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사령관의 심장

171화: 사령관의 심장
티탄 제너럴 크로노스의 강철 목덜미 관절에 깊숙이 꽂혀 들어간 [아스트라페 - 신의 해체자]의 칼날에서 푸른빛 동결 서리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섭씨 영하 250도에 육박하는 절대영도의 냉기가 크로노스의 마도 기계 회로 파이프라인을 실시간으로 얼려 무력화하며 신경망을 장악해 갔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악! 침입자…… 내 몸에서 손을 떼라!”
크로노스가 격노하여 자신의 가슴 한가운데 탑재된 연산 엔진을 강제로 폭주 시켰다.
지한을 떼어놓기 위해 크로노스는 자기 자신의 좌표 주위로 극단적인 '시간 지연 과부하 펄스'를 왜곡 방출했다. 지한이 매달린 목 주변의 공간이 강제로 팽창하며, 둘 사이의 거리가 물리적으로 수십 미터 늘어나는 듯한 좌표의 심각한 렉(Lag) 현상이 발생했다.
하지만 지한의 [아틀라스의 눈] 고글은 이 시간 팽창의 렉 현상조차도 단순한 수식의 왜곡선들로 분석해 표기하고 있었다.
“자신의 몸을 찢어가면서까지 시간을 늘려 나를 피하려 하다니, 훌륭한 생존 판정이다. 하지만 이미 수술대 위에 누운 환자가 발버둥 친다고 수술이 멈추지는 않는다.”
지한은 뼈칼을 쥔 오른손에 아포칼립스 에테르 마력을 집중했다.
[초전설 뼈칼 고유 특성: '절대 해체' 활성화.]
- 거리 왜곡 및 시간 지연 판정 완전 무효화. 대상의 물리 충돌 상자(Hitbox) 강제 고정.
서걱-!
뼈칼을 가로로 짧게 꺾어 긋는 찰나, 크로노스가 시간 팽창으로 늘여놓았던 가상의 수십 미터 공간이 얇은 유리가 깨지듯 와장창 박살이 났다. 왜곡되었던 지한의 위치가 순식간에 크로노스의 목덜미 원위치로 좁혀지며 밀착했다.
“해체(Scavenge).”
지한의 단호한 선언과 함께, 크로노스의 사지 관절을 연결하고 있던 거대한 중력 핀과 마도 와이어들의 결합선들이 지한의 시야에서 붉은색 궤적으로 일제히 그어졌다.
[고유 능력: '원격 공간 인장 해체'를 사지 관절 전체에 연쇄 발동합니다.]
스각! 스각! 서거거거걱-!
눈이 멀 정도의 시린 은빛 궤적 수십 개가 크로노스의 양어깨와 무릎 관절을 교차하여 지나갔다. 단 한 방울의 피도 흐르지 않는 정교한 해체 수술이었다.
철커덕! 쿵! 콰아아아앙-!
크로노스가 쥐고 있던 5미터 크기의 제국 보검과 놈의 양팔 강철 프레임이 칼로 벤 듯 매끄러운 단면을 드러내며 바닥으로 먼저 잘려 나가 무참하게 박창이 났다. 무릎 관절의 인장마저 해체된 크로노스는 더 이상 서 있지 못하고 대연회실 바닥으로 쿵 하고 무릎을 깊게 조아렸다.
양팔과 다리가 뜯겨 나간 거신병 사령관의 흉부 중앙 장갑판이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드러났다.
지한은 주저 없이 기계 의수로 크로노스의 흉부 중앙 장갑 틈새를 움켜쥐고 강제로 뜯어냈다.
쩌저적! 쾅!
그 안쪽에서 수많은 금속 톱니바퀴들과 모래시계 모양의 투명한 연산 튜브가 결합한, 황홀할 정도로 눈부신 금빛의 코어가 기묘하게 스스로 째깍거리며 심장처럼 박동하고 있었다. 헬하임 요새의 모든 군대를 움직이고 시간의 물리 법칙을 왜곡하던 동력원이었다.
지한은 [아스트라페 - 신의 해체자] 뼈칼을 밀어 넣어, 그 금빛 코어를 둘러싼 수십 개의 기계 신경선들을 한 가닥씩 깔끔하게 잘라내 발라내었다.
사각. 철컥!
마침내 코어가 크로노스의 몸체에서 부드럽게 이탈하여 지한의 의수 손안에 쥐어졌다.
[시스템 메시지: 요새 헬하임의 영웅 등급 군단장 '티탄 제너럴 크로노스' 완전 해체 완료!]
- 전리품: 초전설 등급 '티탄 코어 - 크로노그래프 (Mythic)' 1개 수집 완료.
- 전리품: '고대 제국 군단장의 장갑 파편' 15개 수집 완료.
“……요새의 통제권이 침묵합니다.”
크리스의 수신기 목소리가 들렸다.
크로노스의 동체가 빛가루가 되어 소멸하는 순간, 요새 벽면에 새겨져 어지럽게 빛나던 붉은 고대 룬 문자들이 일제히 동결을 멈추고 고요한 은빛으로 완전히 잦아들었다. 요새 헬하임 전체를 철통같이 감싸고 위협하던 강력한 냉기 소용돌이 장막도, 이제는 지한의 최고 관리자 주파수 명령에 굴복해 은빛의 평화로운 마력 안개로 개조되어 아스트라페의 장벽으로 편입되었다.
웰링턴 백작을 비롯한 영지 기사단과 아스트라페 단원들은 전율어린 눈빛으로 지한을 우러러보았다.
신대륙 노스가드의 심장이자, 역사상 그 누구도 접근하지 못했던 고대의 철옹성 헬하임 요새가, 아스트라페의 회주 강지한의 해체 칼날 아래에서 완전히 함락되어 그의 개인 성채가 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