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92화: 극저온의 구원
덜컹! 철컥-!
대아 자치구의 특별 교역 열차가 붉은 제동 스파크를 튀기며 네오 코리아 최고 사령부 방공호의 지하 승강장에 거칠게 멈춰 섰다.
열차 문이 열리자마자 승강장을 가득 채우고 있던 매캐한 화약 냄새와 비릿한 피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승강장 안쪽은 피난 가방을 든 정부 고위 관료들과 행정 직원들, 그리고 온몸에 붕대를 감은 채 신음하는 부상병들로 아비규환의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한 대장님! 와주셨군요!”
피투성이가 된 군복 코트를 걸친 강민혁 소령이 다급하게 달려와 강진을 맞이했다. 그의 뺨에는 괴수의 손톱에 긁힌 붉은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채 핏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강진은 열차 적재함에서 내리는 대원들과 3성급 방패, 그리고 번개 터렛들을 확인하며 침착하게 물었다.
“지하 4층의 탄약고 구역 암반벽이 완전히 무너졌소! 무너진 균열 틈새로 심연의 오염 물질과 변종 괴수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중이오. 가장 심각한 건, 그곳이 네오 코리아가 보유한 고성능 폭약과 박격포 탄약 수천 상자가 쌓여 있는 메인 탄약고라는 점이오. 불꽃 하나라도 잘못 튀면 방공호 전체가 폭발의 유폭으로 인해 지하 100미터 아래에 통째로 매몰될 판이오! 그래서 우리 중화기 부대는 총 한 발 제대로 쏘지 못하고 근접 칼싸움으로 버티다 질질 밀려나고 있소!”
화약 유폭의 위험 때문에 압도적인 화력을 쓰고도 적을 막지 못하는 진퇴양난의 위기.
강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불꽃과 고온이 문제라면, 아예 그 공간의 온도를 절대영도에 가깝게 얼려버리면 되겠군요.”
“얼린다고? 탄약고 전체를 말이오? 그게 대체 무슨…….”
강민혁이 놀라 묻는 사이, 강진은 이미 머릿속의 B등급 보급 상점을 활성화하고 있었다. 화재나 열기 스파크를 전혀 유발하지 않으면서, 마물의 유기체 세포를 즉시 동결 분쇄해 줄 극저온 병기가 필요했다.
[구매 아이템: B등급 극저온 동결 가스 살포기 (B등급 - 레어) - 1개]
- 설명: 압축 마력 동결 셀을 사용하는 특수 냉기 방사기. 방사 시 전방 반경 30미터 영역을 즉시 영하 120도의 극저온 가스로 뒤덮습니다. 어떠한 불꽃이나 폭발 열원도 발생시키지 않으며, 열화학적 반응을 완벽히 차단하여 안전하게 적을 빙결시키고 분쇄합니다.
- 가격: 1,500 SP
[1,500 SP가 소모되었습니다.]
- 현재 보유 SP: 2,353.5 SP (이전 3,853.5 SP에서 소모)
치이이이이익-!
강진의 두 손 위에 웅장한 백색 서리가 피어오르더니, 두꺼운 강철 실린더와 냉각 도선이 복잡하게 얽힌 육중한 튜브 형태의 ‘극저온 동결 가스 살포기’가 소환되었다. 총구 주변은 방출되는 냉기 탓에 벌써부터 하얀 성에가 끼기 시작했다.
“임대수, 정예 방패조를 선두로 세워라. 화기를 사용하는 사격은 일절 금지한다. 냉기 가스로 얼려버린 적들만 둔기로 깨뜨리는 백병전으로 간주한다.”
“예, 대장님!”
대아 수호대원들은 소총을 등에 멘 채, 3성급 유물 방패의 쉴드막을 올리며 강진의 뒤를 따랐다.
그들은 무너져 내리는 지하 4층 탄약고 철문을 통과했다.
탄약고 내부의 벽면은 이미 검붉은 진흙과 핏빛 이끼들로 뒤덮여 흉측한 외계 동굴처럼 변해 있었다. 무너진 암반 균열 틈새에서는 붉은 가시가 돋아난 변종 마물들과 ‘심연의 포자 들쥐’ 수백 마리가 붉은 안개 속에서 사납게 이빨을 갈며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네오 코리아의 군인들은 구석에 쌓인 폭약 상자들을 온몸으로 가로막은 채 야전삽과 대검을 휘두르며 필사적인 육탄전을 벌이고 있었다.
“키샤아아아악!”
포자 들쥐 수십 마리가 군인들의 목덜미를 향해 공중으로 도약한 절체절명의 순간, 강진이 앞으로 나서며 동결 살포기의 밸브를 당겼다.
슈우우우우우-!
살포기 총구에서 폭포수 같은 백색의 차가운 냉기 폭풍이 터져 나왔다.
냉기 파동이 지나가는 경로의 공기가 즉시 하얀 서리로 변했고, 탄약고 바닥에 흘러내리던 붉은 점액질이 쩍쩍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하얗게 얼어붙었다.
도약하던 포자 들쥐들과 변종 마물들은 하얀 냉기 폭풍에 닿는 순간,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공중에서 그대로 꽁꽁 얼어붙어 하얀 얼음 조각상이 된 채 바닥으로 툭, 툭 떨어졌다.
쨍그랑! 쨍강!
바닥에 떨어진 얼어붙은 마수들은 유리창이 깨지듯 사방으로 서리 가루가 되어 분쇄되어 부서져 내렸다.
“이…… 이게 무슨 능력인가? 폭약 상자 주변의 온도가 급격히 내려가고 있어!”
군인들은 자신들의 뺨을 스쳐 지나가는 하얀 서리 안개에 소스라치게 놀라면서도, 화약 상자에 어떠한 불꽃이나 열기 반응도 없이 마물들만 깔끔하게 동결 소멸하는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강진은 살포기를 비스듬히 메고 벼락의 도끼의 뒷부분 뭉툭한 망치 면으로 얼어붙은 거대 변종 마수의 머리를 가볍게 내리쳤다.
콰창-!
얼어붙은 괴수가 고통의 비명 없이 서리 결정으로 부서져 사라졌다.
[변종 포자 들쥐(3성급)를 처치했습니다. 30 SP를 획득합니다.]
[변종 마수(3성급)를 처치했습니다. 40 SP를 획득합니다.]
강진은 뒤를 돌아보며 넋이 나간 네오 코리아 군인들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멍하니 서 있지 말고 무너진 균열 입구를 철저히 봉쇄할 준비를 하십시오. 1차 습격은 이것으로 저지했습니다.”
탄약고를 삼킬 듯 뿜어지던 2차 대재앙의 붉은 열기와 폭발의 위협은, 한강진의 영리하고 신속한 극저온 보급 권능 앞에서 단숨에 완벽하게 차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