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장인의 진가

22화: 장인의 진가
서거억-!
마지막 남은 고대 기계 병사의 목덜미 틈새를 아스트라페의 예리한 칼날 끝이 파고들었다.
은빛 뼈칼 끝에서 뿜어지는 태양의 잔열과 차가운 서리의 아지랑이가 기계의 중심 동력 회로를 얼어붙게 하고 이내 태워버렸다.
스으으으…….
붉은 안광이 꺼진 세 마리의 고대 기계 병사들이 차가운 강철 정원의 바닥에 웅장한 잔해가 되어 쓰러졌다.
"전투 종료! 부상자를 치료하라!"
단장 휴고의 지시와 함께 기사들이 빠르게 정비에 착수했다.
휴고는 칼을 검집에 꽂으며 지한에게 다가왔다. 그의 은색 투구 틈새로 보이는 눈동자에는 지한이 5레벨의 해체사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듯한, 순전한 경외감이 깃들어 있었다.
"지한 경, 방금 그 절단은 정말…… 대륙의 그 어떤 소드 마스터의 참격보다 날카로웠소. 강철 방패를 종이 자르듯 자르다니."
지한은 아스트라페를 가볍게 털어 허리춤에 꽂으며 답했다.
"무기가 좋은 덕분입니다. 해체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는 쓰러진 기계 병사들의 시체 앞에 섰다.
영웅 등급 [아스트라페]의 권능인 '해체 정밀도 +30%'와 '해체 속도 +40%' 스킬 피드백이 그의 손끝을 기분 좋게 찌릿하게 만들었다.
지한이 아스트라페의 칼끝을 기계 병사의 어깨 접합부에 대자마자,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스르르륵-!
마치 마술을 부리듯, 단단한 강철 볼트와 유압 실린더들이 뼈칼의 칼끝이 닿는 족족 분해 기하학 도면처럼 완벽하게 풀려나가며 제 알아서 툭툭 분리되어 나왔다. 이전에 기계 거미를 해체할 때 몇 분씩 호흡을 멈추고 하던 초정밀 작업이, 이제는 단 30초 만에 완벽하게 완수된 것이다.
[정밀 해체를 완료했습니다. 아스트라페의 신의 손길 발동: 성공률 100%!]
[재료 보존율 160% 달성!]
[획득한 전리품]
- 정밀한 마법 공학 기어 박스 (마법) x 3
- 고열 전동 배선 (일반) x 15
- 강화 강철 판금 (상급) x 12
- 마력 원소 석탄 (일반) x 6
"세상에, 마법 등급의 기어 박스가 3개나 한 번에 나왔다고?!"
지켜보던 펠릭스가 경악하여 소리를 질렀다.
마법 공학 장치 제작자나 드워프 장인들이 환장하며 사들인다는 최고급 엔진 기어 박스였다. 개당 시장가 최하 20실버를 호가하는 품목들이었다.
펠릭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지한의 어깨를 토닥였다.
"지한 군, 정말 자네는 우리 백작가의 가장 보물 같은 동반자일세! 이번 기여도를 정산해 대도시 유물 위원회와 오르비스 기계 학회에 자네를 대행 전문가로 공식 천거하겠네! 그리고 이건 작지만 내 감사의 표시일세."
펠릭스가 현장에서 은화가 가득 든 주머니를 내밀었다.
[의뢰 대금으로 5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이로써 지한의 골드 잔액은 20골드 87실버로 다시 늘어났다.
지한은 기사단이 입구를 경계하는 동안, 홀로 강철 정원 안쪽의 잠긴 비밀 서고실로 진입했다.
[마법 공학 감지 고글]을 내리자, 서고실 구석의 낡은 드워프제 철제 궤짝 밑에 깔려 있는 은빛 마력 회로의 궤적이 붉은색 격자 격자선으로 선명하게 펼쳐졌다.
지한은 아스트라페의 끝으로 궤짝의 마력 자물쇠를 부드럽게 찔러 결 해체 스킬로 봉인을 해제했다.
철컥.
상자 안에서 먼지 쌓인 양피지 롤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대 드워프의 마법 공학 자동 드릴 설계도]
- 등급: 마법 (Magic)
- 설명: 드워프 왕국에서 사용되던 특수 굴착용 기계 장치인 '마법 공학 자동 드릴'의 정밀 설계 도면입니다.
- 가치: 대장장이 길드나 채광 상단에 가져가면 엄청난 우호도 및 특별 제작 의뢰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설계 도면인가."
지한의 눈이 빛났다.
이것은 단순히 상점에 파는 보석과는 궤를 달리하는, 독점적인 기획 아이템이었다. 지한은 이 도면을 소중히 가방에 넣고 서고실을 나왔다.
유적을 무사히 빠져나온 지한 일행은 오르비스의 번화가로 복귀했다.
복귀하는 길에, 지한의 시선은 오르비스 상업 지구 한복판에 우뚝 솟은 장엄한 5층 규모의 초거대 백화점 건물에 머물렀다.
[오르비스 마도 백화점 (Orbis Mana Department Store)]
대도시의 최고급 마법 스크롤, 고유 마법 공학 장비, 엘리트 유저들의 거래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대륙 최대의 상업 허브였다.
지한은 가방을 툭 건드렸다.
영웅 등급 아스트라페와 드워프 설계 도면을 쥔 그에게, 이제 이 거대한 상업 도시의 심장부가 다음 무대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의 밑바닥 해체 마스터의 상업 연대기가, 드디어 오르비스의 주류 무대를 정복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