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독점의 권한

16화: 독점의 권한
"전부 내 몫이다."
지한은 붉은 용암의 열기가 아직 가시지 않은 하운드의 사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손에는 드워프 장인 브록이 준 [불칸의 정밀 조율 핀셋]과 마법 등급 뼈칼이 쥐여 있었다.
쉬이이익, 투둑.
열다섯 마리의 기계 야수들이 철교 위에 무질서하게 널브러져 있는 광경. 일반 유저들에게는 그저 인벤토리만 차지하는 쇠 찌꺼기 덤불로 보였겠지만, 지한의 '구조 정밀 투시' 스킬 필터를 통해 본 그것들은 최고급 기계 부품들로 조밀하게 얽힌 황금광산이나 다름없었다.
지한은 해체에 착수했다.
하운드의 등판에 있는 '마그마 가열 실린더'를 고정하고 있는 청동 볼트들을 핀셋 끝날로 부드럽게 비틀어 풀어냈다. 고열 배선이 얽힌 틈새를 뼈칼로 정확하게 긁어내 마력의 피드백을 차단했다.
공장의 좁은 먼지 조립 라인에서 12시간씩 눈을 부릅뜨고 마이크로 칩을 다루던 집념과 끈기가 지한의 손끝에 실려 있었다.
서거억, 툭. 팅.
"하나."
기계 사냥개들의 몸통에서 붉은빛의 가열 실린더와 촘촘한 구리 전도선들이 손상 하나 없이 매끄럽게 적출되어 지한의 특제 가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가방의 무게 감소 50% 옵션 덕에 수십 킬로그램의 고철들이 들어찼음에도 어깨가 가벼웠다.
기사들은 침을 삼키며 지한의 신들린 분해 작업을 지켜보았다.
그들의 눈앞에는 지한이 해체를 마칠 때마다 청명한 시스템 사운드와 함께 고등급 재료들의 획득 알림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정밀 해체를 완료했습니다. 재료 보존율 146%!]
[정밀 해체를 완료했습니다. 재료 보존율 151%!]
[획득한 전리품]
- 완벽한 마그마 가열 실린더 (상급) x 12
- 고열 전도 구리 도선 (일반) x 60
- 주철 판금 조각 (상급) x 30
- 화염 원소의 정수 (마법) x 5
"세상에……."
휴고 기사단장의 조수 역할을 하던 마도병이 중얼거렸다.
"저 실린더는 오르비스 마법공학 공방에서 개당 최소 10실버 이상에 매입하는 귀한 엔진 부품입니다. 게다가 화염의 정수까지 다섯 개라니…… 방금 한 번의 해체로 최소 2~3골드 가량의 재료를 독식한 셈이군요."
기사들의 눈에 부러움이 서렸다. 하지만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지한의 신들린 약점 투시와 지휘가 없었더라면, 그들은 이미 이 하운드들의 턱에 물려 전멸했거나 다리가 녹아내렸을 터였다. 지한은 오직 자신의 실력만으로 이 독점의 권한을 증명해 보인 것이다.
"다 마쳤습니다. 전진하죠."
지한이 가방을 닫으며 담담히 말했다. 그의 마력 해체 숙련도는 어느덧 52%를 돌파하고 있었다.
일행은 철교를 지나 유적의 가장 심장부이자 마지막 관문인 '고대 핵융합 동력로실'의 아치형 철문을 밀어 열었다.
문이 열리자, 석실 전체를 붉게 물들이고 있는 거대한 용암 연못이 드러났다.
그 끓어오르는 용암 연못 한가운데, 네 가닥의 굵직한 고대 강철 쇠사슬에 묶인 채 공중에 둥둥 떠 있는 거대한 구형 구리 장치가 보였다.
그것이 바로 이번 원정의 최종 목표인 [고대 드워프의 태양 용광로(Solar Furnace)]였다.
웅웅웅웅웅-!
방에 들어서자마자, 유적 전체의 벽면 기둥들에서 불길하게 회전하는 붉은색 경고 마법진들이 일제히 켜지며 고주파의 금속성 오작동 경고음이 고막을 찔렀다.
[경고: 태양 용광로의 기계식 마력 순환 압력이 임계점을 초과했습니다.]
[내부 압력 폭발 카운트다운을 시작합니다. (남은 시간: 10분 00초)]
[폭발 시 유적 전체 붕괴 및 오르비스 화산 맥 대폭발이 유발됩니다.]
"이, 이럴 수가! 폭발 카운트다운이라니!"
펠릭스의 얼굴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기사단 역시 당황하여 어쩔 줄 몰랐다. 마도병들이 허겁지겁 제어판으로 달려가 차단 마법을 걸려 지팡이를 휘둘렀으나, 시스템은 가차 없는 에러 메시지만을 띄웠다.
[마법 차단 면역: 본 장치는 순수 기계식 증기 압력 회로로 구동됩니다. 마법적 개입 불가.]
"제기랄! 마법이 먹히지 않아! 펠릭스 경, 대피해야 하오! 이 유적이 폭발하면 오르비스 성벽 절반이 날아갈 거요!"
휴고 단장이 절박하게 외쳤다.
10분 뒤면 유적이 붕괴하여 모든 플레이어와 기사단이 몰살당하는 파멸의 순간.
그 아수라장 속에서 지한은 차갑게 빛나는 고글을 스르륵 밀어 내렸다.
그의 투시 시야 속에서, 용암 위에 매달린 태양 용광로 중심부의 복잡하게 뒤틀린 고압 증기 파이프라인과 그 중앙의 '압력 배출 안전 밸브'가 시뻘건 점멸 오라를 뿜어내며 터지기 직전인 모양새가 선명하게 투사되었다.
'과부하의 원인은 중앙 필터 기어에 낀 고철 파편이다. 저걸 빼내고 압력 밸브를 수동으로 개방하면 폭발을 멈출 수 있어.'
지한은 허리춤의 도구 상자를 단단히 고정하고 휴고를 매섭게 쳐다보았다.
"휴고 단장님! 기사들을 시켜 용광로를 고정하고 있는 네 가닥의 거대 쇠사슬을 기둥에 팽팽하게 묶으라고 하십시오! 용광로가 흔들리지 않아야 정밀 해체가 가능합니다!"
"자, 자네가 저걸 멈추겠다는 건가? 저 끓는 용암 위의 동력로에 직접 들어가서?!"
"10분이면 빚을 갚고도 남을 시간입니다. 당장 기사들을 움직이십시오!"
지한의 단호하고 독기 어린 기세에 휴고는 압도당했다.
"기사단, 쇠사슬을 기둥에 묶어라! 온 힘을 다해 고정해!"
기사들이 쇠사슬을 붙잡고 기둥에 고정하는 아수라장 속에서, 지한은 철교 끝으로 달려갔다.
발밑에는 끓어오르는 새빨간 용암의 열기가 숨을 턱 막히게 했다. 떨어지면 뼈조차 남지 않고 즉사하는 아찔한 허공.
지한은 뼈칼을 이로 꽉 물고, 쇠사슬을 디딤판 삼아 용암 위의 공중에 떠 있는 태양 용광로 본체를 향해 거침없이 몸을 던졌다.
휘이이잉-!
용암의 뜨거운 강풍 속에서, 그의 손이 용광로 제어판의 녹슨 손잡이를 꽉 움켜잡은 순간.
그의 눈동자 속에 붉게 깜빡이는 9분 30초의 카운트다운 숫자가 비쳐 보였다.
숨겨진 영웅의 기로가, 용암 위의 한가운데에서 세차게 불타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