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96화: 뇌신의 무기와 늪지 터널
대아 자치구 요새의 개인 집무실로 돌아온 한강진은, 철제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인 세 개의 은빛 강철 궤짝을 조용히 응시했다.
궤짝 뚜껑을 열자 눈이 시릴 정도로 하얗고 기하학적인 전류 무늬가 흐르는 판재들, 네오 코리아로부터 대금으로 받아낸 ‘A등급 초전도 마도 합금’이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강진은 눈앞에 띄워둔 시스템 창을 조작했다.
[현재 보유 SP: 4,153.5 SP]
자금은 충분했고, 최종 병기의 제작을 위한 핵심 자재 또한 완벽하게 구비되었다.
이제부터 시작될 5호선 지하철 노선의 전체적인 소탕 작전은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험난할 터였다. 2차 대재앙의 본격적인 태동으로 인해 지하의 마물들이 4성급 개체로 급속히 진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확실한 무력의 정점이 필요했다.
강진은 자신이 애용해 온 주무기인 ‘3성급 벼락의 도끼’를 합성 창에 올렸다. 그리고 세 상자의 A등급 마도 합금을 배치했다.
[합성 예측 결과: 벼락의 도끼 (3성급) + A등급 마도 합금 3개]
- 합성 성공률: 65% (실패 시 재료는 소멸하며 무기는 3성급 기본 상태로 복구됩니다.)
“65%라. 상인은 도박을 하지 않는 법이지.”
강진은 즉시 상점의 특수 소모품 탭을 열어 성공률을 100%로 보장해 줄 최상위 촉매 코어를 검색했다.
[구매 아이템: B등급 뇌신 마력 촉진 코어 (B등급 - 레어) - 1개]
- 설명: 번개 속성 장비의 강화를 극대화하고 합성 성공률을 35% 보정하여 100% 성공을 보장하는 특수 촉매 장치.
- 가격: 1,500 SP
[1,500 SP가 소모되었습니다.]
- 현재 보유 SP: 2,653.5 SP (이전 4,153.5 SP에서 소모)
강진은 소환된 황금빛 촉진 코어를 합성 창에 밀어 넣었다.
[합성 성공률: 100% (최종 진화 확정)]
“합성해라.”
강진의 호령과 함께, 대아 요새 중앙 사령실 위의 피뢰침을 타고 밤하늘의 붉은 먹구름 속에서 굵직한 황금빛 번개 줄기들이 굉음을 내며 내리쳤다.
콰콰콰콰쾅-!
요새 전체의 전등이 파르르 떨리며 명멸했고, 합성실 내부는 백색과 청색의 강렬한 마력 광막으로 가득 찼다. 마도 합금들이 녹아내려 벼락의 도끼 손잡이와 코어 속으로 급격하게 흡수되며 새로운 형태로 융합되어 갔다.
이윽고 광막이 걷히자, 묵직하고 장엄한 형태의 최종 병기가 허공에 둥둥 뜬 채 백색 뇌전을 파르르 튀기고 있었다.
[합성 대성공!]
- 명칭: 뇌신의 파멸 망치도끼 (4성급 - 에픽)
- 특수 효과: 물리 및 마력 공격력 +150%.
- 기본 옵션: 타격 시 주변 5마리의 적에게 100% 전기 대미지를 입히는 연쇄 번개 자동 발산.
- 액티브 스킬 [천벌(Judgment)]: 발동 시 반경 50미터 이내의 지정 영역에 극렬한 뇌전 폭풍을 폭사하여 광범위 적들을 흔적도 없이 소각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3분)
“아주 훌륭하군.”
강진이 손을 뻗어 무기를 잡았다.
기존의 도끼날 반대편에 묵직한 강철 망치 헤드가 기하학적으로 결합한 웅장한 디자인이었다. 한 손으로 가볍게 휘두르자 웅웅거리는 고주파의 진동음이 방 전체의 공기를 진동시켰다. 4성급 신화 무기의 위력은 그야말로 차원이 달랐다.
정비를 마친 강진은 강민혁 소령이 이끄는 네오 코리아 연합 소탕군과 합류했다.
그들의 첫 번째 토벌 노선은 5호선의 여의도역에서 마포역 사이, 한강 가장 밑바닥을 지나는 저저 붕괴 터널 구간이었다.
최근 2차 대재앙의 충격 파동으로 인해 한강 저저 터널의 콘크리트 하단부가 무너지며, 한강의 강물과 검붉은 진흙이 유입되어 터널 내부는 음산하고 끈적한 지하 늪지대로 변해 있었다.
쿠구구궁-.
연합군의 소탕병들과 대아 수호대원들이 철갑 장갑판으로 튼튼하게 보강된 개량형 교역 열차를 타고 붕괴 터널의 초입에 다다랐다.
열차가 멈추어 서자, 강진을 비롯한 소탕대가 랜턴 불빛을 밝히며 축축하고 서늘한 터널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바닥은 무릎 높이까지 검붉은 늪지 진흙과 물로 채워져 있었고, 그 표면 위로 기괴하게 부풀어 오른 붉은 포자 연꽃들과 끈적한 촉수들이 마치 뱀처럼 똬리를 튼 채 꿈틀거리고 있었다.
스스스스-.
어둠이 짙은 지하 늪지대 너머에서, 붉은 안광 수십 개가 번뜩였다.
지상에 떨어진 두 번째 심연의 알의 기운을 흡수하고 급격하게 2세대 변종으로 진화한 ‘심연의 포자견’ 무리들이었다. 기존의 녀석들보다 가죽이 30% 더 단단해진 4성급의 흉폭한 자식들이었다.
“키에에에엑!”
“크르르릉!”
포자견 수십 마리가 늪지 진흙을 사방으로 튀기며 장갑 열차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돌진해 오기 시작했다.
강민혁 소령이 긴장한 채 소총의 조준경을 들여다보았다.
“감염된 변종들의 가죽이 이전보다 훨씬 단단해 보입니다! 정면 저지가 쉽지 않겠소!”
강진은 새로 제작한 ‘뇌신의 파멸 망치도끼’를 어깨에서 내리며 미소를 지었다.
“강 소령, 걱정할 것 없습니다. 새로 들여온 고성능 공급품의 성능을 시험해 보기에 아주 안성맞춤인 전장일 뿐이니까요.”
강진은 황금빛과 백색의 뇌전이 기분 좋게 타오르는 망치도끼를 쥐고, 달려드는 괴수 무리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지하철 노선 전체의 제패를 위한 장엄한 혈전의 두 번째 막이 지하의 깊은 늪지 어둠 속에서 마침내 그 서막을 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