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54화: 요새 내부의 동요와 첩자 적발
철혈동맹의 맹주가 날린 핏빛 선전포고문이 강진의 뇌전 스파크에 타들어 가며 잿더미가 되었지만, 그 불길이 남긴 심리적인 여파는 대아 캠프 요새 내부를 무겁게 짓누르기 시작했다.
적들의 정예 무장 병력 200명이 사흘 뒤 자정, 한강 물이 완전히 얼어붙는 틈을 타 대대적인 침공을 개시한다는 최후통첩 소식은 요새 내부의 생존자 피난민들 사이에 극심한 동요와 패배주의를 불러일으켰다. 70명으로 늘어난 인구는 쉘터의 힘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제어하기 힘든 불신의 진원지이기도 했다.
"200명이라니…… 그 살인마 놈들이 군대처럼 몰려온다는 소리잖아! 우린 이제 다 죽었어!"
"우리 장벽이 아무리 단단해도 그 많은 물량을 막아낼 수 있을까? 터릿 몇 기로는 한계가 있을 거야. 지금이라도 짐을 싸서 한강 남쪽 더 깊숙이 도망쳐야 하는 것 아니야?"
식수를 배급받던 피난민들 사이에서 불길한 유언비어와 패배주의적인 속삭임이 독버섯처럼 퍼져나갔다. 강진은 옹벽 위에서 차가운 시선으로 이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며 눈매를 매섭게 굳혔다.
'외부의 200명 무장 강도단보다 무서운 것은 내부에서 시작되는 균열이다. 놈들이 선전포고를 날린 시점에 맞춰 주민들의 동요를 부추기고, 요새의 강화 장벽 상태나 신형 마력 포탑의 취약점을 적들에게 밀고하려는 첩자가 내부에 똬리를 틀고 있을 가능성이 99%다.'
강진은 신속하게 개인 집무실로 돌아와 '고급 보급 상점(B등급)'의 정신 및 서약 보조 탭을 활성화했다. 상인은 신뢰를 파는 사람이지만, 그 신뢰를 깨뜨리는 자에겐 가장 가혹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알림: 현재 보유 포인트: 1,603.5 SP]
[보급품 구매 완료: B등급 마력 서약의 계약서 (2성급 아티팩트) - 2권 세트]
- 설명: 상대방과 강제 서약을 체결합니다. 서약자가 배신을 시도하거나 계약 사항에 어긋나는 거짓을 고할 때, 즉시 심장을 찌르는 듯한 강력한 마력 화열 고통과 낙인을 부여하며 계약 주권자에게 실시간 알림을 보냅니다.
- 가격: 총 800 SP
[보급품 구매 완료: 마력 정신 분석 고글 렌즈 (2성급 아티팩트)]
- 설명: 전술 헬멧에 장착하는 특수 분석 렌즈입니다. 대상의 혈류 속도, 심박수, 그리고 체내에서 흘러나오는 마력 파동의 불규칙한 요동을 가시적으로 투시하여 거짓말 여부를 95% 이상의 확률로 간파해냅니다.
- 가격: 500 SP
[알림: 총 1,300 SP가 소모되었습니다. 아이템들이 인벤토리에 지급됩니다.]
- 현재 보유 SP: 303.5 SP (이전 1,603.5 SP에서 차감 정산)
강진은 전술 헬멧의 뷰파인더 전면에 소환된 은백색 마력 고글 렌즈를 신속히 장착하고, 서약의 계약서 두 권을 손에 쥔 채 방을 나섰다. 그의 걸음걸이는 이미 처형을 앞둔 사신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태훈 씨. 캠프 내의 모든 생존자 주민들과 원정 대원들 전체를 물류창고 메인 강당에 즉시 집결시키십시오. 낙오자는 적으로 간주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대장님!"
잠시 후, 대아 캠프 내부의 80여 명에 달하는 피난민 생존자들과 구 선장의 선상 캠프 핵심 인원들이 넓은 메인 강당에 빽빽하게 모여들었다. 장벽 보강 작업을 하던 구정필 노인과 기술자들 역시 영문을 모른 채 긴장한 얼굴로 자리에 섰다. 강당 단상 위에 선 강진은 뇌전의 소방도끼를 바닥에 무겁게 딛으며, 차가운 시선으로 군중 전체를 훑어내렸다.
고글 렌즈의 센서가 웅웅거리며 작동하자, 대강당 내 모든 사람의 심박수 그래프와 혈류의 미세한 흐름이 붉고 파란 파동선으로 강진의 시야에 3차원으로 구현되어 일렁였다.
"사흘 뒤, 우리는 철혈동맹과의 피할 수 없는 전면전을 치릅니다. 이건 생존이 걸린 문제입니다."
강진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강당 내부를 짓눌렀다.
"대아 캠프는 어떠한 공세도 완벽하게 박살 낼 준비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이 전장 속에서, 적들에게 장벽의 균열부나 터릿의 위치를 몰래 무선으로 밀고하여 여러분의 목숨을 적들의 칼날 위에 올리려는 비열한 쥐새끼가 이 안에 숨어 있습니다."
주민들 사이에서 경악 섞인 수군거림이 터져 나왔다.
"지금부터 한 명씩 단상 위로 올라와 내 눈을 똑바로 보고 질문에 답하십시오. 숨기는 것이 없다면 즉시 통과될 것입니다. 하지만 거짓을 고하는 자는…… 상인의 법대로 처단하겠습니다."
공포의 심문이 시작되었다. 한 명씩 단상에 올라와 "캠프에 해를 가하거나 정보를 밀고했는가"라는 강진의 물음에 답했다. 주민들의 심박 파동은 대부분 긴장으로 소폭 요동쳤지만, 거짓을 고할 때 나타나는 특유의 날카로운 주파수 왜곡은 감지되지 않았다.
대략 50여 명째 통과되었을 무렵, 최근 여의도 공원에서 구출되었던 '붉은 이빨' 출신 피난민 중 한 명인 뾰족한 턱의 청년 '임한철'이 단상 위에 올라섰다. 그는 짐짓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저는……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장님이 저희를 구원해 주셨는데 어찌 감히 배신을 꿈꾸겠습니까! 억울합니다!"
임한철의 대답과 동시에, 강진의 헬멧 시야에 떠오른 놈의 심박수 그래프가 찢어질 듯이 수직으로 요동치며 붉은색 경고 신호로 미친 듯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체내의 미세 마력 파동 역시 극도로 조각나 파르르 흔들리고 있었다. 시스템 판정 100% 거짓이었다.
강진은 조용히 '마력 서약의 계약서'를 놈의 코앞에 내밀었다.
"이 계약서에 손장을 찍고 다시 한번 말하십시오. 기회는 딱 한 번입니다."
임한철은 침을 꿀꺽 삼키며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었다.
"왜 저를 의심하십니까! 다른 사람들은 그냥 보냈으면서 왜 저만……!"
"찍어."
강진의 싸늘한 호령과 함께 태훈이 임한철의 팔을 뒤로 꺾어, 강제로 계약서 하단의 붉은 인장 위에 손가락을 짓눌렀다. 붉은 인광이 번쩍이며 계약 문양이 임한철의 가슴팍으로 스며들었다.
"다시 묻겠습니다. 철혈동맹과 내통하여 요새 내부 지도를 넘겼습니까?"
"절대…… 절대 아닙니다! 끄아아아악-!"
임한철이 거짓 대답을 마치기가 무섭게, 놈은 가슴을 쥐어짜며 바닥을 굴렀다. 계약서의 봉인이 작동하며 심장에 수만 개의 불침이 박히는 듯한 맹렬한 마력 화열 고통을 가한 것이었다. 임한철은 거품을 물고 자지러지며 자백하기 시작했다.
"사, 살려주십시오! 전하려 했습니다! 붉은 이빨 대장이 죽기 전에 철혈동맹 본대 첩보조와 미리 접선하여, 요새 내부 지도를 넘겨주면 식수와 안전을 보장해 주겠다고 제안받았습니다! 무전기…… 제 품속 비밀 주머니에 무전기가 있습니다!"
대원들이 즉시 놈의 품을 뒤져, 철혈동맹의 붉은 해골 인장이 찍힌 소형 무선 수신기와 뇌물로 받은 마정석 주머니를 찾아내 단상 위에 올렸다. 강당 안의 주민들은 자신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려 했던 첩자의 실체에 경악과 끓어오르는 분노를 금치 못했다.
강진은 놈의 목덜미를 도끼날로 지시하며 얼음장처럼 차갑게 선언했다.
"상단의 신용과 자산을 훼손하는 쥐새끼의 결말은 오직 영구적인 삭제뿐입니다."
퍼억-!
망설임 없는 소방도끼의 일격에 첩자 임한철의 목뼈가 으스러지며 숨이 끊어졌다. 주민들은 피가 튀는 잔혹한 즉결 처형 광경에 침을 삼켰지만, 동시에 쉘터 내부의 기강은 쇠 파이프처럼 견고해졌다.
[알림: 내부의 첩자 임한철(1성급)을 적발 및 성공적으로 사살했습니다. 200 SP를 획득합니다.]
[알림: 노획한 첩자의 특수 무선기 및 마정석 50개를 시스템에 헌납합니다.]
- 헌납 가치 정산: 150 SP
- 현재 보유 SP: 653.5 SP (추가 350 SP 충전 완료)
"모두 들으십시오."
강진이 피 묻은 도끼를 어깨에 멘 채 강당 안의 모두를 내려다보았다.
"대아 캠프에 해를 끼치는 놈은 오늘처럼 뼈도 남기지 않고 박멸할 것입니다. 하지만 끝까지 신용을 지키고 우리 자치구를 위해 성실히 노동을 다하는 자들은, 제 목숨을 걸고서라도 완벽한 생수와 식량 보급, 그리고 어떠한 마물도 뚫지 못할 철벽 방어막 안에서 끝까지 살아남게 보장할 것입니다. 사흘 뒤의 전쟁은, 오직 우리의 장엄한 완승으로 끝날 것입니다!"
"오오오오-!"
즉결 처형으로 다잡은 공포와, 무적의 요새가 약속하는 확실한 생존의 보급. 주민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단결하기 시작했다.
대아 캠프 내부의 철저한 기강 확립과 함께, 대전쟁을 앞둔 긴박한 폭풍 전야의 분위기 속에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