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금단의 영지

164화: 금단의 영지
기가스 하이브의 전권을 장악하고, 신의 권능에 달한 뼈칼 [아스트라페 - 신의 해체자]의 주조까지 마친 지한은 망설임 없이 기지의 본격적인 영토 확장을 명령했다. 아스트라페 콘체른의 깃발이 기가스 하이브의 거대한 톱니바퀴 탑 위로 높이 게양되었고, 알바트로스 요새에서 수송선들이 분주히 오가며 고대 유적을 아스트라페의 전초 기지이자 무기 공장으로 요새화하기 시작했다.
“형님! 기가스 하이브에서 남동쪽으로 약 30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 지도상에 전혀 기록되지 않은 이상 마력 균열 지대가 확인되었습니다.”
크리스가 탐사 드론의 실시간 중계 화면을 지한의 고글 모니터로 전송하며 보고했다.
지한은 [아틀라스의 눈 - 리레코드] 고글을 활성화하여 전송된 화면을 응시했다.
그곳은 검은색의 거대한 대지 균열들이 지그재그 모양으로 얽혀 계곡을 이룬 형상이었다. 그 계곡 아래에는 흰색과 적색의 정체불명의 가상 에러 텍스트들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고, 주변의 공간 자체가 렉이 걸린 모니터 화면처럼 잘게 찢어지고 뒤틀리는 기현상이 반복되고 있었다.
[지역 발견: 금단의 에러 협곡 - '에러 밸리 (Error Valley)']
- 분류: 개발 실패 세그먼트 (Glitch Zone)
- 위험도: 측정 불가 (물리 궤적 붕괴 지역)
- 설명: 네오넷의 아르카디아 물리 엔진 초기 개발 시절, 렌더링에 실패한 대규모 물리 충돌 쓰레기 데이터들과 손상된 시스템 소스 코드가 영구 동토의 극저온 마력과 기묘하게 뒤엉켜 고착화된 오염 영역.
“개발진이 서버 구석에 처박아두고 잊어버린 쓰레기 처리장이군.”
지한이 읊조렸다.
“그렇습니다. 저곳은 물리 법칙 자체가 무작위로 깨지는 구역이라, 일반 비공정은 접근하자마자 선체가 90도로 꺾여 땅으로 처박힌다고 합니다. 네오넷 운영진도 아예 포기하고 장벽을 쳐서 방치해 둔 모양입니다.”
크리스가 고개를 저었다.
“네오넷이 쓰레기를 내버려 뒀다면, 청소부(Scavenger)인 내가 수거해서 뜯어내는 게 순리겠지. 저 에러 계곡을 다 뜯어내면 대륙 역사상 한 번도 발견되지 않은 희귀한 물리 데이터 파편이 쏟아질 거다.”
지한은 [아스트라페 - 신의 해체자] 뼈칼을 가볍게 칼집에 차 넣고 탐사선 스패로우에 탑승했다. 크리스와 기사단장 라울, 그리고 대규모 마도 공학 수거팀이 뒤를 따랐다.
스패로우는 요새 알바트로스에서 방출되는 무한 에테르의 왜곡막 지원을 받으며 조심스럽게 에러 밸리의 입구에 정박했다.
탐사선에서 내리는 순간, 지한의 발밑의 공기가 날카로운 파열음을 내며 지글거렸다.
시선이 닿는 모든 바위와 얼음벽의 질감이 점토처럼 흐물거리다가도, 순식간에 강철처럼 딱딱해지기를 반복했다. 물리 동역학 법칙이 실시간으로 왜곡되는 치명적인 영역이었다.
그때, 갈라진 바위 틈새에서 찢어지는 듯한 기계음 섞인 비명이 계곡 전체를 뒤흔들었다.
치이이이이이이이이익-!
검은색 차원 균열 속에서 기어 나온 존재들은, 머리가 3개 달린 거대한 구렁이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온몸이 마치 모자이크 그래픽이 깨진 것처럼 일그러진 푸른빛과 붉은빛의 광선 입자로 이루어진 마수들이었다.
[변종 에러 마수: '글리치 파이톤 (Glitch Python - Lv.58)' 무리가 출현했습니다!]
- 상태: 불확정 물리 상태 (상시 물리 공격 면역 확률 90%)
- 스킬: 차원 융기 폭발 (닿는 대상을 강제로 시스템 오버플로우 상태로 만듦)
글리치 파이톤 3마리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지한 일행을 향해 지그재그의 비정상적인 속도로 쇄도했다. 놈들의 동체가 움직일 때마다 지나가는 자리의 지면이 기하학적으로 조각나며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형님! 놈들은 물리 좌표가 상시 왜곡되어 있어서 우리 마도 총탄이나 기사단의 참격이 허공을 그냥 관통해 버립니다! 맞추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크리스가 총탄을 난사했으나, 탄환들은 파이톤의 몸을 그대로 통과해 뒤편의 암벽에 박힐 뿐이었다.
라울 역시 방패를 앞세우며 뒤로 비틀거렸다. 놈들의 꼬리 치기 한 번에 방패의 방어 수치 연산에 오차가 생기며 방어막이 통째로 오프라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리 면역에 좌표 왜곡이라. 네오넷이 제대로 쓰레기를 만들어 놨군.”
지한은 차분하게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는 새로 주조한 초전설 등급의 절대 무기, [아스트라페 - 신의 해체자]의 차가운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뼈칼의 칼날 끝에서 번져 나온 절대영도의 파란 오로라가 지한의 오른팔 전체를 감싸 안았다.
[고유 능력: '신의 해체 영역'을 발동합니다.]
[초전설 뼈칼의 고유 특성: '절대 해체'가 상시 활성화됩니다.]
- 가상 물리 법칙의 상시 예외 처리 권한 획득. 대상의 모든 에러 좌표 보정 연산 개시.
지한의 고글 [아틀라스의 눈] 너머로, 글리치 파이톤들의 깨진 입자들 사이에 숨어 있는 유일한 물리적 ‘진짜 뼈대(Entity Coordinate)’가 붉은색 실선이 되어 촘촘하게 찍혔다.
지한은 쇄도하는 마수들의 파괴적인 차원 폭발을 향해 뼈칼을 비스듬히 치켜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