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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166화

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에러의 심장

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166화: 에러의 심장

에러 협곡의 가장 깊숙한 계곡 밑바닥. 사방에서 몰아치는 칠흑 같은 차원의 먼지바람과 렉이 걸려 지글거리는 흑적색 오로라의 중심에는, 높이 15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칠흑색 수정 기둥이 허공에 정박한 채 떠 있었다. 그것이 바로 이 금단의 골짜기를 지탱하며 공간 자체를 오염시키고 있는 ‘폭주하는 에러 오벨리스크’였다.

오벨리스크의 표면에는 수억 개의 손상된 파일 경로와 깨진 메모리 번지(Address)의 소스 코드들이 마치 붉은색 혈관처럼 끊임없이 맥동하며 흐르고 있었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오벨리스크가 한 번 회전할 때마다, 지한이 서 있는 영구 동토의 지면이 마치 컴퓨터 그래픽의 노이즈 현상처럼 쩍쩍 갈라지며 바닥 아래의 텅 빈 ‘가상 가상 공허(Null Space)’를 드러냈다. 일반 유저가 발을 딛는다면 즉시 게임 클라이언트가 튕겨 나가거나 계정이 소실될 정도의 가공할 물리 엔진 오동작 상태였다.

“형님, 오벨리스크 주변의 중력 왜곡 주파수가 요새 알바트로스의 초전설 장벽마저 밀어내고 있습니다! 더 이상 접근하는 것은 자살행위입니다!”
크리스가 탐사선 안에서 중력 경보 장치를 움켜쥐며 이를 악물었다.

지한은 [아틀라스의 눈] 고글의 초정밀 렌즈를 오벨리스크에 고정했다.

“위험한 환부일수록, 그 심부를 도려냈을 때 쏟아지는 수확물이 달콤한 법이지.”

지한은 천천히 걸어가며 초전설 빙산 뼈칼 [아스트라페 - 신의 해체자]를 꼬아 쥐었다. 뼈칼의 칼날 끝에서 번져 나온 절대영도의 시린 안개가 주변의 차원 먼지바람을 하얗게 얼리며 지한의 발밑에 단단한 얼음 디딤판을 만들어 냈다.

[고유 능력: '신의 해체 영역' 발동.]
[에러 오벨리스크를 감싸고 있는 물리 법칙 붕괴 장막의 매듭을 투시합니다.]

오벨리스크의 흑색 수정 내부, 수조 개의 에러 연산식들이 얽히고설켜 뭉쳐 있는 가장 핵심적인 데이터 연결점(Core Knot)이 지한의 고글 너머로 시뻘건 과녁이 되어 선명하게 돋아났다.

“원격 공간 인장 해체.”

지한이 뼈칼을 대각선으로 길게 베어 넘겼다.

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뼈칼에서 방출된 은빛 참격이 오벨리스크를 둘러싼 차원 왜곡 장막과 충돌했다. 장막은 스스로 지한의 참격을 튕겨내기 위해 수천 개의 ‘보안 에러 로그’ 텍스트들을 붉은색 침바늘 모양으로 시각화하여 지한의 전신을 향해 빗물처럼 쏟아냈다. 닿는 모든 물리 연산력을 영구 정지시키는 죽음의 침바늘이었다.

지한은 의수를 앞으로 내밀었다.

“오리진의 절대 영역.”

웅-!

지한의 전방에 펼쳐진 백색 왜곡막에 쏟아지던 붉은 침바늘 수천 개가 정면으로 직격했다. 하지만 닿는 순간, 바늘들의 물리 벡터 좌표가 뒤틀려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튕겨 나간 바늘들은 오히려 오벨리스크를 에워싸고 있던 왜곡 장막의 외곽 지지 회로들을 사정없이 관통하여 파괴했다.

“자가 방어 시스템마저 내 칼 앞에서는 자해 도구일 뿐이다.”

지한은 공중으로 도약했다.

그의 신형 뼈칼 [아스트라페 - 신의 해체자]가 투명한 빙산의 빛을 내뿜으며 오벨리스크의 가장 심부, 붉게 끓어오르는 코어 매듭에 정확하게 박혀 들어갔다.

푸우욱-!

오벨리스크가 엄청난 굉음을 내며 부르르 떨었다.

[보안 차단: 침입자가 오벨리스크의 코어 세그먼트에 접촉했습니다.]
[자가 붕괴 프로토콜 가동. 주변 500미터 공간 영구 삭제를 시도합니다.]

“원격 마력 쇄도.”

지한은 기계 의수의 동조율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렸다. 요새 알바트로스의 초전설 아포칼립스 무한 에테르 엔진이 품은 정제된 백색 에너지가 지한의 팔을 타고 흘러가, 수정 기둥 내부의 에러 소스 코드들을 폭포수처럼 씻겨내며 지한의 관리자 주파수로 강제 포맷팅하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칠흑 같던 오벨리스크가 아래에서부터 눈부신 청백색의 순백 수정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붉게 점멸하던 에러 로그의 핏줄들은 차례대로 연두색의 ‘완전 동기화’ 데이터 신호로 정화되었다.

쩍! 쩌적!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마침내 대지를 뒤흔들던 거대한 에러 오벨리스크가 기하학적으로 깨끗하게 잘려 나가 분해되며, 찬란한 백색의 빛의 파편이 되어 온 계곡 사방으로 눈부시게 폭발해 흩어졌다.

그와 동시에 계곡을 뒤덮고 있던 공간 렉과 화면 지글거림, 그리고 불쾌한 전자기 소음들이 거짓말처럼 한순간에 걷혔다. 렉이 걸렸던 대지는 고요하고 견고한 영구 동토의 푸른빛 평원으로 복구되었고, 찢어졌던 하늘은 별빛이 흐르는 웅장한 밤하늘의 자태를 되찾았다.

[시스템 메시지: 폭주하는 에러 오벨리스크의 완전 해체에 성공했습니다!]

지한은 공중에서 떨어지는 손바닥 크기의 푸른빛 기계 칩을 집어 올렸다.

[아이템 분석: '정제된 물리 제어 엔진 칩']

지한은 이 칩을 가볍게 매만지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
이 칩이 있다면, 이제 노스가드 대륙 전체를 네오넷의 개발진이나 사법 기관의 통제조차 닿지 않는 강지한만의 ‘영구 독립 영지이자 사설 서버 영토’로 세울 최후의 기틀이 완성된 셈이었다. 가상과 현실을 잇는 지한의 위대한 설계는 이제 그 누구도 멈출 수 없는 절대적인 지배의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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