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서리의 저주

26화: 서리의 저주
치이이이이익-!
지한의 뼈칼 끝날이 가슴의 굳게 조여진 나사 홈을 찌르는 순간, 귓가를 찢는 듯한 고압의 증기음과 함께 투명한 얼음 성에들이 그의 은빛 뼈칼 칼날을 타고 역류하기 시작했다.
"큭……!"
순식간에 지한의 오른팔 전체가 하얗게 얼어붙었다.
피부를 얼려 쪼개는 듯한 극심한 빙결의 고통이 신경을 때렸고, 동조율 99%의 가상현실은 지한의 오른팔의 감각을 빠르게 마비시키고 있었다. 당장 뼈칼을 놓지 않으면 오른팔 전체가 괴사하는 사망 동결 함정이었다.
"지한 군! 위험하네! 당장 손을 떼게!"
뒤에 서 있던 펠릭스가 기겁하여 지팡이를 뻗으려 했다.
"움직이지 마십시오! 건드리면 저주가 전염됩니다!"
지한은 마비되는 오른팔의 극통 속에서도 이 악물고 버텼다.
그의 고글 안경 안쪽에서 흐르는 붉은 격자선들은, 갑옷 가슴 깊숙한 곳에서 마력을 동결 오라로 변환시키고 있는 3개의 핵심 '빙결 앵커 회로 매듭'을 뚜렷이 스캔하고 있었다.
그 매듭들은 고대 서리 거인의 심장 조각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저주 사념의 연결 도선들이었다.
'도망치지 않아. 이 정도 추위는…… 추운 겨울날 보일러도 들어오지 않는 단칸방에서 지수를 껴안고 밤을 지새우던 그 혹한에 비하면 따뜻한 바람이나 다름없다.'
현실의 고통이, 지한의 의지를 맹수보다 독하게 길러두었다.
지한은 왼손에 쥔 [불칸의 정밀 조율 핀셋] 끝날로 가슴 장갑 틈새 안쪽의 1번 빙결 앵커 매듭을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오른손의 아스트라페를 1밀리미터 비틀어 매듭 선을 단칼에 베어 갈랐다.
서거억!
"끄으으으……!"
갑옷 안쪽에서 슬픈 원혼의 신음 같은 쇳소리가 나직하게 울렸다.
지한은 지체하지 않고 2번과 3번 앵커 매듭 선까지 연달아 핀셋으로 움켜쥐고 매섭게 끊어 넘겼다.
콰지지직- 쾅!
마지막 앵커 배선이 절단되는 순간, 골라이어스 갑옷 전체를 두껍게 에워싸고 있던 거대한 얼음 껍질들이 사방으로 폭발하듯 산산조각 나 흩어졌다. 펠릭스는 황급히 방패 마법을 캐스팅해 날아드는 얼음 조각들을 차단해 냈다.
스으으으으…….
상온으로 복귀하며 뿜어지는 은백색의 고열 증기 오라.
서리의 차가운 저주 기운이 말끔히 소멸하며, 2.5미터 거구의 청동빛 골라이어스 중장 갑옷이 제 본래의 장엄한 자태를 뽐내며 굳건하게 주저앉았다.
[영웅 등급 '골라이어스 중장 갑옷'의 서리 침식 저주를 해체하셨습니다!]
[대상의 고유 마력 회로를 손상 없이 완전히 보존하여 해방했습니다!]
[마력 해체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38.7% -> 72.5%)]
"성공이야! 해냈네! 지한 군!"
펠릭스가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와 지한의 얼어붙은 오른팔을 녹여주는 해동 포션을 아낌없이 부어주었다.
지한은 오른팔의 온기가 돌아오는 것을 느끼며 덤덤하게 숨을 몰아쉬었다.
[의뢰 완수 보상으로 10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추가 획득 전리품]
- 극저온 서리 에센스 (희귀) x 2
- 고대 드워프의 영웅 판금 조각 (영웅) x 1
지한은 10골드의 묵직한 주머니와 함께, 저주의 잔재에서 나온 '극저온 서리 에센스' 두 병을 가방에 챙겨 담았다.
펠릭스는 저주가 풀려 영롱하게 빛나는 골라이어스 장군 갑옷을 황홀하게 보며, 지한과 오르비스 황실 기사단에게의 판매 이권 배분을 심도 있게 상의했다. 이로 인해 지한은 백작가 상단의 명실상부한 최고 수석 대행 전문가로 그 지위가 확고해졌다.
지한은 대지부를 나와 그 길로 곧장 오르비스 상업 지구의 '불칸의 망치' 대장간으로 향했다.
쾅! 쾅! 쾅!
불타는 용광로 불빛 아래에서 브록이 수염에 기름을 묻힌 채 쇠를 벼리고 있었다. 지한은 조용히 다가가 가방에서 '극저온 서리 에센스' 두 병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이 에센스를 아스트라페에 벼려 결합할 수 있겠습니까, 형님?"
브록이 맥주를 들이키려다 보석 병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허억! 이건 서리 침식 저주에서만 극소량 추출된다는 전설의 냉각 에센스가 아닌가! 이걸 자네의 아스트라페에 도포하면…… 칼날 끝에 '서리 파괴(Frost Break)' 영구 속성을 강화해 뼈칼의 절삭력과 적의 결 파괴 확률을 추가로 5% 올릴 수 있네! 당장 이리 내게나!"
브록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모루 위에 지한의 흑색 뼈칼 아스트라페를 눕혔다.
그리고 에센스 병을 따 푸른 서리 오라를 은빛 뼈칼 칼날 위로 천천히 부어 올렸다.
치이이이이익-!
뜨거운 모루 위에서 불타오르는 화염과 얼어붙은 서리의 마력이 충돌하며 화려한 은백색 불꽃놀이를 연출했다. 브록의 망치질이 매섭게 아스트라페의 칼끝을 다듬어 나가기 시작했다.
더 강력하고 날카롭게 단련되는 은빛 뼈칼 궤적의 영웅전이, 드워프의 모루 위에서 뜨겁고도 차갑게 다시 벼려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