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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10화

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10화: 문명의 불빛과 심야의 침공

"작동합니다! 다들 잠시만 물러서세요! 스파크 튑니다!"

IT 개발자 정현우의 상기된 목소리와 함께, 물류창고 한구석에 임시로 조립된 간이 발전기 엔진이 쿨럭거리다 이내 덜덜거리는 둔탁한 회전음을 내뿜기 시작했다. 매캐한 가솔린 냄새가 창고 바닥으로 낮게 깔렸지만, 그 냄새조차 지금의 생존자들에게는 문명의 향기처럼 달콤하게 느껴졌다.

강진은 팔짱을 낀 채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사실 이 조잡한 고철 덩어리가 돌아가는 데에는 정현우의 기술력만큼이나 강진의 은밀한 보급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정현우와 최덕팔이 오토바이에서 떼어낸 배터리와 창고 자재실의 예비 교류기를 조립하는 동안, 강진은 인벤토리를 열어 몰래 구매한 특수 부품들을 '우연히 찾은 자재'라며 슬쩍 끼워 넣었기 때문이다.

[보급용 고효율 소형 연료통 (30 SP)]
[전력 복구용 특수 케이블 (20 SP)]

마력이 깃든 케이블은 불규칙한 전류를 안정적으로 정류해 주었고, 고연비 연료는 낡은 엔진을 부드럽게 달구었다. 시스템의 보조가 없었다면 수 시간 내에 타버렸을 발전기가 이제는 상식을 초월한 효율로 전력을 생산해내고 있었다.

탁, 파지직-! 탁!

창고 천장에 매달려 있던 대형 백열등 세 개가 노란색 불꽃을 튀기며 차례로 눈부신 불을 밝혔다.

암흑 속에 갇혀 손전등의 인색한 불빛과 천장의 핏빛 달빛만으로 연명하던 생존자들은 순간적으로 눈을 부시게 가리면서도, 눈앞을 환하게 밝히는 따뜻한 문명의 불빛에 넋을 잃었다. 며칠 만에 마주하는 진정한 '빛'이었다.

"아... 불이 들어왔어. 진짜 불이 들어왔어..."

여직원 임민지가 떨리는 손으로 빛줄기를 만지듯 허공을 짚었다. 한소희와 다른 어린 피난민들은 서로를 끌어안고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빛이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자신들이 여전히 인간다운 존재로 남아 있으며 아직 세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는 무언의 위안을 주기에 충분했다.

정현우는 땀을 닦으며 조립식 데스크톱 본체와 연결된 구형 모니터를 두들겼다. 강진이 구해주었던 특수 케이블 덕분에 과전류로 인한 하드웨어 손상 없이 아날로그 수신기 장치가 무사히 부팅되었다.

치지직... 치지직... 지직-!

스피커에서 끈적하고 기분 나쁜 기계식 잡음이 흘러나왔다. 정현우가 볼륨 노브를 신중하게 조절하자, 잡음 사이로 굵직하고 건조한 사내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울려 퍼졌다.

[...여기는 수도권 통합 비상대책본부... 수신 가능한 모든 생존자 여러분께 알립니다. 현재 차원 균열로 인한 강력한 마력 폭풍 현상이 전국적으로 지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붉은 균열 주변 거점에 괴수들의 알과 고치가 급격히 형성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2차 대재앙의 징조로...]

라디오 방송이었다. 강진을 비롯한 19명의 생존자들은 숨을 죽인 채 스피커 하나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괴수들은 야간에 공격성과 신체 능력이 2배 이상 강화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생존자 여러분은 해가 진 후 절대 외출하지 마시고, 견고한 건물 내부에서 대피 상태를 유지하십시오. 다시 한번 알립니다. 현재 군부대와 잔존 정부 기관은 관악산 지하 방공호 '네오 코리아'를 중심으로 복구 및 구조 작전을 준비 중입니다. 인류는 결코 패배하지...]

뚝.

방송은 심한 전자 노이즈와 함께 완전히 끊겨 버렸다.

"방공호... 정부가 살아 있긴 한가 보네요. 네오 코리아라니... 우리도 거기 가면 살 수 있을까요?"

오태식 과장이 안도 섞인 한숨을 내쉬며 희망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하지만 강진의 생각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네오 코리아'라는 잔존 세력이 살아 있다 하더라도 그들이 마포구 물류창고 구석에 숨은 민간인들을 당장 구조하러 올 확률은 제로에 가까웠다. 그들에게 생존자 구조는 우선순위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괴수 고치'와 '야간 공격성 강화'라는 정보가 뼈아프게 다가왔다.

'고치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건, 조만간 더 강력하고 지능적인 상위 등급의 몬스터들이 부화할 거라는 뜻이다. 세상은 앞으로 더 지옥처럼 변하겠군.'

상황이 험악해지기 전에 쉘터의 방어력을 극대화하고 더 많은 SP를 모아 강력한 무기를 확보해야 했다. 강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지시를 내렸다.

"현우 씨, 수고하셨습니다. 일단 전력을 아끼기 위해 발전기를 끄고 손전등과 보조 배터리 충전용 전력만 유지합시다. 밤에 빛이 외부로 새어 나가면 괴수들이나 굶주린 약탈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으니까요."

"아, 네. 맞습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네요."

정현우가 발전기의 메인 스위치를 내리자, 창고는 다시 고요하고 무거운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생존자들은 정현우가 조율해 준 아늑한 쉘터 안쪽 구역에 누워 짧은 잠을 청했다.

하지만 그 짧은 평화조차 허락되지 않는 것이 아포칼립스의 법칙이었다.

새벽 2시 경.

두두두두둥-!

묵직한 대지의 진동과 함께 창고 바깥 국도변에서 요란한 엔진 소리가 밤공기를 찢으며 강진의 귓가를 강타했다. 낮에 들었던 들개파의 단발성 정찰 오토바이 소리가 아니었다. 최소 오토바이 5대와 엔진 소리가 웅장한 구형 트럭 한 대가 거칠게 주차장 아스팔트를 짓밟으며 들이닥치는 소리였다.

강진은 번개처럼 눈을 떴다. 그는 가죽 코트를 걸친 채 [+1 야수 사냥꾼의 도끼]의 자루를 꽉 쥐었다. 허리춤에 찬 리볼버 권총의 차가운 금속 촉감이 그의 이성을 예리하게 일깨웠다.

"전원 기상! 침입자들입니다! 노약자들은 안쪽으로 대피하고,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은 제 뒤로 붙으세요!"

강진의 나직하지만 서늘한 경고에 강태훈과 박 대리가 즉각 무기를 쥐며 일어섰다. 오태식과 정현우 역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쇠파이프와 도끼를 움켜잡았다.

쾅! 쾅! 콰아앙-!

주차장에 차를 세운 침입자들이 강진이 밤새 설치해둔 웅장한 검은색 철제 격벽을 둔탁한 둔기로 두들기기 시작했다.

"안에 든 쥐새끼들아! 좋은 말로 할 때 문 열어라!"

확성기를 댄 기분 나쁜 쇳소리가 격벽 너머로 울려 퍼졌다.

"낮에 감히 우리 들개파 정찰대 애들 다리를 분질러놓고 무사할 줄 알았냐? 작동하는 총을 가졌다고 폼 잡는 놈이 누구냐? 우리 두목님이 친히 정예들을 챙겨서 왕림하셨다. 3분 내로 격벽 치우고 기어 나오지 않으면, 트럭으로 밀어붙여서 창고 기둥째로 뭉개버릴 테니까 알아서 해라!"

들개파의 두목, '장철호'가 직접 이끄는 무장 습격대였다.

강진은 격벽 중앙에 최덕팔이 낮에 뚫어놓은 미세한 관측구에 눈을 갖다 댔다.

헤드라이트를 켠 1톤 탑차 트럭 한 대와 오토바이 5대가 주차장 전체를 대낮처럼 밝히고 있었다. 그 앞에는 야구배트와 손도끼, 그리고 녹이 슬긴 했으나 위협적인 엽총 자루를 쥔 15명 안팎의 무법자들이 침을 뱉으며 서성거리고 있었다.

특히 트럭 조수석에서 내려 담배를 꼬나물고 있는 삼십 대 후반의 흉터 가득한 사내—그가 바로 들개파의 두목 장철호인 듯했다. 그의 등 뒤에는 구식 더블 배럴 엽총이 메여 있었다.

상황이 험악했다. 적들은 머릿수가 많았고, 원거리 살상 무기까지 지니고 있었다.

강진은 이빨을 굳게 맞물리며 이성을 가라앉혔다.

'트럭으로 격벽을 정면으로 들이받으면, 아무리 시스템 강화 격벽이라도 지지대 역할을 하는 기존 건물 기둥이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수 있어.'

그 전에 먼저 선수를 쳐서 적들의 사기를 꺾고 리더를 무력화해야 했다.

강진은 가죽 코트 안쪽에서 리볼버를 꺼내 쥐었다. 6발의 마력 탄약 중 낮에 한 발을 썼으니 남은 탄약은 5발. 적들의 핵심 지휘부를 날려버리기엔 충분한 숫자였다.

"태훈 씨, 제 신호가 떨어지면 보조 격벽문을 열고 박 대리님과 함께 트럭 헤드라이트를 향해 쇠파이프를 던져 조명을 깨뜨리십시오. 적들의 시야를 가려야 합니다. 현우 씨와 오 과장님은 격벽 뒤에서 엄호 사격을 준비하세요. 저는 엽총을 든 두목 놈을 먼저 잡겠습니다."

강진의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푸른색 마력광으로 조용히 타오르기 시작했다.

피비린내 나는 심야의 요새 방어전이, 그 화려한 막을 올리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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