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유적 돌입

14화: 유적 돌입
오르비스의 아침 해가 도시의 장엄한 은빛 첨탑 위로 붉게 차오르고 있었다.
지한은 여관을 나와 약속 장소인 서쪽 광장으로 향했다.
광장 중앙에는 은빛 전신 판갑을 두르고 가슴팍에 라인하르트 백작가의 늑대 문장을 붉게 새겨 넣은 열 명의 중무장 기사단이 늘어서 있었다. 그들이 뿜어내는 오라와 굳건한 위용은 그야말로 일당백의 엘리트 군대 같았다.
그 마도 기사단의 선두에는 키가 2미터에 달하는 거구의 기사단장이 서 있었다.
[휴고 폰 발트 (Hugo von Wald) - Lv.25]
오르비스 백작가의 기사단장이자 고레벨의 전투형 기사.
휴고는 펠릭스와 함께 걸어오는 지한을 보자마자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지한의 4레벨이라는 초라한 수치와 낡은 가죽 가방, 드워프제 고글을 쓴 더벅머리 모양새는 엄숙한 기사단의 기세에 흙물을 끼얹는 것 같았다.
"펠릭스 경. 대체 이 풋내기 넝마주이는 왜 데려가는 거요? 우리는 지금 생과 사를 넘나드는 고대 유적 공략을 가는 길이란 말이오."
휴고의 굵직한 목소리에 노골적인 불쾌감과 멸시가 섞여 있었다.
"휴고 단장, 무례한 말씀은 삼가시오. 이 청년은 내가 보증하는 마법 공학 해체의 일인자요. 유적 내의 기계 트랩들을 해제하는 데 이 청년의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오."
"흥! 마법사들이 차단 마법만 써도 기계 나부랭이의 트랩 따위는 전부 멈추는 법이오. 이런 연약한 청년을 데려갔다가 우리 기사단의 기동력만 떨어뜨릴 뿐이오."
휴고는 자만 가득한 태도로 지한을 턱으로 힐끗 쳐다보며 경고했다.
"이봐, 청년. 유적 안에 들어가면 네 발은 스스로 알아서 건사해야 할 거다. 기사단이 널 지키기 위해 검을 휘두르는 일은 없을 테니까."
지한은 고글을 고쳐 쓰며 덤덤하게 답했다.
"제 목숨은 제가 지킵니다. 그러니 기사단장님 역시 본인 목숨을 잘 지키시기 바랍니다."
"뭐라?!"
휴고의 눈에 분노가 스쳤으나, 펠릭스가 황급히 둘 사이를 가로막으며 출발을 재촉했다.
파티는 곧장 오르비스 인근의 활화산 지대인 '발칸 산맥'으로 이동했다.
거대한 활화산 절벽 틈새에 숨겨져 있던 '고대 드워프의 용광로 유적'의 입구에 도착하자, 입구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후끈한 열기와 아지랑이가 일행의 숨통을 조여왔다.
벽면은 시커멓게 그을린 현무암으로 가득 차 있었고, 유적 내부 깊은 곳에서는 불길한 붉은 용암의 강이 흐르는 듯 웅장한 지동이 울리고 있었다.
일행은 유적의 첫 번째 복도로 진입했다.
바닥은 정교하게 다듬어진 사각형 청동 타일로 덮여 있었고, 사방의 벽에는 먼지 쌓인 구리 가로등들이 불규칙하게 켜져 있었다.
휴고 기사단장이 검을 치켜들며 소리쳤다.
"마도병, 탐지 마법을 가동해라! 기사단은 내 뒤를 따라 엄호 대형을 수립하라!"
기사단 소속의 마도병 하나가 지팡이를 뻗어 전방의 바닥을 향해 푸른색 마법 파동을 쏘아 보냈다. 파동은 수십 미터 전방까지 훑고 지나간 뒤 별다른 저항 없이 사라졌다.
"단장님, 탐지 완료했습니다. 전방 50미터까지 마법 함정의 반응은 전혀 없습니다! 안전합니다!"
마도병의 보고에 휴고는 거만하게 코웃음을 치며 대검을 쥐고 선두로 성큼성큼 걸어가려 했다.
바로 그때, 지한이 브록에게 받은 [불칸의 정밀 조율 핀셋]을 만지작거리며 장착한 [마법 공학 감지용 고글]을 코끝으로 살짝 내렸다.
스으으으-!
지한의 시야에 '구조 정밀 투시'의 효과와 고글의 스펙트럼 분석 필터가 합쳐진 극상의 시각 인터페이스가 투사되었다.
단숨에 어두운 청동 타일 바닥 아래 매설된 고대 기계 배관망이 붉은색 격자선으로 선명하게 펼쳐졌다.
그중, 휴고의 발자국이 닿기 직전인 세 걸음 앞의 타일 아래에서 고열의 압축 증기와 마그마가 흐르는 압력 밸브가 터지기 직전인 활성 상태로 붉게 번쩍이고 있었다.
"멈추십시오!"
지한의 칼칼한 경고가 복도를 울렸다.
휴고의 발걸음이 허공에서 멈췄다. 그가 기분 나쁜 눈으로 지한을 돌아보았다.
"또 무슨 트집이냐, 넝마주이?"
"세 걸음 앞의 사각형 청동 타일을 밟지 마십시오. 바닥 바로 아래에 1,500도의 고열 용암 분출 트리거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 이 녀석이 정말 우릴 바보로 아나? 내 마도병이 방금 최고 수준의 탐지 마법을 썼단 말이다. 마법 반응이 전혀 없다고 보고받았다!"
휴고는 코웃음을 치며 지한의 경고를 묵살하고 한 걸음을 더 내딛으려 했다.
지한은 지체하지 않고 돌진했다.
민첩 능력치가 상승한 덕에 그의 속도는 생각보다 훨씬 빨랐다. 지한은 휴고가 한 발을 더 디뎌 붉은 타일을 밟기 직전의 찰나의 순간, 휴고의 거대한 어깨 보호대를 잡아채 뒤로 강하게 끌어당겼다.
"이놈이 미쳤나?!"
휴고가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선 순간.
콰과과과과과-!
정찰병이 안전하다고 선언했던 바로 그 청동 타일의 경계면 틈새에서, 섭씨 1,500도를 호마하는 새빨간 용암 분수가 엄청난 굉음과 함께 천장을 뚫을 기세로 하늘로 분출되어 솟구쳐 올랐다!
치이이이이익-!
용암의 엄청난 복사열이 복도 전체를 순식간에 사우나처럼 가열했다.
1초만 늦었어도, 아니 지한이 끌어당기지 않았어도 휴고의 디뎠을 다리와 하반신 판갑은 통째로 녹아내려 뼈조차 남지 않았을 절대적인 위력이었다.
"어, 어어……?!"
용암 분수를 바라보던 마도 기사단 전체의 얼굴이 흙빛으로 질렸다.
마법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이 함정이 '마법 함정'이 아니라, 순수한 물리적 압력과 기계식 배관으로만 작동하는 '마법 공학 물리 함정'이었기 때문이었다. 마법 탐지 마법으로는 절대로 걸러낼 수 없는 함정의 사각지대였다.
휴고 기사단장의 턱이 덜덜 떨렸다.
그의 은빛 투구 사이로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려 턱받이를 적셨다. 그는 날뛰는 용암 분수를 한 번, 그리고 자신을 구한 지한을 한 번 번갈아 쳐다보았다.
지한은 고글을 가볍게 밀어 올리며, 용암의 붉은 열기 속에서도 담담한 눈빛으로 휴고를 응시했다.
"제 말대로 따라오시겠습니까, 기사단장님?"
휴고의 자만심과 멸시가 일순간 완전히 산산조각 나 부서져 내린 순간이었다.
기사단 전체의 절대적인 신뢰가 지한의 손끝으로 쏠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