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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11화

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봉인의 비밀

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11화: 봉인의 비밀

"사방 10미터를 날려버리는 마법 폭발이라……."

지한은 침묵 속에서 눈앞의 청동 궤를 응시했다.
상자를 감싸고 있는 은빛 마법 사슬에서는 섬뜩할 정도로 팽팽한 마력 파동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한 번만 칼질을 잘못해도 바로 사망을 면치 못할 터였다.

펠릭스와 상단 인부들은 이미 저만치 뒤로 물러서서 긴장된 눈빛으로 지한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보게, 지한 군. 무리하지 말게나. 정말 위험하다 싶으면 포기해도 좋네. 자네 같은 인재를 허망하게 잃고 싶지는 않네."

펠릭스의 목소리에 진심 어린 우려가 담겨 있었다.

지한은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걱정 마십시오. 다 방법이 있습니다."

그는 품속에서 방금 드워프 브록에게 받은 [불칸의 정밀 조율 핀셋]을 꺼내 쥐었다. 은빛의 매끄러운 바디와 정밀하게 가공된 핀셋 끝날이 손가락 사이에 편안하게 자리를 잡았다.

"구조 정밀 투시."

스으으으…….

지한의 시야가 다시 한번 아지랑이 치듯 왜곡되며, 청동 궤 내부의 오밀조밀한 설계도가 머릿속에 투명하게 비쳐 보였다.

청동 외벽 내부에는 세 가닥의 마력 선이 꼬여 있었다.

가장 위협적인 것은 붉은색 폭발 회로였다. 억지로 자물쇠를 따려 하거나 뚜껑을 들어 올리면 붉은 마력 선이 활성화되며 내부의 화염 폭발석이 즉각 점화하도록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었다.

'폭발 선의 마력 흐름을 감쇠 우회로로 돌려야 해. 그러려면 이 붉은 마력 도선을 0.1밀리미터 단위로 미세 조작해서 안전 접지 홈에 꽂아야 한다.'

지한은 침을 삼켰다.
그는 드워프제 핀셋 끝으로 붉은 마력 선의 표면 피복을 부드럽게 긁어냈다. 핀셋의 특수 효과 덕분에 마력의 흐름이 손끝에 찌릿한 파동이 아닌, 명확한 '진동'으로 느껴졌다.

스스슥.

지한은 핀셋 끝으로 붉은 마력 도선을 아주 미세하게 집어 올렸다.
주변의 공기가 붉게 타오르며 경고음처럼 웅웅거렸으나, 지한의 손은 공장에서 프레스 기계 기판의 반도체를 집어 올리던 시절처럼 흔들림이 전혀 없었다.

'우회 접지 구멍은 왼쪽 아래의 구리 톱니 틈새에 숨겨져 있다.'

그는 핀셋을 1밀리미터 밀어 넣어, 극도로 미세하게 도선을 접지 구멍 안으로 밀어 넣었다.

착.

순간, 상자 전체를 감싸고 있던 붉은빛의 마력 맥동이 눈에 띄게 약해지더니 푸른빛으로 스르륵 바뀌었다.

"성공이다."

지한은 지체하지 않고 뼈칼 끝날을 궤 정중앙의 잠금 레버에 꽂고 비틀었다.

철컥! 투두두둑-!

상자를 꽁꽁 묶고 있던 마법 사슬들이 일제히 빛을 잃고 바닥으로 무겁게 흩어져 내렸다. 청동 상자의 묵직한 뚜껑이 천천히 위로 밀려 열렸다.

동시에 눈부신 에메랄드빛 광채와 싱그러운 숲의 향기가 마당 전체에 피어올랐다.

띠링!

[고대 엘프의 봉인 궤 해체에 성공하셨습니다!]
[함정을 무력화하고 대상의 내부 가치를 150% 보존하여 개방했습니다!]
[마력 해체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12.5% -> 38.7%)]
[업적 '봉인 해제 전문가'를 달성하셨습니다.]

[획득한 전리품]

"오오…… 오오오!"

뒤에 서 있던 펠릭스가 경악과 감동 서린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
상자 안을 들여다본 그의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휘둥그레졌다.

"이럴 수가! 단검의 정령력도 완전히 보존되었고, 이 브로치의 생명력도 살아있어! 과거 우리 백작가가 해체를 시도했을 땐 단검이 깨진 쇳조각이 되어 나왔는데…… 자네는 정말 신의 손을 가졌군!"

펠릭스는 지한의 손을 부여잡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약속대로 자네에게 전리품을 배분하겠네. 마침 이 브로치는 우리 백작가 상인들에겐 쓸모가 없지만, 자네처럼 정밀한 조작을 다루는 마력 기술자에겐 최고의 보물이 될 걸세. 받아두게나!"

펠릭스가 영롱한 녹색 에메랄드가 박힌 [자연의 흔적이 깃든 브로치]를 지한에게 건넸다.
거기에 묵직한 가죽 주머니를 추가로 건넸다. 금화 세 닢이 부딪치는 청아한 소리가 났다.

[의뢰 보상 3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자연의 흔적이 깃든 브로치 (희귀)]

지한은 즉시 브로치를 가슴팍에 장착했다.
그의 머릿속이 맑아지며 마력의 흐름이 한결 더 명확하고 부드럽게 감지되기 시작했다. 스킬의 위력이 실시간으로 상승하는 기분 좋은 피드백이었다.

이로써 지한이 보유한 순수 현금은 자그마치 5골드 87실버.
현실의 현금으로 60만 원이 훨씬 넘는 거금이었다.

펠릭스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지한을 그윽하게 바라보았다.

"지한 군, 자네 덕분에 우리 백작가가 수십 년간 묵혀두었던 숙원 사업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네. 혹시…… 오늘 밤 오르비스 지하 광장에서 열리는 '섀도우 마켓 (Shadow Market)'에 가볼 생각이 있나?"

"섀도우 마켓이요?"

"그래. 온갖 어둠의 경로로 유출된 고대의 미감정 유물들과 봉인된 마법 기계들이 거래되는 오르비스 최대의 암시장이지. 자네 정도의 실력이라면 그곳에서 엄청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걸세. 내가 특별 초대장을 주겠네."

펠릭스가 검은색 양각 문양이 새겨진 특별 카드 한 장을 지한에게 건넸다.

[오르비스 지하 암시장 '섀도우 마켓' 특별 초대장을 획득하셨습니다.]

지한은 검은 카드를 쥐어 잡았다.
엄청난 보물들과 희귀한 기계 장치들이 뒹굴고 있을 암시장.
스캐벤저이자 마법 공학 해체사인 그에게 그곳은 세상 그 어떤 곳보다 가장 짜릿한 기회의 성지가 될 터였다.

지한의 독한 생존의 무대가, 이제 지하 암시장의 어둠 속으로 뻗어 나가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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