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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94화

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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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화: 환각의 안개와 섬광

“적의 촉수 접근! 방패조, 배리어를 좌우로 밀착시켜라!”

수호대장 임대수의 다급한 고함 소리와 함께, 3성급 유물 방패의 육각형 푸른 장벽 위로 거대하고 시뻘건 가시 촉수 수십 개가 거센 소리를 내며 채찍처럼 내리쳤다.

콰아아앙! 쿠구궁!

방패 배리어가 강렬한 충격에 파르르 떨리며 푸른 불꽃을 튀겼다. 뒤쪽에 배치된 소총수들은 오염 방지 탄환을 아낌없이 퍼부었지만, 촉수들의 단단한 갑각과 무서운 재생 속도는 탄환 세례를 비웃듯 멈추지 않았다.

“연옥의 화염 방사포 가동!”

강진은 지체하지 않고 어깨에 멘 화염 방사포의 방아쇠를 움켜쥐었다.

슈우우우우-! 콰아아아아!

포구에서 뿜어져 나간 극고온의 플라즈마 화염 해일이 동굴 공동을 가득 메우며 덮쳐오던 촉수들을 감쌌다.

화염이 닿자마자 촉수들의 표면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며 지글지글 소리를 냈고, 둥지의 모체인 심연의 포자 꽃이 거대한 몸체를 비틀며 고통 섞인 불쾌한 괴성을 질렀다.

“샤아아아아-!”

하지만 4성급 괴식물은 만만치 않았다.

화염에 큰 손상을 입은 포자 꽃의 중앙 꽃망울이 기괴하게 뒤집히더니, 그 틈새에서 진득하고 검붉은 액체와 함께 보랏빛 연기가 화산재처럼 사방으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단순한 오염 가스가 아니었다. B등급 마도 재해로 규정된 ‘심연의 독성 환각 포자’였다.

스우우우우-.

보랏빛 연기가 동굴 공동을 가득 채우자, 대원들의 전술 마스크 필터 표면에 붉은 불꽃이 튀며 마동 차단벽이 약화되었다. 연기를 조금이라도 들이마신 대원들의 동공이 일제히 초점을 잃고 풀리기 시작했다.

“으, 으아아악! 괴물이…… 내 가족들이 괴물로 변했어!”

“임 대장님! 왜 저를 쏘려는 겁니까! 으아악!”

대원들은 머리를 감싸 쥐고 절규하며 사방으로 총구를 휘둘렀다. 심지어 평소 가장 침착하던 임대수 소령마저도 헛것을 보는 듯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옆에 서 있던 강태훈에게 마도 단검을 휘두르려 했다.

독성 안개가 일으킨 강렬한 공포와 아군을 적으로 오인하게 만드는 환각 디버프였다. 진형이 순식간에 자멸의 위기에 처했다.

강진 역시 눈앞이 일그러지며 붉은 노이즈가 시야를 가렸다. 과거 문명 시대, 중소 물류 유통업체에서 매일 밤샘 근무에 시달리며 무시당하고 짓밟히던 가장 비참했던 기억의 환각이 그의 눈앞에 뱀처럼 아른거렸다.

하지만 강진이 쓰고 있던 B등급 ‘심연의 수색자 전술 헬멧’의 보석이 밝은 푸른빛을 내뿜으며 전자기 펄스 같은 충격을 뇌세포에 전달했다.

징-.

[경고! 정신 간섭 환각 마법이 침투했습니다.]

강진은 세차게 머리를 흔들며 환각을 털어내고 이성을 되찾았다.

동료들이 서로에게 총을 쏘아대기 직전의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강진은 신속하게 머릿속의 보급 상점을 열었다. 광범위한 정신 오염과 환각을 단숨에 정화해 줄 강력한 백색 성광탄이 필요했다.

[구매 아이템: B등급 광역 마력 정신 정화 성광탄 (B등급 - 레어) - 1개]

[700 SP가 소모되었습니다.]

치이이이익-.

강진의 손아귀에 정교한 격자무늬 유리가 박힌 구체 모양의 섬광탄이 소환되었다. 강진은 주저 없이 성광탄의 상단 밸브를 누르고, 연기가 자욱한 지하 공동의 중앙 천장을 향해 던졌다.

“정화의 빛을 받아라!”

스우우웅-.

던져진 성광탄이 공중 한가운데에서 폭발했다.

콰아아아아아앙!

귀를 찢는 폭음 대신, 눈이 시릴 정도로 영롱하고 따뜻한 은백색의 성광 물결이 원형으로 파동치며 동굴 전체를 환하게 밝혀버렸다.

그 은백색 성광이 닿자마자 동굴을 가득 채우고 있던 보랏빛 환각 가스들이 눈이 녹듯 하얗게 증발하여 소멸했다.

성광의 빛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대원들과 임대수는 순간 굳어지더니, 핏발 섰던 눈동자가 빠르게 제 빛을 되찾았다. 머리를 짓누르던 환각의 안개가 씻은 듯 사라진 것이다.

“아……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하려던 거지?”

임대수가 단검을 떨어뜨리며 땀을 훔쳐냈다. 대원들 역시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던 손을 거두며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신 차려라! 아직 적의 본체는 멀쩡하다!”

강진의 호령에 대원들은 흩어졌던 전투 진형을 빠르게 재구축했다.

오염 가스를 뿜어내던 심연의 포자 꽃은 자신의 비장의 무기가 무력화되자, 중앙의 꽃망울을 활짝 열고 그 속에 숨겨져 있던 영롱한 붉은색 마력 코어를 고스란히 드러낸 채 최후의 발악으로 끈적끈적한 줄기들을 뿜어냈다.

“엄호해라. 내가 직접 끝내겠다.”

강진은 벼락의 도끼를 양손으로 굳게 고쳐 쥐고, 도끼 자루에 박힌 오버차지 코어의 출력을 한계점까지 끌어올렸다.

도끼날에서 뿜어져 나오는 황금빛 벼락 줄기들이 동굴 천장의 이슬을 증발시키며 극렬하게 포효하기 시작했다. 강진은 단단한 돌바닥을 박차고 활짝 열린 포자 꽃의 중심부를 향해 매섭게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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