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보석의 진가

13화: 보석의 진가
오오옹-.
지한의 손바닥 위에서 영롱하게 자전하는 [고대 드워프의 영혼 태엽].
금빛 오라가 뿜어내는 장엄한 마력의 온기가 섀도우 마켓의 퀴퀴한 해체실 안을 따스하게 채우고 있었다.
영웅 등급의 부품. 이 엄청난 보물은 지한의 현재 레벨이나 제작 기량으로는 직접 활용할 수 없었다. 이만한 가치를 온전히 소화해 낼 수 있는 인물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지한은 태엽을 비단 천으로 곱게 싸 가방 깊숙한 곳에 보관했다. 그리고 해체실을 나와 밤거리를 가로질러 다시 '불칸의 망치' 공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화끈거리는 공방의 문을 열자, 낮보다 훨씬 한산한 내부에서 드워프 브록이 커다란 오크통 맥주를 들이켜며 벌갛게 달아오른 쇠붙이를 망치로 내리치고 있었다.
깡! 깡!
"어라? 자네는 아까 그 솜씨 좋은 해체사 풋내기가 아닌가? 이 밤중에 웬일인가?"
브록이 맥주 거품을 수염에 묻힌 채 껄껄 웃었다.
지한은 말없이 다가가 카운터 위에 천으로 싼 물건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천을 천천히 걷어냈다.
스으으으…….
찬란한 금빛 오라가 드러나며 공방의 붉은 용광로 불빛마저 삼켜버릴 듯이 빛났다. 스스로 돌아가는 영혼 태엽의 웅장한 진동음이 공방 전체를 울렸다.
푸흡-!
브록은 들이키던 맥주를 사방으로 뿜어대며 벌떡 일어섰다. 그의 돋보기안경이 코끝으로 미끄러져 내렸고, 쥐고 있던 망치가 바닥으로 힘없이 툭 떨어졌다.
"이, 이것은……! 내 눈이 노망난 게 아니라면…… 이건 '영혼 태엽'이 아닌가!"
브록이 미친 사람처럼 테이블로 달려와 손을 덜덜 떨며 태엽을 쳐다보았다. 감히 손을 대지도 못할 만큼 극진한 경외심이 엿보였다.
"드워프 고대 장인들의 넋이 깃들어 있다는 그 전설의 기어 세트……! 내 조상 대대로 쓰여오던 문헌에서만 보던 꿈의 부품일세! 자네, 대체 이걸 어디서 구했나?!"
"섀도우 마켓의 저주받은 태엽 상자를 해체해 냈습니다."
"세상에, 그 영구 지능 감소 저주가 걸린 쓰레기 상자를 직접 뜯었단 말인가? 자네 제정신이 아니군! 아니, 제정신이 아니기에 이런 신의 부품을 꺼낼 수 있었겠지!"
브록은 숨을 헉헉 몰아쉬며 황금빛 태엽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눈물이 고일 지경이었다.
"이봐, 지한. 이 부품을 나에게 넘겨주게! 내가 평생을 걸쳐 제작하려던 영웅 등급의 '화염 거인 공성 손목포'를 완성하려면 이 영혼 태엽이 반드시 필요하네! 부르는 대로 가격을 쳐주지!"
브록의 절박한 외침에 지한은 차분하게 협상에 나섰다.
"어떤 조건을 제시하시겠습니까?"
브록은 붉은 수염을 쥐어짜며 다급하게 공방 안쪽 창고로 달려 들어갔다. 잠시 후, 그가 조심스럽게 들고 나온 것은 묵직한 가죽 주머니와 두 개의 빛나는 아이템이었다.
"내가 가진 현금 15골드 전체와, 내 개인 소장품인 마법 등급의 [마법 공학 감지용 고글], 그리고 수납 무게를 대폭 줄여주는 [불칸의 특제 가죽 가방]을 주겠네! 내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조건일세!"
15골드.
1골드가 10만 원 상당의 가치를 지녔으니, 무려 150만 원에 달하는 현금이었다.
거기에 특수 능력이 붙은 마법 등급의 보조 장비들과 고가에 거래되는 가방까지. 영웅 등급 부품의 진가를 확실하게 대접하는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좋습니다. 이 거래, 성사시키죠."
"오오! 고맙네, 정말 고마워! 자네는 우리 드워프의 영원한 친구일세!"
브록이 눈물을 글썽이며 지한의 손을 맞잡았다.
[드워프 장인 '브록'과의 역사적인 거래에 성공하셨습니다!]
[우호도가 최고 단계인 '의형제'로 상승했습니다.]
[대장장이 길드 내에서의 명성이 대폭 상승합니다.]
지한은 15골드의 묵직한 주머니와 장비들을 챙겨 공방을 나왔다.
그의 주머니에는 총 17골드 87실버라는, 초보 유저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천문학적인 액수가 들어 있었다.
지한은 곧장 오르비스 광장 한편에 서서 시스템의 출금 신청 탭을 열었다.
[현재 보유 재화: 17 골드 87 실버]
[출금 신청 재화: 12 골드 (1,200,000 원)]
[수수료 5% 제외 후 이체 금액: 1,140,000 원]
[현실 계좌로 출금하시겠습니까?]
지한은 망설임 없이 출금 버튼을 터치했다.
카톡-!
[KB국민은행 입금: 1,140,000원. 잔액: 1,208,430원]
지한은 캡슐의 뇌파 연결을 잠시 수동으로 낮추고 눈을 감았다.
어둡고 눅눅한 옥탑방의 단칸방 안. 하지만 그의 뺨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불과 반나절 전만 해도 빚 독촉과 병원비 연체 고지서에 가슴을 졸이던 청년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단 몇 시간의 플레이만으로 백만 원이 넘는 현금을 계좌에 꽂아 넣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살아남을 수 있다. 이제 시작이야.'
지한은 다시 게임에 접속했다.
그는 브록에게서 받은 장비들을 장착했다.
[마법 공학 감지용 고글 (마법)]
- 효과: 마력 원소 흐름 감지 가능, 사물 및 벽 너머의 숨겨진 광맥/유적 함정 붉은 격자 스캔 기능 부여.
- 설명: 드워프 기술로 제작된 고글로, 착용자의 시각에 마력 스펙트럼 분석 필터를 더해 줍니다.
고글을 쓰자, 지한의 시야에 섀도우 마켓 골목벽 너머의 숨겨진 배관과 마력 장치들의 흐름이 붉은색 격자선으로 선명하게 펼쳐졌다. 그의 고유 스킬 '구조 정밀 투시'와 완벽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마치 투시 카메라를 단 것처럼 세상의 모든 보이지 않는 기믹들이 훤히 드러났다.
다음 날 아침, 지한이 펠릭스로부터 긴급 메시지를 받은 것은 오르비스의 여관방에서 일어난 직후였다.
[펠릭스: 지한 군, 오르비스 인근에 새로 발굴된 '고대 드워프의 용광로 유적'으로 갈 준비를 마치게. 이번에 발굴된 구역은 무수한 고대 트랩과 방어용 자동 골렘들이 지키고 있는 최상급 위험지라네. 백작가의 엘리트 마도 기사단원들과 함께 동행하게 될 걸세.]
지한은 가슴의 에메랄드 브로치를 매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워프 장인이 벼려준 신형 고글을 장착하고 가방을 고쳐 맸다.
"용광로 유적이라……."
고대 드워프의 위대한 기계들과 마력 장치들이 득실거리고 있을 유적.
그곳은 지한에게 그 어떤 던전보다 거대하고 짜릿한 황금 사냥터가 될 터였다.
그의 마법 공학 해체 기술의 진가가, 마침내 본격적인 대륙의 무대 위에서 펼쳐지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