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60화: 폐주유소의 기습과 결박 사슬
새벽 4시. 한강의 매서운 서리가 칼날처럼 서린 폐주유소 주위는, 짙은 밤안개와 매연이 뒤섞여 한 치 앞조차 보이지 않는 불길한 정막에 잠겨 있었다. 낡은 주유기 잔해들이 괴물처럼 어둠 속에 서 있는 그곳에, 그림자 하나가 소리 없이 다가와 멈춰 섰다. 대아 캠프의 최고참 정예 수색 조장이자 강진의 가장 신뢰받던 참모, 오창훈이었다. 놈의 품속에는 나노 추적액이 도포된 요새의 기밀 '배리어 배선 설계도'가 보물처럼 들려 있었다.
스스스스-! 슥.
어둠 속에서 회색빛 전신 전투복과 고밀도 마력 쉴드 헬멧으로 단단히 중무장한 세 명의 사내들이 유령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멸망한 세상의 잔존 정부 세력이자 지하 방공호의 절대 강자인 '네오 코리아' 특무부대 소속의 정예 공작 요원들이었다. 그들의 헬멧 렌즈에서는 차가운 붉은색 안광이 흘러나왔다.
"가져왔나? 대아 캠프의 숨통을 끊을 그 지도 말이다."
네오 코리아 요원의 기계적으로 변조된 차가운 음성에, 오창훈은 침을 삼키며 떨리는 손으로 설계도 서류를 내밀었다. 배신감과 죄책감이 그의 얼굴을 흉측하게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내 가족들의 백신 주사기와 방공호 지하 특별 구역의 입주권은 어떻게 되었나? 약속은 확실하겠지?"
요원 중 한 명이 품에서 은색 정부 마크가 선명하게 새겨진 투명한 백신 주사기 보관 케이스를 꺼내 보여주었다. 그 안에는 영롱한 푸른빛의 약물이 담긴 주사기 3개가 들어 있었다.
"서류의 위변조 방지 주파수 코드를 현장에서 확인하는 즉시 건네주겠다. 네오 코리아는 거래의 신용을 어기지 않는다."
두 거래 당사자의 시선이 서류와 주사기 상자에 탐욕스럽게 고정된 바로 그 찰나였다.
"상인의 거래 조건에 '배신'은 오직 목숨으로만 갚는 대가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직 교육받지 못한 모양이군요. 창훈 조장님."
자욱한 밤안개를 찢고 들려오는 한강진의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에, 오창훈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격렬하게 흔들리며 커졌다. 공포가 그의 전신을 얼려버렸다.
"기습이다! 전원 전투 배치! 연막 투척하고 이탈해라-!"
네오 코리아 특무 요원들은 고도로 훈련된 전술 반응 속도를 자랑하며, 즉시 품에서 섬광폭음탄을 던짐과 동시에 소총을 사방으로 난사하기 시작했다.
탕! 탕! 탕! 탕-! 콰아앙!
하지만 이미 사방의 무너진 주유소 기둥과 잔해 뒤에 은밀히 매복해 있던 대아 캠프 정예 대원들의 마력 증폭 탄환들이 십자포화처럼 쏟아져 내렸다. 대원들의 눈에는 배신자에 대한 분노와 네오 코리아에 대한 살기가 번뜩이고 있었다.
"오창훈 조장은 반드시 산 채로 생포한다. 상점 탭, 특수 제압 무기 카테고리 호출."
강진은 신속하게 B등급 대인 결박 아티팩트를 머릿속으로 조작해 소환했다.
[보급품 구매 완료: B등급 마력 올가미 결박 사슬 (2성급 아티팩트) - 2개 세트]
- 설명: 대상에게 투척 시, 자동으로 대상의 사지를 부드럽게 감싸고 마력 사슬로 꽁꽁 동여매어 2성급 이하의 물리 신체 능력으로는 절대 탈출할 수 없게 무력화시키는 특수 결박 도구입니다.
- 가격: 총 400 SP
[알림: 400 SP가 소모되었습니다. 아이템들이 인벤토리에 지급됩니다.]
- 현재 보유 SP: 1,853.5 SP (이전 2,253.5 SP에서 차감 정산)
강진은 소환된 은빛 올가미 사슬 하나를 비틀거리며 숲으로 도망치려던 오창훈을 향해 힘껏 던졌다.
스우우웅-! 덜컥!
사슬이 허공을 날아가며 거대한 그물망처럼 넓게 퍼지더니, 오창훈의 팔다리를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단단히 조여 묶었다. 사슬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 충격에 놈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의 서리 덮인 풀숲 위로 쿵- 하고 고꾸라졌다.
"이 빌어먹을 장사꾼 놈이…… 감히 우리 일을 방해해?!"
네오 코리아 특무 요원 3명이 엄폐물을 끼고 사격하며 강진의 머리를 향해 화력을 쏟아부었으나, 강진은 왼손의 파동 장갑과 전술 슈트의 회피 보조 기동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가볍게 총탄을 튕겨내며 놈들의 품 안으로 벼락같이 쇄도했다.
부아아앙-! 콰지지직-! 콰르릉!
백색 뇌전을 광폭하게 내뿜는 소방도끼가 두 갈래의 파란 궤적을 그리며 무자비한 참격을 날렸다. 선두에 서 있던 요원의 가슴팍 마력 방어 장막이 종잇장처럼 부서져 나갔고, 놈은 뇌전의 폭사를 견디지 못한 채 전신이 타버려 즉사했다. 옆에 있던 두 번째 요원은 도끼의 초고속 톱날에 목뼈가 깔끔하게 절단되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마지막 요원이 황급히 가슴팍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으려 했으나, 강진은 도끼 자루 끝부분으로 놈의 손목을 단숨에 으스러뜨린 뒤, 놈의 허벅지를 뇌전으로 타격해 전신을 감전 마비시켜 차가운 바닥에 눕혀버렸다. 단 2분 만에 네오 코리아 정예 요원 둘이 처단되고 한 명이 완벽하게 제압되었다.
[알림: 네오 코리아 특무 요원 3명을 사살 및 성공적으로 제압했습니다! 400 SP를 획득합니다.]
[알림: 노획한 3성급 항생제 백신 세트와 공작원들의 첨단 장비들을 시스템에 헌납합니다.]
- 특수 성과: '3성급 항생제 백신' 수집 완료. 시스템 상점(B등급)에 '3성급 긴급 항생제 포션'이 정식 해금되어 무제한 구매가 가능해집니다!
- 헌납 가치 정산: 총 200 SP
- 현재 보유 SP: 2,453.5 SP (정산 완료)
보유 포인트가 다시 2,400 SP를 초과 달성했으며, 동시에 요새의 치명적인 문제였던 석화병과 전염병을 치료할 수 있는 3성급 백신 포션까지 해금되는 거대한 성과를 거두었다.
강진은 은빛 사슬로 꽁꽁 묶인 채 바닥에서 짐승처럼 덜덜 떨고 있는 오창훈의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 도끼날을 놈의 턱밑에 대고 얼음장처럼 싸늘하게 내려다보았다. 놈이 흘린 눈물이 서리 위로 떨어졌다.
"대, 대장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제 어린 자식이 전염병으로 죽어가고 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제발 자비ㄹ……."
오창훈은 오열하며 처절하게 애원했다. 하지만 강진의 눈빛에는 한 조각의 감상도 깃들어 있지 않았다.
"가족을 살리려 했다는 구차한 신파극은 상인에게 통하지 않는 변명입니다, 조장님.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유일한 규칙은 '신용'이고, 당신은 그 규칙을 깨뜨린 대가로 당신의 목숨을 시스템에 헌납해야 하니까요."
강진은 오창훈과 생포된 특무 요원의 멱살을 거칠게 움켜쥐어 대원들에게 인계했다.
"캠프의 심화 심문실로 즉시 압송하십시오. 저 네오 코리아 요원 놈의 대뇌에서 요새 정보를 가져가려 했던 지하 정부군 방공호의 정확한 주파수와 은거지 좌표를 단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뜯어낼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그들에게 가격을 청구할 차례입니다."
배신한 참모를 단죄하고 배후 세력의 덜미를 쥐기 위한 대아 캠프의 싸늘하고 잔혹한 복수전이, 안개 덮인 새벽의 폐주유소 잔해 위에서 장엄하게 굳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