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거신 주조

168화: 거신 주조
기가스 하이브의 심층 조립 광장. 거대하고 두꺼운 현무암 벽면들로 둘러싸인 광장의 지면에는, 신장 3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마도 기계 거신의 강철 뼈대가 웅장하게 누워 있었다. 천장에 설치된 수십 개의 초대형 기계 크레인과 고대 마도 수술 로봇 팔들이 요란한 금속 마찰음을 내며 거신의 관절 프레임을 정밀하게 결합해 가고 있었다.
이 거신병의 정식 명칭은 고대 마도 제국의 전설적인 공성 병기인 '기가스 오리진 타이탄 (초전설 등급)'의 설계 데이터였다.
지한은 콘솔 베이 위에 서서 초전설 뼈칼 [아스트라페 - 신의 해체자]를 꼬아 잡았다. [아틀라스의 눈] 고글을 통해, 조립되는 거신의 심장부인 ‘마도 엔진 동조 영역’의 3차원 설계 수식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브로크 족장, 제련해 둔 초전설 야철 강판들과 서리 코어의 잔여 파편들을 거신의 전면 장갑 프레임에 도킹시켜라. 조립 공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마력 주파수를 고정해.”
“오오! 즉시 유압 크레인을 기동하겠네! 야철 장갑 도킹 개시!”
브로크 족장의 쩌렁쩌렁한 고함에 드워프 기계공들이 레버를 당겼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무게만 수십 톤에 달하는 순백색의 투명한 초전설 야철 장갑판들이 거신의 거대한 흉부와 사지 관절 위로 내려앉았다. 일반적인 마도 공학 기술로는 이런 거대 질량의 초전설 금속들을 단 1밀리미터의 공차도 없이 기밀하게 조립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웠다. 냉기와 열기가 급격하게 팽창하며 금속이 틀어지기 때문이었다.
지한의 뼈칼이 허공을 향해 조용히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고유 능력: '신의 해체 영역'을 광장에 전개합니다.]
[조립 마디 간의 열역학적 팽창 계수를 0으로 고정합니다.]
스각-! 서거걱-!
뼈칼이 움직일 때마다 조립되는 장갑판 사이사이에 흐르던 비정상 마력 장력과 원소 반발 결속들이 부드럽게 잘려 나가며 공중으로 증발했다.
동시에 지한은 기계 의수를 쭉 뻗어 마력을 불어넣었다.
“원격 마력 쇄도.”
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지한의 전신에서 방출된 백색 에테르 광선이 거신병의 동력 파이프라인 전체를 관통하여 흘러갔다. 잘려 나간 보안 인장의 빈자리를 백색 마력이 단단히 매치하며, 수만 개의 기어와 실린더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려 흐르는 도식으로 영구 고정되었다.
철컥! 철커덕! 철컥!
거대한 관절 프레임들이 마치 살아 숨 쉬는 기계 생명체처럼 부드럽고 완벽하게 맞물려 들어가는 광경에 드워프 장인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믿을 수 없군! 조립 공차가 단 1나노미터도 발생하지 않다니! 전설의 대장장이 헤파이스토스가 살아 돌아와도 이보다 정교하게 주조할 수는 없을 걸세!”
몇 시간의 정밀 주조 공정 끝에, 마침내 거대한 격납고의 강철 잠금 차단벽이 요란한 기계음과 함께 좌우로 열렸다.
치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자욱한 백색 스팀 안개를 뿜어내며, 순백색의 야철 장갑으로 두껍게 무장한 거대 기계 병기가 대지 위로 천천히 상반신을 일으켜 세웠다.
두 눈에는 푸른빛 서광이 타오르고 있었으며, 흉부 한가운데에는 아포칼립스 마력 계열의 미세 조율 코어가 태양처럼 백색의 빛을 내뿜고 있었다.
[주조 완료: '초전설 거신병 - 아스트라페 기가스 (Mythic)'가 가동됩니다!]
- 신장: 32미터
- 방어 장갑: 초전설 야철 장갑 (절대 영도 영하 273도 방출)
- 고유 장비: '아틀라스 절대영도 파동포'. 일직선상의 모든 대상과 공간을 영구 동결 상태로 해체 절단하는 공성 포격기.
- 지배권: 강지한 (100% 동조 소유)
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거신 아스트라페 기가스가 대지 위에 두 발로 굳건하게 올라서는 순간, 놈의 동체에서 방출된 절대영도의 중력 역장이 골짜기 전체를 하얗게 동결시키며 평원을 감싸 안았다. 30미터가 넘는 거신병이 지한의 생각(뇌파) 하나에 맞춰 손가락을 구부리고 고개를 까닥이는 모습은, 가상 대륙 아르카디아의 역사상 그 어떤 길드나 군대도 가지지 못했던 절대 무력의 실체화였다.
지한은 거신의 푸른 눈빛을 올려다보며 차갑게 속삭였다.
“이제, 아르카디아 대륙에 진정한 해체의 군대가 무엇인지 보여줄 차례군.”
아스트라페 기가스의 육중한 기계음이 동굴 내부를 뒤흔들며, 신대륙 노스가드의 깊숙한 영토 전체에 새로운 철혈의 지배를 선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