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의 생계형 해체업자: 황실 비고의 화염

107화: 황실 비고의 화염
황성 중심부 깊숙한 지하, 두꺼운 마도 백철로 직조된 황실 비고의 제3 보관실 대문.
지한이 웰링턴 백작에게 받은 루비 열쇠 패를 대문에 대자, 웅장한 마찰음과 함께 100년 넘게 닫혀 있던 기계실의 빗장이 풀려나갔다.
스아아아아-!
대문이 열리자마자 뿜어져 나오는 숨막히는 초고열의 증기와 붉은 화염 기류가 지한의 코트깃을 뜨겁게 달구었다.
방 한가운데에는 거대한 고대 제국의 기계 유물인 '초정밀 마도 제련로'가 자리하고 있었다.
제련로 하부의 불꽃석 슬롯에서는 수천 도에 달하는 마도 용암석들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고, 제련로 상부의 피스톤과 기어들은 굳어버린 윤활 마나 때문에 산화된 채 터질 듯한 압력을 내부에 억누르고 있었다.
[마법 공학 감지 고글]의 조준점이 회전하며 벌겋게 달아오른 제련로의 외벽 두께와 압력 수치를 실시간 그래픽으로 계산해 냈다.
[경고: 고대 제국의 '초정밀 마도 제련로' 내부 증기압 임계점 92.8%]
- 위험 요소: 밸브 해체 실패 시 반경 100미터 이내의 화염 폭발.
- 타겟: 중심부의 '고대 제련 화로 코어' (영웅 등급)
- 봉인 결합 핀: 총 12개 (열팽창으로 인해 뒤틀린 상태).
“이거 어지간히 뜨거운 녀석이군.”
지한은 이마에 송글송글 맺히는 땀을 닦아내며, 전설 뼈칼 [아스트라페 - 리레코드]를 칼집에서 살짝 빼냈다.
칼날에서 흘러나오는 심연의 동결 기운이 지한 주변의 초고열 증기를 청아한 얼음 결정으로 응결시키며 서늘한 영역을 만들어 냈다.
“철혈의 해체 영역. 가동.”
스우우우우우-.
지한의 발밑에서 뻗어 나간 푸른 전자기 역장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제련로의 붉은 열기를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열팽창으로 인해 굳어 있던 12개의 백철 봉인 핀의 미세한 틈새와 결합의 결이 그의 시야에 3D 단면도로 투명하게 배열되었다.
지한은 기계 의수의 마찰 제어 클러치를 고속 연마 모드로 기어 변속했다.
철컥-!
의수의 손가락 끝이 불을 뿜는 제련로의 조인트 벨트에 박히며 초고속으로 기어 핀을 깎아내기 시작했다.
서거억! 슥! 서걱!
아스트라페 뼈칼의 얼음 칼날이 고열의 장갑판 틈새를 찌르자, 섭씨 2,000도에 달하던 제련 화로의 팽창 부위가 순식간에 수축하며 결합의 틈새가 벌어졌다.
지한의 신속하고 거침없는 칼질 아래, 굳어 있던 12개의 강철 볼트가 단 10초 만에 공중으로 팅겨 나가며 나란히 분해되어 떨어졌다.
쉬이이이이이이익-!
제련로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던 화염 증기가 측면 배기 포트를 통해 안전하게 방출되며, 제련로 전체가 깊은 숨을 쉬듯 조용히 멈춰 섰다.
[초정밀 마도 제련로 해체 완료!]
- 영웅 등급 제작 시설: '고대 제련 화로 코어' 1개를 획득하였습니다!
- 특수 속성 유물: '불멸의 불꽃 룬스톤 (영웅 등급)' 1개를 획득하였습니다.
- 기술 습득: '영웅 등급 마도 제련 기술 교본'을 습득하여 각인 완료.
- 아스트라페 콘체른의 장비 제련 성공률이 영구적으로 15% 추가 상승합니다.
지한은 화로 중심에서 떼어낸 뜨거운 붉은색의 코어와 룬스톤을 인벤토리에 수납했다. 이것들을 황도 지부 공방으로 전송하면, 상단이 유통하는 모든 마도 부품의 내구도와 등급이 비약적으로 격상될 터였다.
지한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비고의 어두운 복도로 발걸음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쉬이이익-!
복도의 벽면 어둠 그림자 속에서, 아무런 소리도 마력의 징후도 없이 한 줄기의 은빛 단검이 지한의 목덜미를 향해 독사처럼 소리 없이 날아들었다. 2황자파가 보낸 황도 최고의 비밀 킬러, 듀크(Lv.44 그림자 암살자)의 기습이었다.
하지만 지한의 어깨 위에서 맴돌던 드론 아이리스의 음파 스캔 레이더는 이미 0.5초 전에 복도의 밀도 왜곡을 포착한 상태였다.
[위험 감지: 후방 그림자 밀도 급변]
- 투사체 궤적 분석 완료.
지한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채, 왼손의 마도 의수를 뒤로 뻗어 검지와 중지로 허공을 가볍게 퉁겼다.
“결 해체.”
챙-!
바람을 가르고 날아오던 암살자의 단검 칼날이, 지한의 의수 손끝에 스치는 순간 물리적 결합을 이기지 못하고 거울처럼 와장창 깨지며 사방으로 파편이 되어 흩어졌다.
“무, 무슨 손가락 튕김질 한 번에 내 보검이… 컥?!”
그림자 속에서 도약하던 듀크는 자신의 공격이 허망하게 부서지자 소스라치게 경악했다.
지한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등을 돌리며 아스트라페 뼈칼의 자루 끝으로 듀크의 명치를 정확하게 가격했다.
퍽-!
강철 같은 의수의 일격을 얻어맞은 듀크는 벽면에 거칠게 처박히며 피를 토하고 무릎을 꿇었다.
지한은 흩어진 칼날 파편들을 바라보며, 차가운 눈빛으로 듀크를 굽어보았다.
“플로렌 후작 녀석도 참 불쌍하군. 내 심장을 찌르라며 겨우 이런 수준 낮은 장난감을 보내다니.”
지한은 바닥에 뒹구는 듀크의 영웅 등급 '그림자 망토'의 연결 슬롯을 뼈칼 끝으로 툭 건드렸다.
스각-!
망토를 지탱하던 마력 결계 회로가 해체되며, 망토가 듀크의 몸에서 스르륵 벗겨져 지한의 손으로 귀속되었다.
[그림자 망토 해체 및 획득 완료]
- 전리품: '그림자 은신 스크롤 제작 가죽' 10장 획득.
“후작에게 전해라. 3일 뒤 열병식 당일, 그가 준비한다는 그 사악한 덫째로 황도의 하늘 위에서 완벽하게 갈기갈기 찢어 발겨 해체해 주겠다고.”
지한은 차가운 조소를 남긴 채, 어두운 복도 너머로 유유히 걸어 나갔다.
그의 등 뒤에 남겨진 암살자 듀크는, 자신의 무기가 조각난 참상을 쳐다보며 공포에 질려 이빨을 부딪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