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95화: 연옥의 종막과 승인
하늘에서 벼락이 치듯, 지하 동굴 공동 전체가 황금빛 번개 줄기로 눈부시게 밝아졌다.
공중으로 도약한 한강진은 양손으로 3성급 벼락의 도끼를 고쳐 쥐고, 활짝 열려 있던 ‘심연의 포자 꽃’의 붉은 마력 코어를 향해 도끼날을 매섭게 내리찍었다.
콰르르릉! 콰아아앙!
귀를 찢는 굉음과 함께 벼락 도끼날이 붉은 코어 정중앙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오버차지 코어에서 뿜어져 나온 수만 볼트의 황금빛 전격이 꽃의 몸체 내부를 타고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기샤아아아악-!”
포자 꽃은 찢어지는 듯한 단말마를 지르며 사방으로 붉은 진물과 함께 검은 재를 흩뿌렸다.
10미터에 달하던 거대한 줄기와 잎사귀들이 안쪽에서부터 타들어 가며 순식간에 잿더미로 스러졌고, 천장과 벽면에 징그럽게 박동하며 얽혀 있던 모든 붉은 점액질 혈관들이 생명력을 잃고 허옇게 부식되어 부서져 내렸다.
동굴을 뒤덮고 있던 기괴한 기운이 완전히 소멸하고, 동굴 바닥에 맑은 서리 가루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4성급 변종 마도 식물 '심연의 포자 꽃'을 완전히 소각했습니다.]
- 획득 SP: +1,000 SP
- 현재 보유 SP: 2,153.5 SP (이전 1,153.5 SP에서 누적 충전)
강진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도끼를 털어내며 지상으로 내려앉았다.
동굴 밖으로 나오자, 지하 4층 탄약고 구역의 공기는 이미 신선함을 되찾아 가고 있었고, 방공호 메인 공조 필터의 붉은 경보음도 멈추어 있었다. 수만 명의 네오 코리아 방공호 시민들을 질식사시킬 뻔했던 대재앙의 위협이 완전히 진화된 순간이었다.
“성공했소……! 자네들이 우리 방공호를 살려냈소!”
강민혁 소령과 군인들이 감격에 겨워 달려왔다.
화상 스크린 너머의 한종학 대장 역시 땀에 젖은 이마를 닦아내며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 역시 방공호의 멸망을 막기 위해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았던 터였다.
강진은 한종학 대장을 향해 턱짓을 했다.
“대장님, 약속한 각서 대금을 이행할 시간입니다.”
- “...알겠네. 내 즉시 약속한 자재를 내주겠네. 서명한 이상 번복은 없네.”
한종학의 지시에 따라 군 요원들이 방공호 최하층 극비 무기고에서 중장비를 이용해 세 개의 궤짝을 운반해 왔다.
궤짝을 열자 은은한 백색 광채와 함께 물리 법칙을 거스르는 듯한 묘한 중량감을 풍기는 희귀 합금 판재들이 정렬되어 있었다. 과거 대한민국 최고 과학원 연구팀이 대재앙 이전 외계 운석 조각과 희귀 마도 금속을 결합해 단 3 상자만 제작해 둔 전설적인 금속, ‘A등급 초전도 마도 합금’이었다.
강진은 궤짝에 한 손을 얹었다.
“시스템 헌납 및 보관.”
[A등급 초전도 마도 합금 궤짝 3개를 시스템 전용 인벤토리에 보관합니다.]
- 설명: 4성급(에픽 등급) 이상의 아티팩트 무기 합성 및 최종 진화 단계의 필수 핵심 재료.
동시에 네오 코리아 측이 송금한 고농축 마정석 1,000개 상자 역시 헌납되었다.
[네오 코리아의 계약 마정석 1,000개를 헌납합니다.]
- 획득 SP: +2,000 SP
- 현재 보유 SP: 4,153.5 SP
SP가 다시 4,100포인트로 대폭 회복되었고, 가장 중요한 4성급 신화 무기 합성 재료까지 완벽하게 손에 쥐었다. 이보다 더 수지맞는 장사는 없었다.
그러나 진정한 이득은 재화뿐만이 아니었다.
이번 정화 소탕전을 통해 대아 자치구의 위상은 네오 코리아 시민들과 중하층 군인들에게 ‘정부보다 더 유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문명의 구원자’로 각인되었다. 한종학 대장은 감사의 표시와 동맹 강화의 조치로, 방공호 내부 지하 2층 구역에 대아 자치구의 ‘공식 교역소 및 보급 지점’을 개설하는 것을 공식 허가했다.
또한, 방공호 내의 굶주리는 시민들이 대아 자치구의 시민권을 신청하여 이주할 수 있는 법적 권리까지 임시 양도하는 역사적인 외교 승리가 이루어졌다.
이로써 강진은 네오 코리아 방공호를 경제적으로 완전히 지배할 수 있는 거대한 발판을 다지며 4막의 첫 장을 완벽한 승리로 마무리지었다.
강진은 특별 수송 열차에 다시 몸을 실으며, 지하 승강장에서 자신들을 경외의 눈으로 배웅하는 수많은 군인과 시민들을 바라보았다.
“대장님, 네오 코리아를 우리 밑에 완벽히 두었군요.”
조수석에 앉은 임대수가 미소를 지었다. 강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건 시작일 뿐입니다. 지상의 두 번째 알이 깨진 이상, 지하 전체의 마물 생태계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5호선 전체 노선을 따라 숨어 있는 심연의 군락지들을 네오 코리아 군부와 협동 소탕하며 길을 터야 합니다.”
지하 선로 전체를 장악하기 위한 거대한 여정.
더 깊은 지하의 어둠 속에서 지하철 5호선 전체 노선을 피로 물들일 본격적인 지하 괴수 소탕 작전의 장엄한 서막이 웅장하게 흔들리는 수송 열차의 바퀴 소리와 함께 다음 행선지를 향해 힘차게 굴러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