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크로노스의 요격선

175화: 크로노스의 요격선
초전설 크로노-헬하임 기동선들로 개조를 완료한 아스트라페 비공정 선단은, 천공 요새 알바트로스를 선두로 노스가드 대륙의 중심부에 우뚝 솟은 청동 거탑 ‘크로노스 스파이어’를 향해 먹구름을 가르며 돌진했다. 비공정들의 엔진 끝에서 분출되는 백색 에테르 광염과 금빛 시간 가속 불꽃들이 혹한의 북방 밤하늘을 대낮처럼 찬란하게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크로노스 스파이어 주변 10킬로미터 영역에 진입하는 순간, 탑의 외벽을 둘러싸고 있던 거대한 톱니바퀴 장치들이 회전하는 소리가 천둥소리가 되어 하늘을 가득 메웠다.
고고고고고고고고고고고고궁-!
탑의 꼭대기에서 뿜어져 나온 흑적색 마력 연기가 허공에서 형체를 이루더니, 이내 30척에 달하는 거대한 강철 요격 비공정, '고대 요격 자동 비공정 (Akasha Interceptor - Lv.59)'의 선단을 실시간으로 소환해 내기 시작했다. 놈들은 고대 아카샤의 자동 생산 큐브 데이터를 기반으로 아바타처럼 주조된 무인 호위 비공정들이었다.
“적 선단 포위망 형성 완료! 30척 모두 우리를 향해 고압의 에테르 광폭풍 포대를 조준 중입니다!”
브릿지의 크리스가 주포 스위치를 꽉 쥔 채 숨 가쁘게 외쳤다.
“시간 낭비할 필요 없다. 크로노 뇌전 포격 시스템 가동해라.”
지한의 조용한 명치가 떨어졌다.
“알겠습니다! 전 선단, 시간 동조율 가속 3연사 사격 개시!”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아스트라페 선단 20여 척의 좌우현에 배치된 수백 문의 크로노 뇌전 주포들이 일제히 사격을 연사했다. 포구 끝에 고온의 번개가 끓어오르는 순간, 시간 가속 스파크가 튀며 0.1초의 사격 딜레이도 없이 백색의 뇌전 포탄 수천 발이 밤하늘을 조밀한 그물 모양으로 가득 매워 나갔다.
일반적인 포격전이라면 1발 쏘고 재충전하는 데 수십 초의 딜레이가 생겼겠지만, 지한이 이식한 크로노그래프 코어의 시간 가속 버프 아래에서는 1초에 수십 발의 연속 포격이 가능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직-!
무자비한 백색 뇌전 포탄 세례를 직격당한 고대 요격선들은, 표면에 둘러쳐져 있던 보안 왜곡 방패가 미처 연산되기도 전에 가속된 충격파에 닿아 순식간에 차례대로 얼어붙기 시작했다. 절대영도의 동결 냉기가 철골 프레임부터 마도 엔진까지 순식간에 아작을 냈고, 꽁꽁 얼어붙은 30척의 요격선들은 공중에서 거대한 유리 파편 더미가 되어 대지 아래로 무참하게 추락해 폭사했다.
“단 한 번의 포격 대열 사격으로 적 30척을 괴멸시키다니…… 이 정도면 제국 정규 공중 함대와 싸워도 1분 만에 몰살시킬 수 있겠어.”
기사단장 라울이 전율어린 목소리로 읊조렸다.
하지만 적들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크로노스 스파이어 아래의 자욱한 화산재 구름 속에서, 길이 100미터가 넘는 초거대 기계 요격 기함, '제너럴 아틀라스 (General Atlas - Lv.60)' 1척이 솟구쳐 올랐다. 놈의 겉면은 칠흑 같은 고대 암흑 장갑으로 덮여 있었고, 흉부의 초전설 주포 충전 에너지는 알바트로스의 왜곡막마저 일격에 찢어발길 수 있는 가공할 위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기함이 알바트로스의 충돌 코스를 노리고 돌격을 감행합니다! 거리가 너무 가깝습니다!”
크리스가 기겁하며 외쳤다.
지한은 차분하게 고글 [아틀라스의 눈]의 주파수를 적 기함의 중심 기어 엔진에 고정했다.
“기가스, 사냥감을 뜯어낼 준비를 해라.”
지한의 뇌파 조율에 아스트라페 기가스 거신이 알바트로스의 선수 갑판에서 강철 양발을 구르며 힘차게 뿜어져 공중으로 웅장하게 도약했다. 30미터 크기의 거신이 지상 2,000미터 높이의 밤하늘을 종횡 비행하는 광경은 그 자체로 절대적인 공포였다.
쿵-!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기가스가 적 기함 제너럴 아틀라스의 갑판 한가운데로 다이렉트 수직 낙하하며 착지하자, 적 기함의 두꺼운 철판 장갑이 종이 상자처럼 함몰되며 고철 파편을 방출했다.
지한 역시 알바트로스의 브릿지 유리를 베어 넘기며 [아스트라페 - 신의 해체자] 뼈칼을 꼬아 쥐고 기가스의 어깨 위로 웅장하게 하강 낙하했다.
“기함의 껍데기부터, 그 안에 숨겨진 마력의 결을 발라내어 해체해 주마.”
지한의 뼈칼 날 끝에서 시린 오로라 광채가 폭풍처럼 뿜어 나왔고, 그의 눈빛은 이미 적 기함의 모든 동력 프레임의 해체 좌표를 완벽하게 조각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