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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10화

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대도시 오르비스

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10화: 대도시 오르비스

따가닥, 따가닥.

규칙적인 말발굽 소리와 함께 마차가 덜컹거렸다.
지한은 라인하르트 백작가의 늑대 문양이 새겨진 검은 마차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끝없는 푸른 밀밭과 에테르 광채를 내뿜는 거대한 세계수 숲의 정경이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환상적이었다.

볼을 스치는 신선한 흙냄새와 마차 가죽 시트의 삐걱거림마저 완벽하게 재현된 세계. 지한은 새삼 아르카디아의 리얼함에 감탄했다.

'여기선 정말 노력하는 만큼 벌 수 있어.'

현실의 공장에서는 아무리 밤을 새워 정밀 부품을 조립해도 월급은 제자리였고, 빚은 이자 때문에 날로 불어났다. 하지만 이 아르카디아에서는 지한의 초정밀 손재주가 고스란히 억대의 가치를 지닌 기적의 재능으로 대접받고 있었다.

마차는 드디어 대지 위에 우뚝 솟은 거대한 성벽 앞에 멈추어 섰다.

성벽의 높이는 족히 50미터는 되어 보였고, 그 거대한 성문 위에는 대륙의 교역 중심지임을 상징하는 커다란 천체 조각상이 박혀 있었다.

대도시, 오르비스(Orbis).

"와……."

성문을 통과해 마차에서 내린 지한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라르크 마을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압도적인 스케일이었다. 대리석으로 포장된 드넓은 광장 위로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은빛 마법 첨탑들이 즐비했고, 머리 위로는 그리핀을 탄 기사들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다녔다.

상인들의 호객 소리,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장비를 뽐내며 걷는 발걸음들로 도시는 활기차다 못해 터져 나갈 것 같았다.

지한은 먼저 펠릭스가 말해준 라인하르트 백작가의 상단 지부로 향하기 전, 가방을 든든하게 채우고 있는 광산의 전리품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오르비스의 중앙 상업 지구에는 드워프 장인들이 운영하는 대장간 겸 기계 제작 공방이 밀집해 있었다.

지한이 찾아간 곳은 오르비스에서 가장 큰 기계 공방 중 하나인 '불칸의 망치 (Vulcan's Hammer)'였다.

쾅! 쾅! 쾅!

문이 열리자마자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열기와 웅장한 쇠 두드리는 소리가 지한의 온몸을 덮쳤다. 거대한 용광로 불빛 아래에서 붉은 수염을 가슴까지 늘어뜨린 다부진 체구의 드워프가 땀을 흘리며 거대한 망치를 내리치고 있었다.

그의 머리 위에 뜬 이름은 [브록 (Brokk)]이었다.

"무슨 일로 왔나, 풋내기 모험가? 장비를 맞추러 온 거라면 저기 조수 놈들에게 가게! 난 바쁘니까!"

드워프 브록은 지한을 흘끗 쳐다보며 괴팍하게 쏘아붙였다.

지한은 덤덤하게 등 뒤의 가방을 열고, 광산에서 고대 골렘을 분해해 얻은 전리품들을 작업대 위에 하나씩 내려놓았다.

쿵. 툭. 철컥.

두꺼운 녹슨 청동 판금 플레이트 두 장과, 스팀 스파이더에게서 완벽하게 추출해 낸 초소형 증기 밸브, 그리고 고대 태엽 뭉치들이 빛을 발했다.

브록의 망치질이 우뚝 멈추었다.
그는 벌겋게 달아오른 쇠붙이를 집게로 내려놓고, 붉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작업대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의 굵은 손가락이 고대 청동 판금을 만져보았다.

"이, 이건…… 고대 골렘의 흉부 방패 장갑 판금이잖아? 게다가 이 태엽들은 톱니 하나 찌그러지지 않고 완벽하게 살아있어! 스팀 스파이더의 가동 밸브도 가열 핀이 하나도 안 망가졌잖아?!"

브록이 눈을 크게 뜨며 지한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이봐, 젊은이. 이걸 자네가 직접 해체했나?"

"그렇습니다. 보급형 해체 키트로 정밀 수동 해체를 진행했습니다."

"허억! 마법 공학 해체사로군! 그것도 엄청난 기량을 가진 녀석이야!"

브록은 괴팍하던 태도를 싹 바꾸고 조박조박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드워프들은 솜씨 좋은 기술자들을 극진히 우대하는 성향이 있었다.

"아주 훌륭해! 요즘 풋내기 놈들은 고철더미에서 코어 하나 제대로 못 빼내서 기계를 다 망쳐 오는데, 자네 물건은 당장 내일 기계 골렘에 조립해 넣어도 될 정도로 특상품이세! 내가 이 물품들을 전부 매입하지. 값은…… 2골드 80실버를 주겠네!"

2골드 80실버.
1골드가 100실버이므로, 은화 280개에 달하는 거금이었다. 라르크 마을에서 블러드 울프를 잡고 벌었던 돈의 두 배가 훨씬 넘는 액수였다. 대도시의 시세와 드워프 장인의 파격적인 제안이 맞물려 엄청난 이득을 가져다준 것이다.

"좋습니다. 거래하죠."

"하하! 시원시원해서 좋구만!"

브록이 카운터 밑에서 영롱한 금화 두 닢과 은화 여든 개를 내어주었다. 지한의 주머니가 묵직해졌다.

거기에 브록은 자신의 도구 거치대에서 은빛으로 정교하게 짜인 도구 하나를 집어 지한에게 건넸다.

"이건 내 개인적인 선물일세. 우리 대장간에 이런 특상품 재료들을 계속 공급해 준다는 약속의 징표로 생각하게나."

[획득한 선물: 불칸의 정밀 조율 핀셋 (희귀)]

지한의 눈이 빛났다.
희귀 등급의 특수 해체 도구. 펠릭스와의 약속인 유적 유물 해체를 진행할 때 엄청난 도움이 될 도구였다.

"감사합니다. 귀한 재료가 나오면 무조건 브록 씨에게 먼저 가져오죠."

지한은 드워프 대장장이와 악수를 나누고 공방을 나섰다.
이제 그의 보유 자금은 2골드 87실버. 현실 현금 가치로 자그마치 30만 원 상당이었다. 게임을 시작한 지 반나절 만에 공장 직원의 반 달 치 방세와 동생의 영양제 값을 벌어낸 것이다.

그는 흥분되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약속 장소인 라인하르트 백작가 상단 지부로 향했다.
그곳은 백작가의 위엄을 보여주듯 웅장한 저택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정문 앞에 도착하자, 대행수 펠릭스가 고급스러운 와인을 들고 지한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게, 지한 군. 자네를 기다리고 있었네."

펠릭스의 얼굴에 깊은 미소가 걸렸다. 그가 손짓하자, 상단의 인부들이 붉은 천으로 덮인 거대한 상자 하나를 조심스럽게 들고 마당으로 나왔다.

인부들이 천을 벗겨내자, 마침내 그 정체가 드러났다.
온통 알 수 없는 은색 마법 기호들이 번쩍이고 있고, 사방이 기괴한 마법 사슬로 꽁꽁 묶인 거대한 청동 상자.

상자 주변의 공기가 왜곡되듯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것이 고대 던전 최하층에서 발굴해 낸 '고대 엘프의 봉인 궤 (封印 櫃)'라네. 건드리는 순간 사방 10미터를 날려버리는 마법 폭발 함정이 걸려 있지. 자네가…… 이 봉인을 풀어줄 수 있겠나?"

지한은 침묵을 지키며 품속에서 드워프제 은빛 핀셋과 뼈칼을 쥐었다.
그의 눈동자가 상자의 복잡한 마법 봉인 기믹들을 깊게 투시하기 시작했다.

일생일대의 거대한 작업이, 대도시 오르비스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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