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골라이어스 중장 갑옷

25화: 골라이어스 중장 갑옷
"히익……! 도망쳐!"
대장 쿠간의 시체도 남지 않고 빛의 가루로 사멸한 자리.
남은 네 명의 아이언 크로우 길드원들은 지한이 고글 안경을 가볍게 쓸어 올리며 아스트라페 뼈칼의 끝날을 털어내자, 비명을 지르며 꼬리를 내리고 길드 문 밖으로 어지럽게 도망쳐 버렸다.
로비를 감싸고 있던 숨 막히는 침묵이 그제야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크리스 파티원들은 벽에 기대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지한을 향해 온몸으로 충격 서린 경탄을 표현했다.
"지한 형씨…… 방금 그 23레벨 판갑 전사를 두 조각 쪼갠 그 스킬은 대체 뭔가? 해체사가 전투 직업들보다 딜이 더 무시무시하게 나오다니!"
크리스의 경악 섞인 질문에 지한은 덤덤하게 가방을 열어 쿠간이 떨어뜨리고 간 [아이언 베어의 강철 도끼]를 집어 들었다.
"결이 보여서 잘랐을 뿐입니다. 그리고 해체사는 원래 파괴하는 것이 본업이니까요."
지한은 도끼를 감정했다.
공격력은 쓸만했지만 지한의 민첩한 해체사 컨셉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둔탁한 무기였다. 지한은 이 도끼를 쓸모없는 잡템으로 파는 대신, 자신의 1차 전직 고유 스킬인 '마력 해체'의 제물로 삼기로 했다.
그는 테이블 위에 도끼를 눕혀놓고 아스트라페를 쥐어 잡았다.
"마력 해체."
스으으으-!
아스트라페의 칼날 끝에서 번개 같은 금빛 마력 파동이 도끼를 타고 흘렀다. 지한의 시야에 도끼 머리에 깃든 마법 인챈트의 연결 매듭이 하얀 실선으로 나타났다. 지한은 드워프 핀셋으로 그 매듭의 끝을 조심스레 짚고, 뼈칼 끝날로 매듭을 툭 튕겨 끊어 냈다.
파지직! 깡-!
도끼의 표면이 부스러지듯 쪼개지며, 그 안에서 영롱한 파란색 구체와 푸른 광물 파편들이 탁자 위로 내려앉았다.
[스킬 '마력 해체'를 수행하셨습니다. (보존율 148%)]
[획득한 전리품]
- 순수한 마력의 정수 (마법) x 1
- 마력석 파편 (일반) x 5
- 고강도 강철 주괴 (상급) x 3
"세상에, 마법 등급 무기를 분해해서 순수한 마력의 정수를 뽑아내다니!"
마법사가 경악하여 입을 틀어쥐었다.
연금술사 길드나 대도시의 고급 장비 제작 마법사들이 부르는 게 값으로 사들인다는 최고급 마력 추출 물질이었다. 일반 상점에 헐값에 도끼를 파는 것보다 자그마치 세 배가 넘는 고부가가치 창출이었다.
그때, 펠릭스로부터 긴급 메시지가 다시 도착했다.
[펠릭스: 지한 군! 오르비스 대지부에 정말 엄청난 유물이 도착했네! 남작 상단이 발굴해 낸 고대 드워프 장군의 유해 갑옷인데, 그 이름은 '골라이어스 중장 갑옷 (Goliath Heavy Armor)'일세! 하지만 갑옷에 강력한 '서리 침식 저주'가 걸려 있어 건드리는 순간 온몸이 동결되는 탓에 아무도 장착하지 못하고 있네. 자네의 마력 해체력이 절실히 필요하네!]
영웅 등급의 중장 갑옷.
지한의 눈에 사나운 탐욕과 이채가 스쳤다.
"크리스 씨, 모험가 길드에서 몸을 추스르고 계십시오. 전 백작가 대지부로 가보겠습니다."
"조심히 다녀오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부르고!"
지한은 곧장 라인하르트 백작가의 웅장한 대지부 저택 지하 특별 보관실로 이동했다.
보관실 정중앙에는 높이 2.5미터에 달하는 청동빛의 장엄하고 거대한 판갑 갑옷이 강철 마운트에 꽁꽁 묶인 채 서 있었다.
슈우우우…….
갑옷 사방에서는 수천 도의 열기조차 얼려버릴 듯한 새하얀 서리 냉기와 성에가 미친 듯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주변 바닥은 이미 꽁꽁 얼어붙어 밟는 순간 서리 피해가 들어오는 아찔한 동결 구역이었다.
"건드리는 순간 온상에 걸려 영구적으로 민첩과 손재주 스탯이 5씩 차감되는 끔찍한 빙결 저주가 걸려 있네. 해체 전문가들마저 손을 떼어버린 상태라네."
옆에 서 있던 펠릭스가 수건으로 연신 땀을 닦아내며 긴장했다.
지한은 차갑게 고글 안경을 내렸다.
그의 투시 시야 속에서, 갑옷의 흉부 중앙 가열 코어 내부에서 심장의 모세혈관처럼 온몸으로 뻗어 나가고 있는 검푸른색 '빙결 사념 도선'들의 그물망이 투명하게 투사되었다.
'저주의 핵은 흉부 중앙 밸브 안에 꼬여 있는 고대 서리 거인의 심장 파편이다. 저 매듭을 끊고 저주를 중화 해체해야 해.'
지한은 아스트라페를 굳게 역수로 쥐어 잡았다.
칼날 끝에서 태양의 열기가 빙결의 냉기에 저항하듯 스팀의 아지랑이를 내뿜으며 눈부시게 불타올랐다.
서벅.
지한은 얼어붙은 빙벽을 밟고 갑옷 앞으로 성큼 다가섰다.
그리고 아스트라페의 날카로운 끝날을 골라이어스 갑옷 가슴의 핵심 조율 나사 홈으로 매섭게 밀어 넣었다.
대륙의 위대한 영웅 갑옷을 향한, 지한의 신들린 마력 해체의 서막이 차갑게 막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