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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23화

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백화점의 대행상

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23화: 백화점의 대행상

오르비스 마도 백화점의 정문은 웅장함 그 자체였다.
은백색 대리석 기둥들이 도열해 있었고, 입구 위에는 오르비스 상단 연합의 황금빛 천칭 문양이 찬란하게 똬리를 틀고 있었다. 백화점 1층 로비로 들어서자마자 사방에서 흘러나오는 몽환적인 파이프 오르간 소리와 고급 향수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실시간으로 대륙 전역의 재화 시세가 흘러내리는 푸른색 홀로그램 전광판 밑으로, 비단 옷을 빼입은 대상인들과 번쩍이는 고레벨 장비로 치장한 최상위 플레이어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지한은 차분하게 3층으로 향했다.
3층은 백화점 내에서도 고가의 유물이나 희귀 도면, 비전 스크롤의 위탁 판매와 정밀 감정을 처리하는 최고급 거래 구역이었다.

지한은 3층의 한 고급스러운 대리석 카운터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고풍스러운 보라색 벨벳 정장을 입은 중년의 감정사가 오만한 눈빛으로 루페(감정용 돋보기)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루시앙 (Lucien) - Lv.30 마법학자]

그는 가죽 가면을 쓰고 허름한 가죽 가방을 멘 지한이 다가오자, 노골적인 냉소를 띠며 손바닥을 저었다.

"이봐요, 모험가. 이곳은 일반 사냥터에서 주운 몬스터 뼈다귀나 잡동사니를 파는 잡화점이 아닙니다. 최소 마법(Magic) 등급 이상의 유물이나 대도시 상위 제작용 도면만 취급하는 감정소이니, 볼일이 없다면 1층 잡화 상점으로 내려가시지요."

오만한 태도. 100만 코퍼를 들고 다녀도 3층에서는 대접받기 힘든 귀족 전용 구역다웠다.

지한은 표정의 변화 없이 말없이 가방에서 가죽 롤 케이스를 꺼냈다.
그리고 케이스 안의 낡은 양피지 롤, [고대 드워프의 마법 공학 자동 드릴 설계도]를 카운터 탁자 위에 툭 올려놓았다.

"이걸 위탁 경매에 올리려 합니다."

루시앙은 쯧쯧 혀를 차며 양피지를 대충 펴보았다. 귀찮다는 듯 루페를 눈에 가져다 댔던 그의 손길이, 양피지에 그려진 복잡한 드워프 기하학 배관망과 영롱한 마력 각인을 본 순간 우뚝 멈춰 섰다.

루시앙의 돋보기안경이 미끄러져 내렸고, 그의 오만하던 두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이건……! 단순한 고문서가 아니잖아? 이 마력 기호는…… 고대 드워프 광산 연합의 봉인이 확실해! 세상에, 실전되었다던 드워프 마법 공학 자동 굴착기 도면?!"

루시앙은 허겁지겁 테이블 위로 상체를 들이밀며 설계도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그의 손이 잘 익은 과일을 만지듯 조심스럽게 바뀌었다.

"이 도면이 있으면 오르비스 최대의 광업 길드인 '골든 오어(Golden Ore) 길드'에서 채굴 효율을 최소 30% 이상 끌어올릴 수 있는 기계를 양산할 수 있어! 이건…… 수십 골드를 줘도 모자랄 엄청난 이권 도면일세!"

루시앙의 오만함은 눈 녹듯 사라지고 급격히 굳은 기장감으로 변했다.
그는 지한의 눈치를 살피며 품속에서 금박 카드를 꺼내 쥐었다. 지한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라인하르트 백작가의 명예 조력자 배지를 그제야 알아차린 탓이었다.

"오, 백작가의 귀빈이셨군요! 무례를 사과드립니다! 이 도면이라면 마도 백화점의 이번 주 메인 경매에 즉시 올리겠습니다! 시작가는 최소 15골드로 설정하고, 수수료 역시 백작가 훈장 혜택과 VIP 예우로 일반 10%가 아닌 3%의 파격 대행 수수료만 적용해 드리겠습니다!"

3%의 위탁 수수료. 대도시 마도 백화점 역사상 전례가 없는 VIP 우대 조건이었다.

"좋습니다. 계약하죠."

지한은 위탁 판매 계약서에 서명하고 위탁증을 챙겼다.
경매가 성사되면 며칠 내로 최소 15골드 이상의 막대한 자금이 지한의 주머니와 현실 계좌로 쏟아져 들어올 터였다.

그가 만족스러운 발걸음으로 백화점 1층 로비로 내려섰을 때, 귓가에 다급한 귓속말 메시지가 요란하게 울렸다.

[크리스: 지한 형씨! 지금 오르비스 모험가 길드 1층으로 급히 와주셔야겠네! 시골 라르크에서 올라온 우리 파티가 자네의 대박 소문을 얘기하다가, 대도시의 악명 높은 거대 길드인 '아이언 크로우 (Iron Crow) 길드'의 깡패 녀석들에게 시비가 걸렸네! 녀석들이 형씨의 그 해체 기술과 아스트라페 뼈칼의 정보를 억지로 털어내려 협박하고 있네!]

지한의 눈매가 순식간에 차갑게 굳어버렸다.

대도시의 거대 사설 길드.
돈 냄새를 맡고 밑바닥 해체사인 자신을 털어먹으려 다가온 하이에나들이었다.

지한은 허리춤의 칠흑 같은 뼈칼 [아스트라페]를 슬며시 쥐어 잡았다.

"사냥감이 굴러들어오는군."

그의 독하고 차가운 살기가, 오르비스 광장의 화려한 가로수들 사이로 매섭게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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