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87화: 덫과 대가
사령실 2층 복도를 가득 채우고 있던 어둠 속에서, 세 명의 특무 요원이 소리 없이 전진하고 있었다.
은신 망토 덕분에 그들의 형체는 물론이고 미세한 숨소리마저도 완벽히 왜곡되어 소멸해 있었다. 선두에 선 특무 대원이 수집실 입구의 이중 잠금 패널에 정밀 마력 해킹 핀을 꽂아 넣으려는 찰나였다.
탁, 탁-.
갑자기 복도 천장 벽면의 하얀색 타일들이 기계적인 소리를 내며 좌우로 미끄러져 열렸다.
“?! 퇴각해라! 함정이다!”
선두에 서 있던 요원이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낮게 외치며 뒤로 도약했다.
그와 동시에 천장에서 얇은 투명한 마력 사슬들로 얽힌 거미줄 모양의 그물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강진이 미리 설치해 둔 B등급 포획 기재였다.
[구매 아이템: B등급 점진적 마력 포획 기재 (B등급 - 노멀) - 3개]
- 설명: 침입자의 움직임과 미세한 마동을 감지하여 고압 전기 사슬 그물을 즉시 투사합니다. 포획된 대상의 신체 근육을 마비시키고 마력 흐름을 일시적으로 동결합니다.
- 가격: 개당 150 SP (총 450 SP)
[450 SP가 소모되었습니다.]
- 현재 보유 SP: 753.5 SP (이전 1,203.5 SP에서 소모)
“크윽!”
두 명의 요원은 화려한 공중회전을 선보이며 벽을 차고 그물망의 범위를 벗어났지만, 마지막 한 명은 쏟아지는 마력 그물망의 끝자락에 발목이 걸렸다.
스파크가 튀며 푸른 전류 사슬이 그의 다리를 타고 빠르게 감겨 올라갔다.
“젠장! 은신이 해제된다!”
다리가 묶인 요원의 전신을 휘감고 있던 차단 망토의 광학 굴절 막이 연기를 피우며 깨져 나갔고, 그의 검은색 전술 슈트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나머지 두 명의 특무 요원들이 단검을 뽑아 사슬을 끊어내려던 순간, 사령실 스피커를 통해 강진의 서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뛰어난 움직임이군요. 네오 코리아의 엘리트 특무대답습니다. 하지만 여긴 내 요새입니다.”
윙-!
복도 좌우측 모퉁이 천장 포트가 열리며 소형 자동 번개 터렛 두 대가 튀어나왔다. 터렛의 총구가 빠르게 회전하며 특무 요원들을 정조준했다.
타타타탕!
터렛에서 뿜어져 나온 것은 살상용 탄환이 아닌, 극고압의 전격 충격탄들이었다.
좁은 복도 공간에서 날아오는 촘촘한 전격탄의 화망을 피하는 것은 인간의 신체 능력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파지직! 콰직!
“끄아아아악!”
“아윽, 으윽…….”
전격탄을 직격으로 맞은 세 요원은 사지를 격렬하게 경련하며 바닥으로 볼품없이 쓰러졌다. 전신에 흐르는 고압 전류가 그들의 근육 신경계를 완전히 무력화시켰고, 이내 그들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바닥에 엎어졌다.
그들의 시야 위로, 무거운 군화를 신은 한강진이 도끼를 한 손에 쥔 채 천천히 다가왔다. 강진의 눈빛은 마치 쓰레기더미 속에서 발견한 오물을 보는 것처럼 차갑고 건조했다.
“쥐새끼들을 생포해라. 내일 아침, 감사단에게 좋은 선물을 보여줘야겠군.”
다음 날 아침, 요새 외곽에 위치한 내빈용 게스트 하우스의 로비.
서준우 처장은 소파에 기대어 앉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젯밤 침투한 요원들이 대아 자치구의 극비 보급 원천이나 핵심 정밀 장비의 정보를 무사히 빼내 왔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로비의 육중한 유리문이 거칠게 열리며 대아 수호대원들이 걸어 들어왔다. 그들의 손에는 굵은 쇠사슬로 꽁꽁 묶인 채 온몸에 검게 탄 피멍이 든 검은 슈트의 사내 세 명이 들려 있었다.
쿵! 쿵! 쿵!
대원들은 사내들을 서준우의 발밑에 거칠게 내던졌다.
서준우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안경 너머 그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이…… 이게 무슨 무례한 짓입니까! 우리 감사 요원들을 왜 이렇게 해놓은 겁니까!”
뒤따라 들어온 강진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서준우를 서늘하게 응시했다.
“서 처장님, 시치미 뗄 필요 없습니다. 이 자들은 어젯밤 자정 무렵, 은신 아티팩트를 두르고 사령실 내부의 보급 창고와 합성실로 침투하려던 자들입니다. 네오 코리아 제7 특무대 소속이더군요.”
“모함입니다! 우리는 그런 지시를 내린 적이 없고, 이 자들이 누구인지도 모릅니다! 자치구 측에서 우리 감사단을 음해하기 위해 꾸민 조작극이 아닙니까!”
서준우는 식은땀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강진은 피식 웃으며 허공에 손을 휘둘렀다. 순간 허공에 밝은 홀로그램 스크린이 나타나며, 어젯밤 특무 요원들이 게스트 하우스 창문을 탈출해 사령실 복도로 잠입하여 해킹 핀을 꽂으려다 터렛에 제압당하는 과정이 아주 고화질의 선명한 영상으로 재생되었다. 요원들의 얼굴과 서준우가 준 지령이 적힌 무전 통신 내역까지 정밀하게 녹음되어 있었다.
서준우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갔다.
더 이상 발뺌할 수 없는 완벽한 증거였다. 이 영상은 강진에 의해 실시간으로 네오 코리아 본국의 한종학 대장과 참모진의 전술 단말기에도 동시에 전송된 상태였다.
강진이 서준우의 멱살을 잡고 상체를 숙였다.
“서 처장. 당신들의 이 파렴치한 행위는 동맹 조약 위반이자 자치구에 대한 정식 주권 침해 선전포고로 간주합니다. 지금 당장 당신들이 가져온 쓰레기 같은 감사 요원들과 함께 이 요새에서 꺼지십시오.”
강진은 서준우를 거칠게 밀쳐냈다. 서준우는 소파 너머로 볼품없이 나뒹굴었다.
“그리고 한 사령관님께 전하십시오. 오늘부로 대아 자치구에서 네오 코리아 방공호로 공급하는 모든 쌀, 생수, 특수 의약품의 공급 단가를 기존 대금의 2배(200%)로 전격 인상합니다. 만약 마정석과 모듈 대금이 연체될 시, 그 즉시 공급선은 완전히 차단될 것입니다.”
“이, 이보시오! 가격을 2배로 올리면 우리 방공호 내부의 시민들은 굶어 죽으란 소리요!”
서준우가 절규하듯 소리쳤지만, 강진의 표정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굶주림이 두렵다면 애초에 쥐새끼 짓을 하지 말았어야지. 네오 코리아의 생명줄이 누구 손에 쥐여 있는지 잊지 말라고 경고했을 텐데.”
결국 서준우와 감사단 일행은 한강진의 압도적인 기세와 경비병들의 총구에 밀려, 쫓기듯 열차에 올라타 서울 남부로 도망쳤다.
그날 오후, 네오 코리아 최고 사령부 방공호 내부.
오태섭 민정수석비서관은 책상 위에 놓인 보고서를 찢어발기며 광포하게 포효했다.
“멍청한 놈들! 그 최첨단 은신 망토까지 지급해 줬는데 감시 카메라도 감지하지 못하고 붙잡혔단 말인가!”
첫 공작의 참패와 식량 가격 2배 인상이라는 처참한 부메랑 결과에 오태섭의 심장은 분노로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 서린 탐욕과 집착은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대아 자치구의 미지의 기술력에 대한 갈증이 더욱 깊어졌다.
“한강진…… 결코 그냥 두지 않겠다. 정면 돌파가 안 된다면, 녀석의 내부를 갉아먹을 더 깊은 독을 심어주지.”
오태섭은 비밀 통신 단말기를 들어 지하철 노선 내부의 다른 생존자 집단과, 자치구 내부에 숨겨둔 극비 고정간첩의 무전 주파수를 맞추기 시작했다. 뱀들의 교활한 음모가 더욱 깊은 어둠 속으로 똬리를 틀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