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깃털을 꺾는 칼날

24화: 깃털을 꺾는 칼날
모험가 길드 1층 로비의 분위기는 시베리아의 한파처럼 굳어 있었다.
사방의 맥주 테이블에 앉아 있던 모험가들은 술잔을 내려놓은 채 구석의 난투극 상황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었다.
아이언 크로우(Iron Crow) 길드의 징벌대원 다섯 명이 크리스 파티원들을 벽으로 거칠게 밀어붙인 채 무기를 들이대고 있었다. 크리스는 철제 쇠갑옷이 반쯤 찢어진 채, 거구의 도끼 투사에게 목덜미를 강하게 움켜쥐여 있었다.
"켁, 끄응……."
"힉힉! 이 시골 쥐새끼가 어디서 혀를 놀려? 네놈들이 라르크에서 데리고 올라왔다는 그 정밀 해체사 새끼의 비결이 뭐냐? 녀석이 가진 드워프제 희귀 장비랑 유적에서 챙긴 보석 정보를 당장 불어라!"
크리스의 목을 움켜쥔 쇠팔의 주인은 아이언 크로우 길드의 징벌대장이었다.
[쿠간 (Kugan) - Lv.23 도끼 투사]
그는 무자비하게 크리스를 윽박지르며 2미터의 거대 전동 도끼를 위협적으로 윙윙거리게 회전시켰다.
"불지 않으면 여기서 네놈들 파티 전원을 사냥(PK)해서 들고 있는 장비까지 다 털어버리겠다. 오르비스의 모험가 길드 1층 결투 구역에선 살인이 허용되니까 말이야!"
크리스가 굴하지 않고 침을 뱉으려던 바로 그 찰나.
철컥-!
길드의 거대한 청동제 문이 열리며, 가죽 가방을 어깨에 메고 얼굴에 가죽 가면을 쓴 청년이 조용히 입장했다.
그의 손에는 칠흑 같은 검은색 자루 위로 영롱한 금빛 마력선이 맥동하는 뼈칼, [아스트라페]가 차갑게 쥐여 있었다.
"나를 찾고 있는 것 같군."
지한의 차가운 목소리가 로비의 긴장을 날카롭게 찢었다.
"지한 형씨!"
크리스가 고통 속에서도 반색하며 외쳤다.
쿠간은 핏빛 붉은 안광을 빛내며 크리스를 내팽개치고 지한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의 곁을 지키던 네 명의 징벌대원들도 지한의 퇴로를 막아서듯 도열했다.
"흐흐흐, 드디어 기어나왔군. 넝마주이 새끼. 네놈이 지한이냐? 네가 챙긴 드워프제 장비들과 그 유물 정보, 그리고 그 허리춤에 찬 칠흑 같은 뼈칼을 순순히 넘겨라. 그럼 오늘 밤은 사지가 온전하게 나갈 수 있게 해주마."
지한은 가면 너머로 쿠간을 얼음장 같은 시선으로 내려다보았다.
"싫다면?"
"싫어?! 힉힉! 그럼 죽이고 뺏으면 그만이다! 척살 개시!"
쿠간이 광소하며 거대한 전동 도끼를 치켜들고 지한을 향해 도약했다.
우웅-!
바람을 찢으며 내려찍는 23레벨 투사의 묵직한 일격.
지한은 [구조 정밀 투시]를 극한으로 가동했다. 쿠간의 도끼 날이 떨어지는 궤적, 그리고 그가 입고 있는 23레벨 특상 강철 사슬갑옷의 결합 조인트(마력 배선 교차점)가 붉은색 점선으로 선명하게 투사되었다.
'동작이 크다. 도끼의 무게에 쏠려 상체가 무너지는 0.2초의 틈새.'
지한은 백스텝 대신, 도끼의 궤적을 깻잎 한 장 차이로 종이 비틀듯 피하며 쿠간의 겨드랑이 밑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역수로 쥔 아스트라페를 번개처럼 위로 쳐올렸다.
"결 해체 (Flow Disassembly)."
서어어억-!
지한의 흑색 칼날끝이 쿠간의 가슴 장갑 조인트의 붉은 마력 결을 부드럽게 긁어 스치고 지나갔다.
강철 사슬들이 끊어지는 기분 좋은 마찰음과 함께, 쿠간이 입고 있던 23레벨의 절대 파괴 불가능해 보였던 사슬 판갑이 수직으로 갈라지며 바닥으로 우수수 흘러내렸다.
[액티브 스킬 '결 해체'가 발동했습니다!]
[대상의 갑옷 방어력을 100% 무시하고 150%의 고정 파괴 피해를 입힙니다!]
"커, 헉……?!"
쿠간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가득 찼다.
자신의 최상급 갑옷이 단 일격에 쪼개져 나간 충격과 함께, 머리 위로 자그마치 2,500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적색 대미지 수치가 폭발하듯 떠올랐다. 단 한 방에 체력의 80%가 고갈된 비틀거림이었다.
지한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비틀거리는 쿠간의 목 인대와 척추 관절 결합선을 아스트라페의 칼날로 다시 한번 정밀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서각.
"끄, 윽……."
쿠간은 비명 한 마디 지르지 못한 채 두 눈의 초점을 잃고 무릎을 꿇었다.
이내 그의 몸은 차가운 빛의 가루가 되어 사망 페널티와 함께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가 쓰러진 눈밭 바닥 위로, 녀석이 쥐고 있던 [아이언 베어의 강철 도끼 (마법)]가 툭 떨어져 뒹굴었다.
단 두 번의 정교한 칼질에, 23레벨 거대 길드의 징벌대장이 5레벨 해체사에게 즉사당한 것이다.
"……어?"
길드 로비에 메아리치던 소음이 쥐죽은 듯 일순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남은 네 명의 징벌대원들은 사지가 마비된 것처럼 제자리에 우뚝 얼어붙었다. 23레벨 대장이 단 3초 만에 종이 조각 잘리듯 해체당하는 광경은 그들에게 이 세상 공포 그 자체였다.
지한은 바닥에 떨어진 마법 등급의 도끼를 주워 가방에 담았다.
스슥.
그는 아스트라페의 은빛 끝날을 가볍게 털어내며, 공포에 질려 부들부들 떠는 남은 네 명의 대원들을 향해 차갑게 칼끝을 겨누었다.
"다음 차례는 누구입니까?"
그의 뼈칼 끝날에서 뿜어지는 기괴한 스팀 아지랑이가, 아이언 크로우 깡패들의 깃털을 가차 없이 꺾어 발가벗길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