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태고의 거인 심장

113화: 태고의 거인 심장
어둡고 차가운 발할라의 무덤 내부.
공기는 고대의 정적과 강철의 녹슨 비린내로 가득 차 있었고, 사방의 높은 암벽에는 고대 거인 문자로 짜인 빛바랜 룬 주술 식들이 희미하게 명멸하고 있었다.
지한은 차분하게 발걸음을 옮겨 던전 중심부의 거대한 지하 돔 광장으로 향했다.
그의 뒤편에는 빙벽 봉인이 깨지자 홀린 듯 따라 기어 들어온 볼가드 대장군과 잔여 기사들이, 무기를 잃은 채 두려움 가득한 눈빛으로 지한의 등 뒤를 거리를 두고 쫓아오고 있었다.
지한은 [마법 공학 감지 고글]의 투시 다이얼을 켜서 어둠 속을 훑었다.
위이이잉-.
광장의 정중앙, 수십 미터 높이의 거대한 받침대 위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산만 한 크기의 기계 거인이 그의 시야에 3D 단면 격자선으로 스캔 되어 들어왔다.
[경고: 고대 티탄급 거인 골렘 (Lv.50, 고대 마도 수호병기)]
- 현재 상태: 침입자 감지에 따른 가동 잠금 해제 중.
- 핵심 동력원: 흉부 장갑 안쪽에 위치한 '태고의 기계 거인 심장 (전설 등급)'
- 위험도: 매우 높음 (중력장 강제 압축 폭풍 방출 대기).
쿠구구구구구구구구-!
지한이 광장 한가운데에 발을 들이는 순간, 거대한 지하 공간 전체가 지진이 일어난 듯 요동쳤다.
기계 거인의 눈꺼풀 역할을 하던 두꺼운 철판 슬라이더가 양옆으로 열리며, 타오르는 태양빛 같은 붉은 마력 안광이 일시에 어둠을 찢어발겼다.
끼이이이이익- 쿵!
거인이 거대한 고대 강철 무릎을 세워 서서히 일어섰다. 그 거대한 질량이 움직일 때마다 엄청난 중압감과 먼지 폭풍이 지한을 향해 밀려들었다.
“히, 익…! 태고의 수호자가 깨어났다! 이 던전 전체를 파괴할 셈인가!”
볼가드가 무릎을 꿇으며 비명을 질렀다.
거인은 침입자인 지한을 향해 거대한 강철 오른팔을 들어 올렸다.
쿠우우우웅-!
거인의 주먹 끝에 압축된 초고농도의 백색 중력 폭풍이 소용돌이치더니, 대기를 짓이기며 지한이 서 있는 대지를 향해 사납게 내리쳐졌다.
하지만 지한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의 왼팔, 새로 이식한 전설 등급 기계 의수의 청록빛 마력 라인이 폭발적으로 고동쳤다.
[전설 고유 스킬: '원격 공간 인장 해체' 연계 발동]
- 거인 골렘의 우측 어깨 마도 압축 밸브 기류 흐름 해킹 완료.
- 물리적 공격 결함율: 32% (오른쪽 팔꿈치 조인트 핀 균열 지점 포착).
“철혈의 해체 영역.”
스우우우우우-.
지한의 발밑에서 확장된 푸른 전자기 역장이 기계 거인의 주먹을 직격하는 순간, 사납게 요동치던 중력 폭풍의 결이 지한의 고글 속에서 수만 개의 해체 지점으로 정렬되었다.
쿠구궁-!
지한은 가볍게 한 걸음 옆으로 몸을 날렸다.
거인의 거대한 주먹이 지한이 방금 전까지 서 있던 자리를 강타하여 바닥을 박살 냈지만, 지한의 의수에서 뿜어 나온 무형의 해체 파동이 이미 거인의 오른쪽 어깨 조인트의 압력 핀을 직격한 뒤였다.
파지직-!
“크오오오오오!”
거인의 어깨 접합부에서 황동 증기와 함께 시뻘건 불꽃이 튀었다.
지한은 바닥을 구르고 일어나며 전설 뼈칼 [아스트라페 - 리레코드]를 칼집에서 뽑아 들었다.
뼈칼 칼날이 뿜어내는 날카롭고 서늘한 동결의 기운이, 한기로 가득 찬 광장의 대기 속에 한 줄기 은빛 궤적을 빚어냈다.
지한은 한 줄기 바람처럼 거인의 거대한 왼쪽 다리 무릎 관절을 향해 돌진했다.
“결 해체.”
서거억-!
단 한 번의 은빛 참격이 거인의 두꺼운 강철 무릎 덮개 슬롯의 미세한 이음새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 순간, 거인의 거대한 하중을 지탱하고 있던 무릎 관절 내부의 중력 제어 실린더 3개가 물리적 결합을 상실한 채 단숨에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쿵-!
“쿠오오오오오!”
왼쪽 무릎의 동력을 완벽하게 상실한 기계 거인은 굉음과 함께 한쪽 무릎을 바닥에 강하게 꿇었다. 거구의 중심이 완전히 앞으로 무너지는 결정적인 틈이었다.
지한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거인의 찌그러진 허벅지 장갑판을 딛고 허공으로 높게 도약했다.
그의 시선은 거인의 흉부 장갑판 틈새로 붉게 진동하는 전설의 에테르 코어, 즉 '태고의 기계 거인 심장'을 정확히 정조준하고 있었다.
공중으로 솟구친 지한의 등 뒤로, 요새 알바트로스의 주포가 광산의 안개를 뚫고 던전 천장의 균열 사이로 조준 포신을 내리는 장엄한 전운이 드리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