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코어 수술대

154화: 코어 수술대
'아틀라스 마도 연산 코어'는 스스로 회전하며 은백색의 눈부신 중력파를 방출하고 있었다. 그 거대한 구체 주위에는 아르카디아의 대륙, 바다, 구름의 물리 계산 수식이 무수히 얽혀 마치 거미줄처럼 촘촘한 코어 매트릭스를 형성했다.
지한은 천천히 다가가 공중에 떠 있는 그 순백의 광휘 앞에 섰다.
마법 공학 감지 고글을 통해 코어의 심층 구조를 살피던 지한의 입가에 얇은 미소가 번졌다.
“역시 그랬군. 본사 메인 프레임으로 직통하는 백도어(Backdoor) 루트가 숨겨져 있었어.”
[시스템 정보: 아틀라스 연산 코어 - 네오넷 기밀 통신 포트]
- 연결 경로: 외부 네오넷 서버 전용 터널링
- 보안 등급: 초정밀 물리 암호화 (AES-2048 기반 물리 장벽)
- 동기화 감도: 극대화 상태 (물리 데이터 실시간 수신 중)
네오넷은 이 숨겨진 전용 포트를 통해 언제든 지한의 데이터를 감시하고 차단할 수 있는 ‘마스터 키’를 쥐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반대로 지한이 이 포트를 완벽하게 ‘해체’하고 역추적한다면, 네오넷 본사의 물리 엔진 관리 콘솔까지 침투하여 전권을 장악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수술대를 시작하지. 아이리스, 역방향 터널링 신호 추적해라. 통신 포트의 결을 정확하게 홀로그램으로 증폭시켜.”
“삐빅! 역방향 패킷 추적 개시. 보안 데이터 라인 활성화!”
어깨 위에서 정밀 해체 드론 아이리스가 빔을 쏘자, 은백색 코어 표면 위로 촘촘히 얽힌 푸른색 광케이블 같은 가상의 네트워크 라인이 허공에 그 형태를 드러냈다.
이와 동시에, 네오넷 한국 본사 메인 개발실은 그야말로 지옥도로 변해 있었다.
“팀장님! 관리 포트에 비정상적인 역추적 패킷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뭐? 역추적이라니? 유저 클라이언트에서 메인 서버로 해킹을 시도한다는 거야?”
“아닙니다! 단순한 해킹이 아닙니다. 물리 엔진의 동기화 포트 자체를 결 단위로 쪼개서, 역으로 우리 관리자 권한을 가로채고 있습니다! 가상현실 속 강지한 캐릭터가 우리 내부 통신망의 ‘결’을 분해하고 있습니다!”
“미치겠군! 방화벽은? 10중 보안 차단 장치는 어떻게 됐어?”
“장치가 작동하기도 전에…… 보안 알고리즘을 연결하는 메모리 결합 구조 자체가 통째로 해체당하고 있습니다! 메모리 누수로 인해 서버가 폭발하기 직전입니다!”
보안 관제 요원들의 목소리가 절망으로 가득 찼다.
한편, 현실 세계의 네오넷 대표 이사 집무실.
대표 이사 권혁준의 앞에 비서가 사색이 된 얼굴로 서류 한 장을 들이밀었다.
“대표님, 지한 법률사무소에서 보낸 최종 통고서입니다. 아르카디아의 불법적 뇌파 수집 및 가상 인격 착취 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장입니다. 이미 방송사 두 곳에 기밀 제보 문서가 전달되었으며, 10분 뒤 엠바고가 풀린다고 합니다.”
권혁준의 손이 사정없이 떨렸다.
“……그 빚쟁이 꼬맹이 녀석이 대체 어디까지 준비한 거지?”
“법무팀의 의견으로는, 만약 가상현실 속 코어 통제권까지 저 자에게 넘어가면 우리는 아르카디아의 서비스 주권을 완전히 상실하게 됩니다. 사실상 강지한 한 명에게 회사의 운명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입니다.”
다시 가상 세계 속 아틀라스 세계수 최정상.
위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세계수 전체가 심하게 흔들리며, 은백색 코어의 표면에서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물리 법칙의 기준점이 흔들리자, 지한이 딛고 선 연산실의 중력이 무중력 상태처럼 가벼워져 돌 가루들이 하늘로 둥둥 떠올랐다.
[경보: 아틀라스 물리 엔진 코어의 동기화 강도가 불안정합니다.]
[아르카디아 대륙 전역의 물리 물리량 연산에 오차가 발생합니다.]
대지 전역에 지진과 기상 이변의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하자 유저들이 공황에 빠졌지만, 지한의 손끝은 정교하고 흔들림이 없었다.
“동요하지 마라. 지금부터 내가 물리 엔진의 새로운 뼈대를 맞춘다.”
지한은 [아스트라페 - 리레코드]를 코어의 가장 깊숙한 백도어 연결점에 밀어 넣었다. 기계 의수에서 뿜어지는 은빛 스파크가 미세한 결을 훑으며 내려갔다.
[고유 능력: '신의 해체 영역' 발동.]
[네오넷 본사 서버용 백도어 포트의 연결 코드를 완벽하게 해체합니다.]
서걱-! 서거걱-!
뼈칼이 움직일 때마다 네오넷이 심어둔 붉은색의 보안 시스템 키들이 사과 껍질처럼 부드럽게 깎여 나가 소멸했다. 마침내 본사와의 백도어 통신선이 완전히 잘려 나갔고, 잘려 나간 라인의 제어권은 고스란히 지한의 마도 기계 의수 안으로 수렴하여 연결되었다.
[시스템 메시지: 네오넷 본사의 물리 엔진 관리 권한의 70%를 탈취했습니다.]
[시스템 메시지: 마도 연산 코어가 지한 님의 생체 주파수에 반응하여 동조를 개시합니다.]
“이제 코어의 안쪽까지 다 뜯어내 볼까.”
지한은 흘러넘치는 눈부신 마력의 폭풍 속에서, 코어의 핵심 제어판을 수술하기 위해 더 깊은 연산 영역의 틈새로 뼈칼의 칼끝을 들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