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얼어붙은 요새의 군주

169화: 얼어붙은 요새의 군주
노스가드 대륙의 중심부, 끈질기게 몰아치는 눈보라를 뚫고 마침내 그 압도적인 실루엣이 위용을 드러냈다.
그곳은 수천 년간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만년설 산맥의 암벽을 깎아 만든 듯 웅장한 빙하 성채, ‘얼어붙은 요새 - 헬하임(Frost Fortress - Helheim)’이었다. 높이 수백 미터에 달하는 푸른빛 투명한 성벽 주변에는, 닿는 모든 생명을 강제로 동결시키는 냉기 소용돌이 장막이 밤하늘을 온통 휘감아 도는 절대 장벽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 성채의 성벽 위에는, 붉은 안광을 번뜩이는 철제 장갑으로 온몸을 감싼 고대 제국의 자동 방어 병기, '고대 마도 기계 군단병 (Lv.58~60)' 수천 기가 성벽을 따라 촘촘히 도열해 있었다.
“형님, 전방의 헬하임 요새 외곽 포대들의 마력 동조율이 감지되었습니다. 놈들은 성벽 전체에 배치된 300문의 '마도 차원 요격포'를 가동하여 공중 접근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습니다!”
알바트로스 요새의 브릿지에서 크리스가 모니터링 화면을 조작하며 보고했다.
“요격포의 사격 궤적이 이미 우리 요새의 중력 비틀림 장벽 외곽을 두들기기 시작했습니다!”
조종석의 기사단장 라울이 핸들을 조여 쥐며 다급하게 보고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앙-!
요새 성벽에서 발사된 검붉은색 마도 포탄 백여 발이 공중을 가르며 날아와 알바트로스의 백색 왜곡 장벽 표면에서 격렬하게 폭발했다. 비록 장벽을 뚫지는 못했으나 요새 전체가 지진을 만난 듯 육중하게 흔들렸다.
지한은 [아틀라스의 눈] 고글을 매만지며 선수 갑판으로 걸어 나갔다. 그의 눈빛은 고요하면서도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포격에는 포격으로 응수한다. 거신 아스트라페 기가스, 포격 대기.”
지한의 뇌파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알바트로스 요새 하부에 매달려 있던 30미터 크기의 거대 거신, 아스트라페 기가스가 육중한 스팀 제트를 내뿜으며 지상으로 강하했다.
쿵-!
영구 동토의 평원이 땅이 꺼질 듯한 굉음과 함께 주저앉았다. 착지한 기가스의 흉부 해치가 좌우로 갈라지며, 그 안쪽에서 아포칼립스 마력과 야철 주괴가 융합된 나선형의 초전설 주포 포신이 허공으로 그 위용을 길게 드러냈다.
[거신병 무장 가동: '아틀라스 절대영도 파동포'의 연산을 개시합니다.]
- 속성: 영구 동결 (섭씨 영하 273도 고정)
- 범위: 일직선 전방 2,000미터 세그먼트 전체 공간 타격
“발사해라.”
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아스트라페 기가스의 가슴 중앙에서 뿜어져 나온 백색의 굵직한 극초고압 파동 광선이 헬하임 요새를 향해 일직선으로 격렬하게 사출되었다.
빛이 지나가는 궤적 자체의 대기가 얼어붙으며 하얀 눈꽃 터널을 만들어 냈고, 요새 성벽 위에서 들이치던 검붉은 요격 포탄 수백 발이 공중에서 동결되어 돌가루가 되어 아래로 추락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절대영도의 파동포가 헬하임 요새의 우측 성벽과 150문의 요격 포대들을 정면으로 직격했다. 폭발의 화염은 없었다. 대신 지독하리만치 하얀 동결 안개가 폭풍처럼 들이치더니, 높이 100미터에 달하던 요새의 두꺼운 철제 방어벽과 기계 포탑들이 단 1초 만에 투명한 유리 결정처럼 꽁꽁 얼어붙어 하얀 성에 장막에 휩싸였다.
쿵! 쿵! 쿵!
아스트라페 기가스가 거대한 보폭으로 진격해 얼어붙은 성벽을 향해 거대한 철권으로 횡베기 펀치를 날렸다.
콰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직-!
유리창이 산산조각이 나듯, 절대영도로 얼어붙어 연성이 완전히 사라진 고대의 요새 성벽 수백 미터와 자동 포탑들이 거신의 철권에 닿자마자 미세한 얼음 가루가 되어 폭발적으로 무너져 내렸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혹한의 성채 외곽이 단 두 번의 공격만으로 무참하게 뜯겨 나간 것이다.
“전 군, 성채 내부로 진격해라.”
지한의 명령과 함께 알바트로스의 화룡 에테르 뇌전 주포들이 남은 방어 요새를 향해 무자비한 사격을 연사하기 시작했다.
아스트라페의 비공정 선단과 백색 갑옷을 두른 기사단이 무너진 성벽의 균열 사이로 도를 넘어선 맹공을 가하며 파도처럼 진입하기 시작했다.
지한은 요새 헬하임의 가장 웅장한 강철 정문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문 뒤에서 뿜어져 나오는, 요새의 진짜 지배자이자 고대 제국의 사령관이었던 존재의 무시무시한 마력 파동을 감지하면서도, 지한은 [아스트라페 - 신의 해체자] 뼈칼을 가볍게 꼬아 잡고 차갑게 소리쳤다.
“뼈칼을 들이댈 환부가 아주 마음에 드는군.”
요새의 심장을 완전히 도려내어 노스가드를 아스트라페의 천하로 선포하려는 강지한의 거침없는 진격이, 부서진 요새의 눈바람 속에서 웅장하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