? 야, 크리스. 딜러 한 명이 아쉬운 판에 넝마주이를 데려가겠다고? 바르트 영감탱이가 노망이 났나?"

크리스 역시 떨떠름한 표정으로 턱수염을 쓸어내렸다.

"우리는 지금 8레벨 변종 블러드 울프를 잡으러 가네. 자네 같은 3레벨 스캐벤저가 오면 전투에 방해만 될 텐데. 도망치다 발목이나 안 잡으면 다행이겠군."

지한은 기분 나쁜 기색 없이 담담하게 품에서 보급형 해체 키트를 살짝 꺼내 보였다. 은빛 뼈칼이 찰나의 순간 빛을 발했다.

"전투에서는 방해되지 않게 숨어 있겠습니다. 하지만 블러드 울프를 잡은 뒤, 가죽과 송곳니를 단 1%의 손상도 없이 분리해 드릴 수 있습니다. 자동 해체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특상품' 재료를 보장하죠. 그 재료를 바르트 씨에게 가져가면 일반 상점가의 1.2배를 더 받을 수 있습니다. 그 이득을 여러분과 나누겠습니다."

"1.2배?"

그 말에 궁수와 마법사의 눈빛이 흔들렸다. 아르카디아에서 돈의 가치는 현실과 직결된다. 20%의 추가 수익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크리스는 지한의 예리한 도구 세트와 흔들림 없는 눈빛을 진지하게 뜯어보았다. 3레벨 스캐벤저치고는 기세가 범상치 않았다.

"좋아. 대신 전투가 시작되면 자네는 뒤에 박혀서 숨죽이고 있게. 늑대 이빨에 모가지가 날아가도 난 책임 못 지니까."

"물론입니다."

[사냥꾼 '크리스'의 파티에 임시 동행원으로 합류하셨습니다.]

파티는 곧장 마을을 벗어나 짙은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안개 낀 숲으로 향했다.

바스락, 바스락.

숲 내부로 들어설수록 시야가 좁아졌다. 사방을 메운 하얀 안개 사이로 붉은 이끼가 낀 고목들이 기괴한 실루엣을 드러냈다. 레벨이 높은 지역답게 공기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스으으…….

갑자기 크리스가 오른손을 들어 파티를 멈춰 세웠다.

"온다. 흩어지지 마!"

안개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냈다. 일반적인 늑대보다 두 배는 거대한 몸집. 칠흑 같은 털 사이사이로 핏빛 붉은 줄무늬가 선명하게 그어져 있었다. 붉게 타오르는 안광이 파티원들을 집어삼킬 듯이 빛났다.

[변종 블러드 울프 (변이종) - Lv.8]

"크르르르어어어억!"

블러드 울프가 땅이 울릴 듯한 포효를 내지르며 땅을 박찼다. 그 속도는 번개 같았다.

"탱커 방어 준비! 파이어 볼 차징해!"

크리스가 장검을 치켜들며 앞으로 나섰고, 마법사는 뒤에서 마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지한은 약속대로 거대한 고목 뒤로 몸을 숨겼다.

쾅!

블러드 울프의 앞발과 크리스의 검이 맞부딪치며 불꽃이 튀었다. 육중한 충격에 크리스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이 자식, 힘이 장난이 아닌데?! 퓨리 슈팅, 지원해!"

궁수의 화살들이 공기를 가르며 날아갔지만, 블러드 울프는 유연하게 몸을 비틀며 화살을 피해 크리스의 목덜미를 겨냥해 도약했다.

"앗! 위험해!"

마법사의 캐스팅이 아직 끝나지 않은 위급한 상황. 크리스는 자세가 무너져 방어가 불가능했다. 이대로 물리면 치명상이었다.

나무 뒤에서 전투를 관찰하던 지한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스킬 '기계 구조 인지'가 발동하며, 블러드 울프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기하학적인 선과 흐름으로 분해되어 보이기 시작했다.

'생명체도 결국 관절과 근육, 힘줄의 결합체다.'

지한의 뇌리에 블러드 울프의 해부학적 구조가 투시되듯 그려졌다. 늑대가 도약하는 순간, 오른쪽 뒷다리의 대퇴근과 아킬레스건에 모든 하중이 집중되는 핵심 '동력 접합부'가 붉은색 점으로 깜빡였다.

'지금 저 접합부를 끊으면 도약은 무너진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지한은 품에서 정밀 뼈칼을 뽑아 쥐고 흙바닥을 차고 돌진했다.

"지한?! 미쳤어? 나오지 마!"

크리스의 절규가 숲을 울렸지만, 지한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오직 늑대의 아킬레스건에서 깜빡이는 붉은 약점만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스슥!

지한은 몸을 극도로 낮추며 블러드 울프의 아래로 슬라이딩했다. 늑대의 예리한 발톱이 그의 뺨을 간발의 차로 스쳐 지나가며 붉은 선을 남겼지만, 지한의 손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늑대의 오른쪽 뒷다리 관절 사이, 근육과 힘줄이 교차하는 미세한 경계면에 은빛 뼈칼을 정확하게 밀어 넣었다.

서어억!

"깨애애갱-!"

가죽을 뚫고 뼈와 힘줄을 끊어내는 감각이 손끝을 타고 찌르르하게 전해졌다.
완벽한 타격이었다. 도약하려던 블러드 울프의 거구가 중심을 잃고 허공에서 뒤틀리더니, 크리스의 코앞 바닥으로 거칠게 처박혔다.

쿵!

오른쪽 뒷다리가 완전히 주저앉아 덜덜 떨리는 블러드 울프. 놈은 더 이상 일어서지 못했다.

"지, 지금이야! 숨통을 끊어!"

지한의 믿기지 않는 어시스트에 크리스가 정신을 차리고 장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장검의 끝이 무력화된 늑대의 심장을 꿰뚫었다.

푸화악!

늑대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경련을 일으키다 이내 조용해졌다.

[블러드 울프 토벌에 기여하셨습니다.]
[경험치 80을 획득하셨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Lv.3 -> Lv.4)]

숲속에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크리스와 궁수, 마법사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3레벨 스캐벤저, 지한을 바라보았다. 방금 그가 보여준 기묘하고 정교한 칼질은 딜러의 공격이라기보다는 생명체를 정확하게 '해체'하듯 해부하는 것에 가까웠다.

지한은 뺨의 핏자국을 무심히 닦아내고 뼈칼을 가볍게 털었다.

"자, 그럼 약속대로."

그가 블러드 울프의 사체 앞으로 걸어가 검은 가죽 상자를 열었다. 은빛으로 빛나는 해체 도구들이 차례로 늘어섰다. 사냥꾼들의 시선이 그의 손끝으로 집중되었다.

진짜 스캐벤저의 무대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