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결의 봉합

190화: 결의 봉합
아스트라페 콘체른을 통해 가상 대륙 전체의 경제와 물류 유통망을 완벽하게 장악한 지한은, 마침내 아르카디아 세계 전체의 물리 안정성을 영구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천공 요새 알바트로스 리레코드를 세계수 최정상에 다시 한번 고정 접박시켰다.
성역 요새의 눈부신 황금빛 오라가 아틀라스 세계수 최정상의 시스템 제어 연산실 입구를 밝히고 있었다.
지한은 차분히 연산실 내부로 진입하여, 스스로 회전하는 순백색의 아틀라스 물리 엔진 코어 앞에 섰다.
그의 고글 [아틀라스의 눈 - 리레코드] 너머로, 코어 곳곳에 남아 있는 고대의 미세한 연산 오차와 메모리 누수 균열들이 미세한 핏줄 모양으로 아른거렸다. 이 오차들을 완전히 봉합하지 못한다면, 언젠가 또다시 서버의 물리 붕괴 폭주가 발생할 우려가 있었다.
“마지막 봉합 수술을 시작해 볼까.”
지한은 인벤토리에서 카오스 게이트 정화를 통해 획득한 5개의 초전설 등급 '정제된 심연의 파편'들과 최종 보스 네메시스에게서 발라낸 '네메시스 매트릭스' 코어를 차례대로 꺼내 놓았다.
[물리 엔진 코어에 초전설 등급 '심연의 파편' 5개와 '네메시스 매트릭스'를 통합 이식합니다.]
[아르카디아 대륙 물리 세션의 영구 동기화 봉합 공정을 기동합니다. (동조율 100%)]
위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지한이 재료들을 코어 제어 회로 슬롯에 밀어 넣자, 순백의 코어가 찬란한 은백색의 오로라 마력을 폭사하며 급격하게 진동을 일으켰다. 이식된 초전설 재료들이 코어 내부의 벌어진 틈새를 매끄럽게 메우기 시작하자, 연산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폭등했다.
지한은 오른손의 초전설 뼈칼, [아스트라페 - 신의 해체자]를 꼬아 쥐고 코어 전면에 밀착해 섰다.
[고유 능력: '신의 해체 영역' 발동.]
[물리 엔진 코어를 둘러싼 수조 개의 물리 법칙 궤적선(Matrix Lines)의 미세 비틀림을 실시간 투시합니다.]
“원격 공간 인장 해체.”
서각-! 스각! 서거거거걱-!
지한의 뼈칼 날 끝이 코어 주변의 허공을 소름 끼치도록 섬세하고 정교한 가위질 궤적을 그리며 부드럽게 스쳐 지나갔다. 마력의 매듭을 자르는 칼질이 지나갈 때마다, 코어 내부에서 불균형하게 회전하며 융합을 방해하던 모든 낡은 보안 인장과 에러 찌꺼기 소스 코드들이 실타래처럼 깎여 나가 소멸했다.
동시에 지한은 기계 의수의 손바닥을 코어 중앙 구체에 대고 마력을 불어넣었다.
“원격 마력 쇄도.”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지한의 몸에서 방출된 백색의 무한한 에테르 마력이 코어 내부의 모든 물리 수식과 기하학적 링 구조를 결점 하나 없는 단단한 기하학적 대칭으로 영구 고정시켰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세계수 연산실을 넘어, 아르카디아 대륙 전체의 대지와 하늘에 은백색의 고요하고 신성한 광막이 햇살처럼 부드럽게 내리쬐기 시작했다.
그동안 서버 과부하로 인해 불규칙하게 발생하던 모든 물리 동역학 렉과 화면 지글거림 현상이 단 0.00%로 완벽하게 소멸했다. 유저들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황홀할 정도로 매끄러운 99.9% 오감 동조율의 진짜 가상 대륙의 평화를 온몸으로 만끽하며 감탄했다.
[시스템 메시지: 아르카디아 물리 엔진 코어의 최종 봉합 및 튜닝 완료!]
[월드 동기화 승격: 아르카디아 대륙이 임시 가상 세계에서 영구 불변의 '가상 독립 세계'로 영구 안정화 승격되었습니다!]
대륙의 멸망을 막고 세계의 뼈대를 고쳐 세우는 위대한 집도의가 마침내 성공리에 종료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지한은 세계수 난간 끝으로 걸어 나가 대륙의 웅장한 지평선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앞에는 끝없이 뻗어 나가는 푸른 대지와 유저들이 자유롭게 기동하는 비공정들의 은빛 궤적이 평화롭게 흐르고 있었다.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칼날 하나를 쥐고 사체를 뜯던 굶주린 해체업자.
그는 이제 가상 세계를 고치고 현실 세계를 장악한 절대적인 명의이자 군주로서 영원토록 쇠하지 않을 아스트라페 제국을 향해 웅장하고 거대하게 날개짓을 개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