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177화

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거탑의 자물쇠

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177화: 거탑의 자물쇠

크로노스 스파이어 거탑의 최종 청동 게이트, ‘연산의 문(Gate of Akasha Calculation)’은 단단한 고대 마도 청동으로 주조된 두께 10미터의 육중한 구조물이었다. 문 전면에는 수조 개의 4차원 격자무늬가 마치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처럼 비틀리며 회전하고 있었고, 그 중심에는 스스로 맥동하며 빛나는 구형 암호 결계 시스템인 ‘초전설 공간 좌표 자물쇠(Akasha Space Matrix Lock)’가 장착되어 있었다.

이 자물쇠는 단순히 암호를 입력해 여는 것이 아니었다. 아르카디아 대륙의 로컬 중력과 대지 좌표의 수식들이 실시간으로 회전축과 연동되어 회전하는, 네오넷의 개발자조차도 건드릴 수 없게 설계된 최종 봉인이었다.

“형님, 자물쇠 주위의 물리 장벽 압력이 최고조에 달해 있습니다. 만약 뼈칼을 들이대는 순간, 좌표 연산이 엉키며 대지 전체가 차원 왜곡으로 접혀 들어갈 우려가 있습니다!”
크리스가 탐사선의 계기판을 확인하며 창백해진 얼굴로 경고했다.

지한은 [아틀라스의 눈] 고글을 매만지며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섰다.

“공간 자체가 접혀 들어간다면, 그 접혀 들어가는 결 자체를 잘라내면 그만이다.”

지한은 오른손의 [아스트라페 - 신의 해체자] 뼈칼을 가볍게 움켜쥐었다. 칼날 끝에서 번져 나온 절대영도의 은빛 냉기가 청동 정문의 지글거리는 격자 결을 하얗게 얼리며 그 회전 궤적을 멈춰 세우기 시작했다.

[고유 능력: '신의 해체 영역' 발동.]
[공간 좌표 자물쇠의 프랙탈 연산 동조율을 고글로 실시간 분석합니다.]

그때, 크로노스 스파이어의 꼭대기 청동판들이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사방으로 쪼개져 나갔다.

쾅! 콰콰콰콰콰콰직-!

탑의 양쪽 벽면에서 기어 나온 존재들은 온몸이 고대 청동 장갑판과 푸른빛 마도 파이프라인으로 무장한, 신장 15미터 크기의 거대 청동 석상 거인인 '아카샤 스파이어 디펜더 (Atlas Spire Defender - Lv.60)' 2기였다. 놈들의 전면 장갑 포구에는 닿는 대상을 강제로 시스템 공간 압축 상태로 으깨버리는 시퍼런 '차원 왜곡 압착 광선'이 요란하게 충전되고 있었다.

“침입자…… 대지의 기류를 간섭하는 자여. 여기서 영원히 봉인되리라.”

디펜더 2기가 동시에 지한을 향해 시퍼런 압착 광선 폭풍을 난사했다. 지나가는 자리의 지면이 기하학적으로 압축되어 찌그러지며 대폭발이 일어났다.

지한은 의수를 앞으로 뻗었다.

“기가스, 놈들의 측면 동력을 억누르고 요격해라.”
“쿠오오오오오오오!”

아스트라페 기가스 거신이 공중으로 도약하며 한 디펜더의 머리를 짓누르며 덮쳤다. 거신의 30미터 거구가 낙하 충격으로 디펜더를 내리누르는 동안, 지한은 자신을 향해 덮쳐오는 또 다른 디펜더의 차원 압착 포격을 가만히 주시했다.

“오리진의 절대 영역.”

웅-!

지한의 전신을 둥글게 에워싼 백색 왜곡막 돔에 시퍼런 차원 압착 광선이 직격했다. 그러나 왜곡막의 굴절 공식에 닿는 순간, 광폭풍 포탄들의 진행 경로가 역방향으로 180도 휘어지며 역으로 포격을 가한 디펜더의 흉부 기어 프레임을 강하게 강타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자신들의 차원 압착 포격에 흉부가 완전하게 함몰된 디펜더가 중심을 잃고 뒤로 크게 비틀거렸다.

“이 찰나에 환부를 도려낸다.”

지한은 공중으로 도약하여, 뼈칼 [아스트라페 - 신의 해체자]를 청동 문의 공간 자물쇠 구형 코어에 무자비하게 수직으로 꽂아 넣었다.

[초전설 뼈칼 특수 기능: '절대 해체' 최종 가동.]
[공간 좌표 자물쇠의 기하학적 링 구조를 강제 해체 분해합니다.]

스각-! 서거거걱-!

지한의 뼈칼 날 끝이 자물쇠의 회전 구체를 훑고 내려가자, 절대 잠금장치를 지탱하고 있던 공간 수식들이 잘려 나간 거미줄처럼 사방으로 흩날리며 소멸했다.

철컥! 쩌저적!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수천 년 동안 닫혀 있던 크로노스 스파이어의 거대 청동 게이트가 반으로 깔끔하게 조각나 깨어지며 소리 없이 안쪽으로 무너져 내렸다. 그 너머로 마침내 베일을 벗은 탑의 최심부인 '크로노스 연산실'의 내부가 찬란한 백색 광채를 뿜어내며 공개되었다.

지한은 은빛 안개 폭풍을 헤치며 탑 내부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신대륙 노스가드 전체의 마도 주권을 완전히 틀어쥐기 위한 최종 수술의 도구인 기계 의수가, 탑의 제어 장치를 향해 절대적인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