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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9화

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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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총성과 굴복

"싫다면 어쩔 겁니까? 주인 없는 물건에 먼저 손을 댄 건 우리인데."

강진의 싸늘한 대꾸에 가죽 재킷을 입은 빡빡이 사내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들고 있던 손도끼를 자신의 손바닥에 가볍게 툭툭 치며 코웃음을 쳤다. 찌든 담배 냄새와 기름기 섞인 땀 냄새가 바람을 타고 강진의 코끝을 찔렀다.

"이 새끼가 진짜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보네. 야, 대가리 몇 대 깨서 무릎 꿇려라. 지가 도끼 좀 휘두른다고 눈에 뵈는 게 없나 본데, 인간이 괴물보다 훨씬 잔인하고 집요하다는 걸 오늘 뼈저리게 가르쳐주지."

빡빡이의 턱짓 한 번에, 뒤에서 대기하던 부하 두 명이 사나운 기세로 무기를 치켜들며 강진 일행을 향해 쇄도했다. 한 명은 녹슨 식칼을 거꾸로 쥐었고, 다른 한 명은 묵직한 쇠파이프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 있었다.

"어딜 감히!"

강태훈이 쇠파이프 야구배트를 치켜들며 한 걸음 앞장섰다. 그는 전직 트레이너다운 육중한 덩치에 걸맞지 않게 날렵한 몸놀림으로 식칼을 든 녀석의 손목을 정확히 후려쳤다.

깡-!

날카로운 마찰음과 함께 식칼이 주차장 바닥으로 떨어져 뒹굴었다. 강태훈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발을 뻗어 녀석의 명치를 거세게 걷어찼다. 꺽, 하는 단말마의 신음과 함께 무법자가 뒤로 볼품없이 나가떨어졌다.

하지만 다른 한 명의 무법자가 쇠파이프를 가로로 크게 휘두르며 강진의 머리를 조준하고 파고들었다. 그 휘두름에는 일말의 자비도 없었다. 제대로 맞으면 최소 두개골 함몰, 최악의 경우 즉사였다.

스윽.

강진은 당황하지 않고 가죽 코트 안쪽 주머니에서 검은색 리볼버 권총을 뽑아 들었다.

철컥-!

해머가 젖혀지는 차가운 금속음이 들리는가 싶더니, 강진이 총구를 사내의 다리를 향해 겨누고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아앙-!

귀청을 찢는 거대한 총성이 마포대로의 무거운 적막을 단숨에 조각냈다. 총구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색 마력 탄환은 파란색 예광탄 같은 궤적을 그리며 대기를 찢고 날아갔다. 그리고 쇠파이프를 들고 달려들던 사내의 오른쪽 허벅지를 정확히 관통했다.

퍼억-!

"으아아아악! 내 다리! 내 다리!"

관통된 상처 부위에서 선홍색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며 사내가 바닥으로 나자빠졌다. 마력 탄환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허벅지를 관통한 것도 모자라, 그 뒤편에 있던 편의점의 단단한 콘크리트 기둥까지 푹 파헤쳐 구멍을 내놓았다. 일반적인 .38구경 권총탄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대물 저격총에 버금가는 무지막지한 파괴력이었다.

"총... 총이라고?! 이 난리에 총이 어떻게 작동해!"

빡빡이 사내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듯 격렬하게 흔들렸다.

대재앙 이후 강력한 전자기 펄스와 마력 폭풍으로 인해 현대식 총기들의 공이치기나 화약 뇌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생존자들 사이의 상식이었다. 간혹 구식 뇌관식 엽총이나 사제 총기가 작동한다는 소문은 있었으나, 이처럼 완벽하게 정제된 신품에 마력의 에너지가 깃든 권총은 그야말로 규격 외의 전술 병기였다.

강태훈과 박 대리, 정현우마저 그 자리에 망석중처럼 굳어 버렸다. 그들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권총을 쥔 강진을 마치 귀신이라도 보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강진은 차가운 눈빛을 유지하며 천천히 총구를 돌려 빡빡이 사내의 미간을 조준했다.

찰칵.

실린더가 돌아가며 다음 탄환이 약실에 정렬되는 소리가 들개파 일원들의 귀에는 사형 선고처럼 울렸다.

"다음 총알은 무릎이 아니라 당신 이마를 뚫을 겁니다. 선택하세요. 무기 버리고 엎드릴 건지, 아니면 여기서 제 포인트로 환전될 건지."

강진의 목소리에는 실낱같은 감정조차 실려 있지 않았다. 상대를 죽이는 데 아무런 망설임이 없다는 것을, 빡빡이 사내는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이 남자는 진짜다. 사람을 죽여본 적은 없을지 몰라도, 죽일 준비는 완벽하게 끝낸 포식자였다.

탁-!

빡빡이는 쥐고 있던 손도끼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양손을 번쩍 들며 무릎을 꿇었다. 그의 등 뒤에 있던 다른 부하들도 질겁하며 무기를 내던지고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살, 살려주십시오! 형님! 우리가 몰라뵙고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발 목숨만은... 하라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조용히 하고 가진 무기와 소지품, 그리고 저 오토바이 열쇠 전부 꺼내서 바닥에 던지세요. 3초 줍니다."

무릎을 꿇은 빡빡이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품속에서 오토바이 열쇠를 꺼내 바닥으로 던졌다. 녀석들이 타고 온 오토바이는 전자기기가 마비된 세상에서 억지로 기계식 엔진을 개조해 굴리던 구형 아날로그 바이크들이었다.

강진은 박 대리에게 눈짓하여 열쇠와 떨어진 흉기들을 수거하게 했다.

"소속이 어디입니까? 규모는 얼마나 되지?"

강진이 묻자 빡빡이가 침을 삼키며 식은땀을 흘렸다.

"저, 저희는 마포역 인근 폐쇄된 백화점 지하를 본거지로 삼는 '들개파'의 정찰 조원들입니다. 두목님이신 장철호 형님 밑에 각성자 몇 분이랑 일반 대원 합쳐서 30명 정도 모여 있습니다. 저희는 그냥 정찰 중이었을 뿐입니다. 제발 살려만 주시면 다신 안 나타나겠습니다!"

"30명이라. 생각보다 바퀴벌레들이 많이도 모여 있군."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약탈자 집단 30명이 조직적으로 무장하고 물류창고를 습격해온다면, 아무리 철제 격벽이 있어도 방어하기 까다로울 터였다. 하지만 강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차갑게 빡빡이의 미간을 총구로 짓눌렀다.

"가서 네 두목이라는 장철호한테 전해라. 마포 제3물류창고 영역에 얼씬도 하지 말라고. 다음에 또 정찰 오토바이가 내 구역 근처에서 알짱거리면, 그땐 경고 없이 오토바이 주인의 대가리를 날려버리겠다고 똑똑히 전해. 내 말이 장난 같나?"

"아닙니다! 아닙니다!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똑히 전하겠습니다!"

강진은 다친 부하들을 부축해 절뚝거리며 도망치는 빡빡이 일당을 그냥 살려 보냈다. 녀석들을 굳이 다 죽여서 적대 세력을 자극하는 것보다, '작동하는 화기를 가진 강력한 각성자'가 창고를 지키고 있다는 공포 섞인 정보를 흘리는 것이 당장의 방어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당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도망치자, 강진은 회수한 무기들과 버려진 구형 오토바이에 손을 얹었다.

[무법자들의 무기 및 운송 장비를 감정합니다.]

강진이 오토바이에 손을 대자, 그 육중한 탈것이 은빛 모래가 되어 흩어지며 순식간에 시스템의 데이터 속으로 사라졌다.

[물품 헌납이 완료되었습니다. 총 190 SP가 성공적으로 적립되었습니다.]

오토바이 한 대가 리볼버 권총 한 자루 값에 버금가는 포인트로 환전된 것을 보며 강진은 가슴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상인에게 있어 탈것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고효율의 자원 주머니이기도 했다.

수색 원정을 나갔던 네 사람은 편의점에서 확보한 식품 상자들을 짊어지고 서둘러 물류창고로 복귀했다. 복귀하자마자 안쪽에서 초조하게 대기하던 생존자들은 강진의 코트에 묻은 고블린의 초록색 피와, 오토바이 엔진 소리 뒤에 들려왔던 총성을 떠올리며 긴장했으나, 넉넉하게 확보해 온 스팸과 참치캔 상자들을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무엇보다 강진이 바깥의 인간 무법자들을 권총 한 자루로 단숨에 굴복시켰다는 무용담이 대원들의 입을 통해 퍼지면서, 쉘터 내에서 한강진의 권위는 이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신적인 지배자로 격상되었다. 얄미운 김 부장조차 이제는 강진의 눈길이 닿으면 슬그머니 고개를 숙이고 꼬리를 내렸다.

그날 오후, 수색에서 챙겨온 물자들을 창고 구석에 정리하던 중 IT 개발자 정현우가 조심스럽게 강진에게 다가왔다. 그의 눈에는 기술자 특유의 호기심과 열정이 서려 있었다.

"한 대리님, 아까 가져오신 오토바이에서 떼어낸 배터리 부품이랑 창고 자재실에 있던 예비 교류기들을 조립하면... 조잡하긴 해도 소형 아날로그 발전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창고 안의 백열등 몇 개랑 통신 라인 한두 개 정도는 돌릴 수 있는 전력을 얻을 수 있을 텐데, 제가 한번 시도해 봐도 될까요?"

강진의 눈이 다시 한번 날카롭게 빛났다.

보급의 상인에게 있어 '전력 복구'는 비즈니스의 규모를 키우고 쉘터의 문명 지수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최고의 열쇠였다.

"좋습니다. 현우 씨. 필요한 자재가 있으면 말하세요. 발전기가 돌아가는 순간, 우리 쉘터의 가치는 수백 배로 뛸 테니까요."

강진의 야심 가득한 미소와 함께, 물류창고 요새의 밤은 다시 한번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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