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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93화

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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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화: 포자의 둥지와 각서

탄약고 구역의 1차 습격이 한강진의 극저온 동결 가스로 저지되었지만, 네오 코리아 기술진이 차단벽을 임시 복구하는 동안 사령실 모니터에는 더 끔찍한 붉은 경보가 감지되고 있었다.

“대장님! 무너진 암반 균열 안쪽에서 나오는 가스 밀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습니다. 센서 분석 결과, 이 균열은 과거 방공호를 건설할 때 위험성 때문에 격리 폐쇄해 두었던 지하 미탐사 천연 동굴 구간과 연결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방공호의 환경 분석 장교가 창백해진 얼굴로 분석 판넬을 두드렸다.

“이 동굴 깊은 곳에 균열의 모체이자 붉은 오염 가스를 끊임없이 방출하는 4성급 변종 마도 식물, ‘심연의 포자 꽃’이 둥지를 틀고 있는 것이 확실합니다. 이 포자 가스가 계속 분출되면, 5분 내로 방공호 하층 거주구의 산소 정화 공조 시스템이 감염되어 파괴됩니다. 그렇게 되면 상층 거주지의 수만 명의 시민들이 자는 도중에 질식 오염사할 겁니다!”

네오 코리아의 총사령관 한종학 대장은 떨리는 눈빛으로 강진을 쳐다보았다. 그의 어깨는 수만 명의 시민들과 정부의 생존이라는 막중한 책임감으로 사정없이 짓눌려 있었다.

“한 사령관…… 부탁하네. 우리 군은 지하 동굴의 마력 농도와 포자 가스를 견딜 방호 마스크나 정화 장비가 없네. 오직 자네와 대아 자치구의 정예 대원들만이 저 동굴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그 포자의 근원을 제거할 수 있네. 수만 명의 목숨이 자네 손에 걸려 있네!”

한종학의 애걸에 강진은 무심하게 도끼날을 튕기며 말했다.

“대장님, 수만 명의 목숨이 걸려 있다면 그에 걸맞은 가치를 지불하셔야지요.”

“뭐, 뭐라고……? 이 긴박한 상황에 또 거래를 하겠다는 말인가?”

“상인은 자선사업가가 아닙니다. 저 깊은 미탐사 천연 동굴은 독 가스뿐만 아니라 미지의 4성급 괴수들이 득실거리는 지옥일 텐데, 제 대원들의 목숨과 소모될 특수 보급 장비들의 가치를 공짜로 넘길 수는 없지요.”

강진은 품에서 디지털 계약 단말기를 꺼내 한종학 대장의 앞에 띄웠다.

“이것이 제거 계약의 조건입니다. 포자 꽃의 완벽한 파괴 및 방공호 오염 저지 성공 시, 네오 코리아 방공호 지하 2층 비밀 보관고에 은닉 중인 ‘A등급 무기 제작용 특수 합금 궤짝 3개’와 고농축 마정석 1,000개를 추가 대금으로 즉시 양도하겠다는 각서를 쓰십시오. 사인을 하시면, 즉시 동굴 내부로 진입하겠습니다.”

A등급 무기 합금은 네오 코리아가 대재앙 이전 군수 연구소에서 극비리에 개발해 두었던 외계 광물 결합 합금으로, 향후 4성급 이상의 최상위 아티팩트 무기를 합성하기 위해 강진이 눈독을 들이고 있던 귀한 보물이었다.

한종학은 이 벼랑 끝의 상황에서 다른 선택지가 없음을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결국 그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디지털 서명란에 사인을 마쳤다.

띠링-.

[시스템 각서 계약이 완결되었습니다.]

계약이 성사되자 강진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그는 즉시 보급 상점의 개인 생존 탭을 열었다.

[구매 아이템: B등급 휴대용 마력식 산소 공급 장치 (B등급 - 노멀) - 10개]

[500 SP가 소모되었습니다.]

강진은 대원들에게 정화 장치와 산소 공급기를 장착시킨 뒤, 벼락의 도끼를 거머쥐고 무너진 암벽 균열 틈새로 앞장서 진입했다.

철벅, 철벅-.

균열 너머 천연 동굴 내부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기괴하고 음산했다.

천장과 사방의 암벽은 온통 끈적끈적한 붉은 점액질 혈관들로 얽혀 있었고, 천장에 똬리를 튼 검붉은 고치들이 거대한 심장처럼 쿵, 쿵 소리를 내며 박동하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괴수의 위벽 내부를 걷는 듯한 불쾌한 비린내가 진동했다.

그들이 동굴 내부로 300미터쯤 진입했을 때, 사방이 돔 형태로 넓게 트인 거대한 지하 공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공동 한가운데, 높이가 무려 10미터에 달하고 천장을 향해 핏빛 가스를 내뿜고 있는 거대한 4성급 마도 식물, ‘심연의 포자 꽃’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꽃의 잎사귀는 단단한 가죽 같았고, 중앙의 거대한 꽃망울은 마치 괴수의 입처럼 날카로운 이빨들이 촘촘히 돋아나 꿈틀거리고 있었다.

크르르르르-.

“키에에에엑!”

꽃의 주변 흙더미 속에서, 붉은 점액질로 뒤덮인 수십 개의 질긴 촉수들과 붉은 침을 흘리는 변종 마물들이 일제히 머리를 쳐들며 강진 일행을 매섭게 쏘아보았다.

강진은 벼락의 도끼의 엔진을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둥지에 제대로 도착했군. 대원들, 전투 진형을 전개해라. 거래 물건을 확보할 시간이다.”

동굴 어둠 속에서, 방공호 전체의 운명을 쥔 거대한 4성급 모체와의 2차 총력전의 불꽃이 장엄하게 타오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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