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붉은 던전의 비경

118화: 붉은 던전의 비경
붉은 사막 카라쿰의 가장 깊숙한 공역, 깎아지른 적색 바위 절벽들이 기이한 미로처럼 얽혀 있는 거대 협곡의 최심부.
하늘과 맞닿은 절벽 틈새로, 붉은색 시공간 왜곡 파동을 번개처럼 흘리며 찢어져 있는 차원의 균열이 공중에 고정되어 있었다.
서부 개척지의 숨겨진 침식 던전, '크림슨 리프트(Crimson Rift)'의 입구였다.
지한은 협곡 가장자리에 서서 고글의 다이얼을 줌 모드로 조절했다.
[마법 공학 감지 고글]의 스캔 렌즈가 차원의 균열 주위를 둘러싼 물리 법칙 왜곡 층을 조준 분석해 냈다.
[침식 던전 크림슨 리프트 입구 분석 완료]
- 방어 메커니즘: 고대 제국식 '시공간 경계 보호막'
- 진입 방법: 전설 등급 이상의 공간 해체 스킬 필요.
- 내부 위험도: 상 (Lv.49~51급 고대 마도 수호병기 밀집).
“형님, 알바트로스는 협곡 상공 800미터 대기 중에서 절대 장벽을 두르고 대기하겠습니다. 내부 신호가 끊어지면 즉시 포격 엄호를 시전하겠습니다.”
무선 통신으로 크리스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그래. 너무 걱정할 것 없다.”
지한은 통신을 끊고, 왼팔의 전설 기계 의수를 들어 올려 손가락을 쫙 폈다.
청록빛과 황금빛 마력 라인이 의수 손등을 타고 흐르며 날카로운 공간 굴절 스파크를 방출했다.
“원격 공간 인장 해체.”
스각-! 파지직!
지한의 손끝에서 뻗어 나간 무형의 균열 파동이 공중에 찢겨 있던 시공간 경계 보호막을 직격했다.
그토록 요란하게 붉은 스파크를 튀기며 주변의 돌들을 증발시키던 경계 장막이, 지한의 해체 결에 닿자마자 조용하게 균열을 일으키더니 유리 가루처럼 산산이 흩어지며 내부 진입로를 활짝 열어주었다.
지한은 가볍게 도약하여 붉은빛의 차원 틈새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스아아아아-.
던전 내부는 황량한 대지와 녹슨 강철의 고대 연구소 잔해들이 거대한 돔형 공간 아래 뒤섞여 있었다.
중력이 뒤틀린 탓에 거대한 기계 바퀴들이 허공에 둥둥 떠서 시계 태엽 소리를 내며 느릿하게 회전하고 있었다.
째깍. 째깍. 째깍.
고요한 침묵을 깬 것은 기분 나쁜 기계식 태엽 소리였다.
지한이 광장에 내려앉기가 무섭게, 사방의 어두운 강철 캐비닛 문들이 굉음과 함께 열리며 증기를 내뿜는 고대 제국의 '자동 경비대 태엽 기사단(Lv.49)' 30여 기가 톱니바퀴 소리를 울리며 지한을 촘촘히 포위했다.
그들의 눈가에는 불길한 붉은 광선이 켜졌고, 양손에 쥔 고대 제국식 고열 톱날 대검이 맹렬하게 회전하며 굉음을 냈다.
지한은 고글을 한 칸 돌려 태엽 기사들의 메인 제어 회선을 정밀 투시했다.
[태엽 기사단 제어 회로 투시 완료]
- 동력 핵심: 등 뒤에 결합된 '태엽 오르골 코어' (영웅 등급 마도 부속)
- 취약점: 오르골 우측 하단의 마력 복원 톱니 결합 핀 (내구 결함율 100%).
“태엽 인형치고는 꽤나 요란하군.”
지한은 오른손에 전설 뼈칼 [아스트라페 - 리레코드]를 비스듬히 뽑아 들었다.
절대 동결의 냉기가 뼈칼 칼날을 타고 흘러내려 사방의 붉은 열기를 빠르게 지워 나갔다.
스각-! 콰아앙!
가장 먼저 달려든 태엽 기사의 고열 톱날이 지한의 턱밑을 스치고 지나갔다.
지한은 가볍게 상체를 뒤로 젖히며 회피함과 동시에, 기계 의수의 마찰 인장 해체 파동을 적의 등 뒤로 가볍게 퉁겨 보냈다.
“결 해체.”
툭! 파직!
지한의 손끝에서 튕겨 나간 보이지 않는 진동 파동이 태엽 기사의 등 뒤 오르골 코어 내부의 결합 핀을 정확하게 건드렸다.
순간, 맹렬하게 돌아가던 톱니바퀴들이 기어를 잃고 역방향으로 과부하 폭주를 일으키며 팅겨 나갔다.
콰콰콰콰콰콰직!
단 한 번의 해체 공격에, 태엽 기사는 굉음을 내며 전신의 관절 기어들이 볼트 하나까지 깨끗하게 분리되어 설원 바닥으로 와르르 주저앉아 고철 상자가 되어버렸다.
지한은 그 기세를 몰아 화려한 춤을 추듯 태엽 기사단 사이를 거침없이 휘젓고 다녔다.
서거억! 슥! 서각! 슥!
그의 은빛 뼈칼이 그어지는 궤적마다, 그리고 전설 기계 의수의 손가락이 튕겨 나가는 순간마다 수십 명의 태엽 기사들이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한 채 내부 엔진과 태엽이 통째로 뜯겨 나가며 분해되어 조용히 주저앉았다.
[고대 태엽 기사단 30기 정밀 해체 완료!]
- 전리품: '정밀 영웅 등급 태엽 기어' 100개, '붉은 마도 철판' 200개, '에테르 추진 동력 전선' 300미터 독점 획득.
- 경험치가 대폭 상승하였습니다.
지한은 흩어진 고급 기계 파츠들을 인벤토리에 쓸어 담았다.
이것들은 요새 알바트로스의 추가 중력 포탑 조인트를 정밀하게 가공할 수 있는 최상의 특수 부품들이었다.
기사단의 잔해를 헤치고 지한이 향한 곳은 광장 정면의 거대한 흑요석 단상 위였다.
그곳에는 고대 제국의 특수 마법 보안 결계로 감싸인 은빛 금속 원반, 즉 태초의 기계 거신 '오리진(Origin)'의 설계 정보가 담긴 '고대 제국 기밀 마도 디스크'가 홀로그램 빛을 은은하게 방출하며 안치되어 있었다.
지한은 기계 의수를 천천히 뻗어 마도 디스크의 이중 결계 인장을 바라보았다.
거신 오리진의 심장을 향한 두 번째 사냥의 비밀 열쇠가, 그의 손바닥 안으로 들어오기 직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