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85화

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85화: 자치구 선포와 검은 그림자 (3막 완결)

지상으로 귀환한 소탕대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흡사 신화 속 종말의 한 장면 같았다.

한강 북단에서 피어오른 검붉은 마력 안개가 서울의 하늘을 완전히 장막처럼 뒤덮었고, 그 붉은 하늘을 가르며 기괴한 날갯짓 소리가 요새 전역을 뒤흔들었다. 부화한 알에서 튀어나온 2차 대재앙의 첫 번째 공습 세력, ‘심연의 포자 비룡’들이었다.

“키에에에엑-!”

온몸이 시뻘건 가죽과 기괴한 포자 주머니로 뒤덮인 비룡 수십 마리가 대아 요새의 푸른 배리어 돔을 향해 수직 강하했다. 녀석들이 날개 짓을 할 때마다 공중에서 부식성 산성 비가 쏟아져 요새 방벽 표면을 치이익 소리 내며 갉아먹었다.

“전원 요새 성벽에 배치! 지하에서 회수한 번개 터렛들을 성벽 모서리에 거치하라!”

강진의 일사불란한 명령에 따라 요새의 방어 기재들이 일제히 지상으로 재배치되었다.

대아 수호대원들은 3성급 유물 방패를 성벽 전면에 고정하여 푸른 쉴드막을 이중으로 덧대었고, 군인들은 방수 코팅 소총의 총구를 하늘로 겨누었다.

퍼버벙! 파지직!

성벽에 거치된 번개 터렛들이 황금빛 전격을 하늘을 향해 뿜어내며 격렬한 대공 포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하늘을 날며 변칙적으로 기동하는 비룡들은 지하 터널의 괴수들보다 회피율이 높았고, 단단한 가죽 탓에 터렛의 전격탄만으로는 완전히 격추하기에 시간이 걸렸다. 그사이 몇 마리의 비룡이 방벽 안쪽으로 침투하려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고 돌격해 왔다.

“공중 마물들을 단숨에 쓸어버릴 고출력의 화력이 필요하겠군.”

강진은 침착하게 시스템 상점을 열어 도끼의 파괴력을 일시적으로 극대화할 보급 소모품을 찾았다.

[구매 아이템: B등급 과충전 마력 가속 촉진제 (B등급 - 레어)]

[400 SP가 소모되었습니다.]

강진의 손에 투명한 푸른빛 액체가 담긴 주입식 앰플이 소환되었다. 강진은 주저 없이 벼락의 도끼 손잡이에 위치한 오버차지 코어 소켓에 앰플을 꽂아 넣었다.

치이이이이익-!

코어에 촉진액이 흡수되는 순간, 도끼날을 따라 뿜어져 나오던 황금빛 번개가 푸른 아크를 그리며 극렬하게 팽창하기 시작했다. 웅웅거리는 진동음이 요새 바닥 전체를 뒤흔들 정도로 거대했다.

“다들 귀를 막아라!”

강진은 벼락의 도끼를 양손으로 굳게 쥐고 하늘의 비룡 무리를 향해 종으로 크게 휘둘렀다.

“벼락 폭풍(Lightning Storm)!”

콰르르릉! 쾅! 쾅! 쾅!

순간 도끼날에서 뻗어 나간 수십 줄기의 거대한 청색 번개 기둥들이 요새 하늘을 덮치며 웅장한 번개 그물망을 형성했다.

하늘을 날아다니던 포자 비룡들이 그 벼락 그물망에 걸려드는 순간, 단 한 마리도 예외 없이 날개가 찢기고 온몸이 까맣게 탄 채 지상으로 추락했다. 황금빛과 푸른빛이 뒤섞인 전류 폭풍이 하늘을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가자, 요새를 위협하던 비룡 무리는 흔적도 없이 전멸했다.

요새 내부를 메우고 있던 주민들과 대원들 사이에서 기적을 목격한 듯한 함성과 울음 섞인 환호가 터져 나왔다. 2차 대재앙의 첫 번째 공포가 강진의 보급과 무력 앞에서 다시 한번 무릎을 꿇은 순간이었다.

지상의 승전보가 네오 코리아 본국에 전달되자, 군부의 실권자 한종학 대장은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화상 통신 화면에 나타난 한종학 대장은 정중히 거수경례를 표하며 대아 요새와 생존자들 앞에 선언했다.

마침내 공식적인 영토 확장과 독자 자치구 선포가 이루어진 것이다.

강진은 요새의 중앙 연단에 올라 생존자들과 대원들을 굽어보았다. 그의 뒤로 대아 자치구의 상징인 물류 상자 모양이 그려진 깃발이 바람을 맞으며 웅장하게 펄럭였다.

“오늘부로 우리는 단순한 피난민 집단이 아닙니다. 이 종말의 시대에 가장 풍요롭고 안전한 보급을 지배하는 ‘대아 자유무역 자치구’의 시민입니다! 그 누구도 우리의 재산과 목숨을 함부로 빼앗지 못할 것입니다!”

“와아아아아!”

수천 명의 주민들이 강진의 이름을 연호했다. 3막의 길고 길었던 약탈자들과의 전쟁, 그리고 영토 확장의 대단원이 마침내 찬란하게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같은 시각, 지하 깊은 곳에 위치한 네오 코리아 최고 사령부 방공호의 행정 집무실.

은밀하고 어두운 조명 아래, 화려한 정장을 입은 중년의 사내들이 위성 지도에 뜬 대아 자치구의 영토를 냉혹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네오 코리아의 행정 관료 세력의 수장이자 대통령 비서실 소속 민정수석비서관, 오태섭이었다.

“한종학 대장이 결국 일개 민간 유통 직원 놈에게 영토를 공인해 주는 촌극을 벌였더군요.”

비서관 한 명이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문서를 올렸다. 오태섭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군부 놈들이 괴물딱지들에게 겁을 먹고 국가의 권위를 스스로 진흙탕에 처박았군. 아포칼립스라 해도 법적인 정부는 우리 네오 코리아다. 모든 물자와 자원은 국가의 통제 아래 일원화되어야 해. 저 한강진이라는 자가 독점하고 있는 보급 시스템과 장비 유통권을 그대로 방치했다간, 머지않아 방공호 내부의 시민들도 정부 대신 저 상인 놈을 따르게 될 거다.”

오태섭의 눈빛에 뱀 같은 탐욕과 시기심이 서렸다.

“자치구라고? 헛소리다. 조만간 특별 임무 부대를 구성해라. 저 건방진 상인 놈의 요새 내부로 첩자를 투입하고, 저들이 가진 보급 기술의 원천을 강탈하여 국가 통제 하에 두어야 한다. 힘의 균형을 깨트릴 준비를 해라.”

어둠 속에서 꿈틀거리는 문명 잔존자들의 추악한 탐욕.

대아 자치구와 네오 코리아 사이의 동맹 관계 아래로, 새로운 동맹의 균열과 문명 간의 냉혹한 갈등을 예고하는 검은 그림자가 소리 없이 드리우기 시작하고 있었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