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혹한의 은빛 날개

112화: 혹한의 은빛 날개
시야를 가로막는 매서운 눈보라와 섭씨 영하 40도에 육박하는 혹한의 칼바람이 요새 알바트로스의 전면 유리창을 세차게 때렸다.
쿠구구구-!
황도 북부의 만년설산 구역, 깎아지른 절벽과 끝없는 설원이 이어지는 대지에 알바트로스는 은빛 그림자를 드리우며 고요히 활공하고 있었다.
지한은 브릿지의 조종석 옆에 서서, 새로 전설 등급으로 이식한 기계 의수의 마력 파동을 미세하게 제어하고 있었다.
의수 겉면으로 흐르는 청록빛 마력 흐름이 혹한의 냉기를 자연스럽게 밀어내고 있어, 지한은 가벼운 코트 차림만으로도 아무런 디버프를 받지 않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북부 혹한 지대 환경 디버프 감지]
- 환경 요인: '빙룡의 숨결' 고공 풍압 (기체 동결 속도 +35%)
- 대처 상태: 의수의 전설 등급 심연 코어 동조율 100%. 요새 하부 추진기의 중력장 왜곡으로 인해 풍압의 저항 영향력 무효화 완료.
“형님, 전방의 거대한 얼음 협곡 계곡 끝에, 침식 던전 '발할라의 무덤'의 입구가 감지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주위로 2황자파 잔당들의 천막과 군사 진지가 포착되었습니다.”
크리스가 망원 고글을 조절하며 화면을 가리켰다.
지한의 고글 너머로, 거대하고 뾰족한 고대 기둥들로 둘러싸인 천연 동굴 입구가 확대되었다.
동굴 전면은 단단하고 불투명한 고대 제국식 '빙벽 마법 봉인 장막'에 의해 가로막혀 있었고, 그 앞에는 2황자파의 도주 부대장인 대장군 볼가드(Lv.46)가 이끄는 100여 명의 정예 중갑 기사단이 긴장된 태세로 지키고 있었다.
그들의 중심에는 마탑에서 2황자파에 가담했던 변절 마법사들이 지팡이를 꽂은 채 빙벽 봉인을 억지로 뜯어내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었으나, 고대 봉인 장막은 시퍼런 한기 벼락을 토해내며 그들의 마력을 맥없이 지워버리고 있었다.
“더 빨리 마나를 주입해라! 황도에서 친위대 놈들이 우리 목을 베기 위해 쫓아오고 있단 말이다! 이 안의 거인 코어를 깨우지 못하면 우리는 전부 개죽음이다!”
볼가드가 거대한 대검을 바닥에 내리찍으며 핏대를 세우고 고함을 질렀다.
“하, 하지만 대장군님! 이 봉인은 고대 제국의 중력 결계와 빙결 마법이 하이브리드로 얽혀 있어, 저희의 마력 공식으로는 해독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그들이 공황 상태에 빠져 말다툼을 벌이던 그 순간, 머리 위를 가득 채우던 폭풍 구름이 두 갈래로 갈라졌다.
웅웅웅웅웅-!
장엄하고 육중한 강철 마찰음과 함께, 은빛 요새 알바트로스가 기수를 아래로 꺾어 눈보라 속에서 강림했다.
“저, 저게 무엇이냐?! 비공정인가? 아니, 하늘의 성벽이다!”
“아스트라페…! 조달관 강지한의 요새다! 벌써 쫓아왔단 말이냐!”
볼가드를 비롯한 중갑 기사들이 혼비백산하여 방패를 들어 올렸다.
지한은 요새의 열린 탑승교 끝에 서서, 로프도 없이 눈보라가 소용돌이치는 허공으로 몸을 가볍게 던졌다.
스아아아아앗-!
수십 미터 상공에서 낙하한 지한은, 착지 직전 기계 의수 끝에서 청록색 중력 왜곡 파동을 바닥을 향해 내뿜었다.
쿠웅-!
충격파 한 줌 없이, 지한은 설원 위에 한 마리 깃털처럼 가볍게 착지했다.
“네놈이 강지한이냐! 내 감히 이 북부 설산까지 우리를 쫓아와 비참하게 밟으려 하다니!”
볼가드가 눈발을 헤치며 대검을 꼬나쥐고 지한을 향해 무서운 기세로 돌진했다. 그의 대검 끝에 영웅 등급의 투기 불꽃이 벌갛게 타올랐다.
지한은 돌진하는 볼가드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왼손의 전설 기계 의수를 천천히 앞으로 내밀어 쫙 폈다.
그의 손가락 마디마디가 청록색 차원 균열 빛으로 박동하기 시작했다.
“공간의 인장, 해체.”
[전설 고유 스킬: '원격 공간 인장 해체' 발동!]
- 대상 1: 대장군 볼가드의 영웅 등급 대검에 서린 '투기 결계' 및 물리적 강도.
- 대상 2: '발할라의 무덤' 입구를 가로막은 고대 '빙벽 마법 봉인 장막'.
스각-! 파지직!
돌진하던 볼가드가 쥔 대검의 붉은 투기 불꽃이, 지한의 의수에서 뿜어 나온 무형의 공간 굴절 파동에 닿는 순간 흔적도 없이 증발했다. 뒤이어 쇠를 깎는 듯한 예리한 마찰음과 함께, 볼가드의 대검 날 전체가 결을 따라 수천 개의 모래알처럼 스르륵 분해되어 설원 바닥으로 흩어져 내렸다.
“내, 내 보검이… 손도 대지 않고 녹아내렸다고?!”
볼가드가 찌그러진 손잡이만을 쥔 채 자리에 얼어붙었다.
동시에 지한의 손끝에서 뻗어 나간 청록색 파동은 동굴 입구를 가로막고 있던 거대한 고대 빙벽 봉인 장막을 직격했다.
파지직! 콰아아아아앙-!
100년 동안 마탑의 수장들도 해독하지 못해 꿈쩍도 않던 거대한 빙벽 결계가, 지한의 공간 해체 결을 따라 거미줄 같은 청록색 균열을 일으키더니, 굉음과 함께 단 한 번에 유리 조각처럼 부서져 내리며 통로를 훤히 개방했다.
그 압도적이고 초월적인 분해의 위력 앞에, 100여 명의 기사들과 마법사들은 지팡이와 칼을 땅에 떨어뜨린 채 단 한 마디의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공포에 질려 사시나무 떨듯 떨 뿐이었다.
지한은 산산조각 난 빙벽의 파편들을 밟으며, 어두운 던전 입구 너머를 응시했다.
안쪽 깊은 곳에서 태고의 거인이 내쉬는 듯한 웅장하고 붉은 동력의 잔진동이 느껴지고 있었다.
“문은 열렸으니, 이제 수확할 시간이다.”
지한은 차가운 눈빛으로 기사단을 스쳐 지나가며, 침식 던전의 칠흑 같은 심연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