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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81화

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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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화: 붉은 안개와 방벽 구축

한강 북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내려앉은 세 개의 거대한 알. 그 흉물스러운 껍데기 표면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붉은 점액질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처럼 한강 물줄기를 타고 무서운 속도로 남하하고 있었다.

대아 자치구의 사령실 안은 무거운 긴장감으로 팽팽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회의 테이블 위에 띄워진 위성 지도에는 한강 북부 도심지가 이미 시뻘건 오염 지대로 변해 있었다. 네오 코리아 측의 군사 통신망을 통해 흘러나오는 척후병들의 절규와 혼란스러운 무전 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치익, 치이익-.

무전은 거친 노이즈와 함께 뚝 끊겼다. 강민혁 소령은 주먹을 쥐고 벽면을 내리쳤다.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제장(諸將)들의 보고에 따르면, 저 붉은 안개에 아주 미량이라도 노출되면 호흡기가 녹아내리고 이성이 마비된다고 하오. 게다가 그 점액질 오염 물질에 닿은 마수들은 신체 능력이 비정상적으로 폭증하고 외피가 단단해진다는군. 이대로 한강을 건너 남하하면 대아 자치구는 물론이고, 우리 남부 지하 선로 경계선도 순식간에 오염에 휩싸일 거요.”

강민혁의 시선이 한강진에게로 향했다. 그 눈빛에는 절박함과 함께, 기적 같은 보급 능력을 지닌 상인에 대한 실낱같은 기대감이 섞여 있었다.

강진은 팔짱을 낀 채 가만히 턱을 문질렀다. 그의 눈앞에는 이미 시스템의 붉은색 경고 창이 점멸하고 있었다.

[경고! 2차 대재앙의 전조인 '심연의 용의 알'이 낙하했습니다.]

‘심연의 용이라. 확실히 기획서대로 흘러가는군.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이전의 단순한 마수들과는 다른 등급의 재해라는 뜻이다.’

하지만 강진은 동요하지 않았다. 상인에게 위기란 곧 독점적 수요가 발생하는 최고의 기회였다. 아무도 대처할 수 없는 재난 속에서, 오직 자신만이 치료제와 방호 수단을 제공할 수 있다면 그 가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을 터였다.

강진은 즉시 만능 보급 상점의 검색창을 활성화했다.

“시스템, B등급 환경 오염 및 독성 마력 저항 장비 탭을 열어라.”

스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강진의 시야에 수십 가지의 신형 방호 물품들이 나열되었다. 강진은 신속하게 장비의 설명과 효율성을 비교 분석했다.

[구매 아이템: B등급 환경 정화식 전술 마스크 (B등급 - 노멀) - 30개]

[구매 아이템: B등급 심연 정화의 성수 (B등급 - 소모품) - 10병]

강진은 망설임 없이 결제 버튼을 눌렀다.

[3,400 SP가 소모되었습니다.]

스스스스-.

사령실 한편의 빈 바닥에서 밝은 은빛 광막이 피어오르더니, 기하학적인 디자인의 검은색 밀착형 전술 마스크 30개와 푸른빛 액체가 담긴 유리병 10개가 든 군용 상자가 소환되었다.

강민혁과 방공호 통신 장교들은 갑작스러운 장비의 등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강진은 마스크 하나를 집어 들고 강민혁에게 던져주었다.

“이걸 쓰십시오. 심연의 오염 안개를 완벽히 차단해 주는 특수 전술 마스크입니다. 일반 필터 방독면으로는 그 붉은 안개를 막지 못하고 필터가 녹아내리겠지만, 이건 마력 회로가 내장되어 있어서 안개 자체를 정제합니다.”

강민혁은 마스크를 받아들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 이런 규격 외의 물건을 이 짧은 시간에 대체 어디서 구한단 말이오? 정부의 최첨단 방사능·생화학 연구소에서도 이런 성능을 가진 방독면은 개발 단계에만 머물러 있었소만.”

“상인의 유통 경로를 굳이 알려고 하지 마십시오. 중요한 건, 지금 당장 한강 전초선으로 가야 한다는 겁니다. 붉은 점액질이 남단에 닿기 전에 그곳에서 저지선을 구축해야 합니다.”

강진은 대아 자치구의 정예 수호대원 20명을 소집했다. 그들에게 전술 마스크를 지급하고, 이전에 소환했던 3성급 유물 방패를 장착한 선두 조장들을 앞세웠다.

그리고 강진 본인 역시 두꺼운 방호 코트를 걸치고, 자신의 주무기인 ‘3성급 벼락의 도끼’를 굳게 쥐었다. 도끼의 자루에 박힌 오버차지 코어는 그가 움직일 때마다 황금빛 벼락 아크를 치직거리며 사납게 뿜어내고 있었다.

“출발한다. 한강 남단 마포대교 방어선으로.”


장갑 차량과 군용 트럭들이 어두운 강변북로를 지나 마포대교 남단 초입에 멈춰 섰다.

차 문이 열리고 전술 마스크를 쓴 대원들이 신속하게 하차하여 모래주머니와 철제 방벽 뒤로 전술 대형을 유지했다.

다리 건너편 한강 북단은 이미 기괴하고 음산한 붉은 안개로 가득 차 있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었다. 그 안개 속에서 붉은빛으로 타오르는 괴수들의 안광이 무수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강물 위로는 끈적끈적한 붉은 점액질이 마치 거대한 핏물처럼 흘러와 교각을 부식시키며 다리 아래를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쇠가 녹아내리는 듯한 찌릿한 악취가 진동했다.

“안개 속에 마물들이 가득합니다! 다리를 타고 이쪽으로 건너오기 시작했습니다!”

척후병의 외침과 함께, 붉은 안개를 뚫고 괴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존의 늑대나 곰 모양 마수들이 붉은 점액질에 감염되어 가죽이 터져나가고 그 틈으로 붉은 근육과 포자가 돋아난 끔찍한 형상이었다. 그들의 입에서는 붉은 침과 함께 강한 부식성 산성액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키에에에엑-!”

“크르르르!”

수십, 수백 마리의 감염된 괴수들이 마포대교 상판을 가득 메우며 광폭하게 돌격해 왔다. 그 뒤를 따라 붉은 안개가 해일처럼 밀려왔다.

네오 코리아의 군인들은 난생처음 보는 기괴한 재앙의 광경에 순간 얼어붙었다.

“진형 유지해라! 겁먹지 말고 사격 개시!”

강민혁 소령의 호령과 함께 군인들의 소총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탕! 탕! 탕! 탕!

하지만 감염된 마수들의 가죽은 점액질 코팅 덕분에 웬만한 소총탄을 튕겨내거나, 탄환이 박혀도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듯 멈추지 않고 달려들었다. 게다가 괴수들이 뿜어내는 부식성 침이 방벽에 닿자 철제가 치이익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구멍이 뚫렸다.

“방벽이 뚫린다! 우릴 지켜줄 방패막이 필요하다!”

“선두 조, 방패 활성화!”

강진의 날카로운 명령이 떨어지자, 대아 수호대의 선두에 서 있던 조장들이 은빛 광채를 내뿜는 ‘3성급 유물 방패’의 작동 스위치를 눌렀다.

웅-!

순간 방패에서 웅장한 마력 파동이 일어나더니, 전방 반경 5미터에 달하는 투명한 육각형 푸른색 마력 배리어 쉴드가 여러 겹으로 펼쳐졌다.

콰아아아앙!

괴수들이 뿜어낸 부식성 산성액과 공중에서 터진 독성 포자들이 푸른색 배리어에 부딪히며 흰 연기를 내뿜고 소멸했다. 어떠한 물리적 충격과 마법적 부식 작용도 배리어를 통과하지 못했다.

“말도 안 돼…… 저 보호막의 강도는 대체 뭐란 말인가?”

네오 코리아 군인들의 입에서 경탄이 터져 나왔다. 그들이 아는 한, 저토록 콤팩트한 방패에서 전차포를 막아낼 수준의 지향성 배리어를 구현하는 기술은 존재하지 않았다.

강진은 배리어 뒤에서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그의 손에 쥔 황금빛 벼락의 도끼가 맹렬하게 울부짖고 있었다.

“이제 내 차례군.”

강진은 다리 상판 위로 무섭게 돌진해 오는 감염된 마수들의 무리를 향해 도끼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오버차지 코어의 출력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파지지지지직-!

황금빛 전류가 강진의 전신을 감싸 안았고, 이내 도끼날에서 거대한 벼락 줄기가 폭발하듯 뻗어 나갔다.

“벼락(Lightning Tempest)!”

콰르릉! 쾅!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굵직한 황금빛 번개 줄기들이 마포대교 상판을 통째로 강타했다. 번개는 수십 마리의 괴수들을 관통하며 연쇄적으로 전도되었다.

특히 붉은 점액질로 온몸이 젖어 있던 감염된 마물들에게 전도율은 극에 달했다.

치이이이이익-!

“끄아아아악!”

“케엑! 끄륵!”

단 한 번의 일격에 선두에서 돌격하던 감염된 마수 30여 마리가 숯덩이가 되어 흩어졌다. 번개가 지나간 자리에는 타버린 고기 냄새와 검붉은 연기만이 남았다.

[오염된 마수(3성급)를 처치했습니다. 50 SP를 획득합니다.]
[오염된 마수(3성급)를 처치했습니다. 50 SP를 획득합니다.]
[오염된 변종 괴수(3성급)를 처치했습니다. 60 SP를 획득합니다.]

강진의 귓가에 경쾌한 포인트 획득 알림음이 폭풍처럼 쏟아졌다.

강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품에서 ‘심연 정화의 성수’ 유리병을 꺼내 한강 물속을 향해 던졌다.

쨍그랑-!

유리병이 깨지며 흘러나온 은은한 푸른빛 액체가 강물에 닿자, 교각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던 끈적끈적한 붉은 점액질들이 정화의 불길에 타오르듯 거품을 일으키며 하얗게 정화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붉은 오염의 흐름이 눈에 띄게 무뎌지며 전초선 인근의 강물이 제 빛을 되찾아갔다.

강민혁은 그 믿을 수 없는 정화의 광경과 강진의 파괴력을 보며 등줄기에 오싹한 소름이 돋았다.

‘이 남자는 대체 영웅인가, 아니면 재앙보다 더 무서운 지배자란 말인가…….’

강진은 도끼에 묻은 괴수의 검은 피를 털어내며, 붉은 안개가 피어오르는 다리 건너편을 서늘하게 쳐다보았다.

“강 소령. 한강 전초선은 지켜냈지만 이건 시작일 뿐입니다. 진짜 문제는 지하 선로를 타고 지하철 터널 내부로 흘러 들어갈 붉은 점액질과 마수들입니다. 네오 코리아 본국에 연락해서 지하 노선 소탕을 위한 합동 작전을 정식으로 준비하라고 전하십시오.”

강진의 무거운 목소리가 마스크 필터를 통해 낮게 울려 퍼졌다. 2차 대재앙을 저지하기 위한 남북 공동 소탕전의 전운이 한강의 검붉은 수면 위로 짙게 내려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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