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51화: 무역의 영역 확장과 임시 대피소
갈대밭을 잿더미로 만든 지옥의 불길이 새벽 한강의 짙은 안개 속에서 완전히 사그라들 무렵, 대아 캠프 정예 원정대는 당당히 요새로 귀환했다. 한강 남단을 넘보던 도하 선발대마저 완벽하게 소멸당했다는 비보를 접한 철혈동맹 본대는 큰 충격에 빠졌고, 당분간 강제 도하 작전을 무기한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한강 북단에서 교두보를 재정비하고 전열을 가다듬는 동안, 대아 캠프에 찾아온 이 평화의 교착 상태는 강진에게 있어 단순히 수성을 넘어 '상단의 시장 지배력'을 주변으로 확장할 완벽한 기회였다.
"구 선장님, 마포대교 남단 인근의 다른 생존자 피난처들의 현재 상황은 어떠합니까? 정보를 공유해 주시죠."
강진은 개인 집무실에서 구덕만 선장을 마주하고, 멸망 전의 향취가 묻어나는 따뜻한 홍차를 권하며 물었다. 구 선장은 강진의 질문에 즉시 답했다.
"마포대교 남단 둑방길 너머에 '마포 지하 대피소'라는 독자적인 쉘터가 있소. 생존자 수가 200명이 넘는 꽤 큰 규모지만, 한강 수위 상승과 차원 오염으로 지하수가 완전히 망가져 심각한 식수난과 석화병 초기 증세로 앓아눕는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하오. 철혈동맹의 위협 때문에 강 건너 약국을 털러 갈 엄두도 내지 못해, 하루에 몇 명씩 허망하게 죽어 나간다는 소문이 자자하오."
강진은 찻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톡톡 두드렸다. 극심한 식수난과 치명적인 질병. 그것은 보급상인인 자신에게 있어 가장 가치 있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발생하는 최적의 시장 조건이었다. 상인은 절망이 깊은 곳에서 희망을 팔아 이득을 남기는 존재였다.
"좋습니다. 대형 장갑 트럭에 대아 생수 2,000병과 지난번 홈마트에서 수거한 고급 항생제, 소독제 상자들을 가득 실으십시오. 마포 대피소로 정식 원정 무역을 나갑니다."
"예! 알겠습니다, 한 대장님! 당장 준비하겠소!"
구 선장은 기쁜 표정으로 달려 나갔다. 그 역시 대아 캠프의 영향력이 넓어지는 것이 자신의 캠프 안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원정대는 튼튼하게 보강된 장갑 트럭을 타고 마포대교 남단 시가지 도로를 달려 '마포 지하 대피소'에 도달했다. 대피소는 과거 대형 백화점의 지하 주차장 입구를 두꺼운 콘크리트 장벽과 고철로 막아 구축된 쉘터였다. 대아 캠프의 강력한 무장 대원들이 내리자, 대피소를 지키던 보초들이 잔뜩 경계하며 돌격소총의 총구를 겨누었다.
"누구냐! 우리는 철혈동맹의 쥐새끼들에게 넘겨줄 식량 따위는 없다! 당장 꺼져라!"
초소 위에서 대피소의 맹주이자 2성급 방벽 전사인 '임상우'가 목청껏 소리쳤다. 강진은 트럭 적재함의 문을 양옆으로 활짝 열어, 그 안을 가득 채운 맑은 대아 생수 상자들과 빛나는 의약품들을 보여주며 담담하게 외쳤다.
"나는 철혈동맹의 약탈자가 아닙니다. 대아 캠프의 총괄 보급상인 한강진입니다. 당신들에게 가장 시급한 청정 식수와 고급 약품을 무역하러 왔습니다. 대화의 문을 여시겠습니까?"
트럭에 실린 맑은 생수와 약품 상자들을 확인한 임상우와 200여 명의 주민들의 안색에 급격한 동요와 간절함이 서렸다. 임상우는 황급히 장벽 문을 열고 강진을 대피소 내부의 넓은 주차장 광장으로 안내했다.
"내 제안은 명쾌합니다. 생수 한 병당 마정석 조각 1개, 혹은 그에 상응하는 산업 자원과의 1대1 교환. 약품은 희귀도에 따라 마정석 10개에서 50개와 교환합니다. 동의하십니까?"
강진의 제안에 임상우는 깊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의 얼굴은 고단함으로 가득했다.
"조건은 합당하오! 당장 깨끗한 물이 없으면 우리 피난민 절반이 일주일 내로 갈증과 고열로 목숨을 잃을 터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당장 가진 마정석 조각은 500여 개뿐이요. 철혈동맹의 약탈자 놈들이 매주 숲과 도로를 지나다니며 우리가 수집한 자원을 강탈해가서 더는 여유 자금이 없소……."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품 안에서 시스템의 권능이 깃든 가죽 계약서 한 권을 내밀었다.
"신용으로 거래하죠. 생수 2,000병과 준비해 온 의약품 상자들을 지금 즉시 인도할 테니, 2주 내에 마정석 2,000개나 그에 상응하는 기계 부품들로 갚으십시오. 만약 기한을 어기면 대아 캠프의 모든 보급은 영구 중단됩니다. 신용을 잃는 것은 상인에게 죽음과 같습니다."
"지, 진짜로 신용으로 물을 먼저 준다는 말이오?!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대아 캠프가 철혈동맹의 50인 습격대를 사상자 한 명 없이 전멸시키고 척살검 황필두의 목까지 베어냈다는 전설적인 소문을 전해 들은 임상우는, 강진의 압도적인 무력과 파격적인 제안에 압도되어 손을 덜덜 떨며 계약서 하단에 손장을 찍었다.
스우우웅-!
푸른 계약 문양이 번개처럼 갈라져 두 사람의 가슴속 깊은 곳으로 스며들었다.
[알림: 마포 대피소와 정식 생수 및 의료 무역로 개척 완료!]
[업적 달성: '마포 무역로 개통'. 보상으로 500 SP가 즉시 지급됩니다.]
- 현재 보유 SP: 3,303.5 SP (정산 완료)
동시에 강진은 대피소가 가진 예비 마정석 500개를 즉석에서 수거해 시스템에 헌납했다.
[알림: 마정석 조각 500개를 감정 및 시스템에 헌납합니다.]
- 헌납 가치 정산: 1,500 SP
- 현재 보유 SP: 4,803.5 SP (누적 정산 완료)
보유 포인트가 다시 4,800 SP를 성공적으로 회복했다. 이로써 대아 캠프는 마포 대피소라는 200명 규모의 거대한 무역 종속지를 구축하며, 한강 남단의 확고한 경제적 맹주로 우뚝 서게 되었다.
주민들이 눈물을 흘리며 생수를 들이켜고 배급된 약품을 수령하느라 대피소 내부가 활기로 넘치던 바로 그 평화로운 순간이었다.
쿵-! 쿠아아아앙-! 콰직!
대피소 북쪽 외벽 철문 쪽에서 고막을 찢는 육중한 폭음과 함께, 콘크리트 파편이 튀며 비명이 울려 퍼졌다.
"침입이다! 약탈자 연합 놈들이 중형 트럭으로 북쪽 문을 들이받았다! 장벽이 무너진다!"
초소 보초의 다급한 비명이 지하 주차장 광장 전체를 사정없이 흔들었다. 철혈동맹 본대에 합류하지 못하고 우회하여 인근을 떠돌며 털어먹던 '붉은 이빨 약탈단의 잔당들과 야도(野盜) 연합 세력'이, 마포 대피소가 대아 캠프와 교역하여 풍요로워질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기습적인 대규모 약탈을 감행한 것이었다.
"전원 전투 배치! 적들을 저지해라!"
임상우가 사제 대도를 쥐며 처절하게 고함을 질렀다. 강진은 차가운 서릿발 같은 미소를 지으며 소방도끼의 가동 스위치를 올렸다.
"한 대장님, 놈들이 우리 상단의 소중한 '외상 거래처'를 통째로 털려 하는군요. 가만두실 겁니까?"
태훈의 물음에 강진이 소방도끼를 꽉 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인의 무역 계약을 방해하고 내 수익금을 가로채려는 쥐새끼들은, 싹 다 청소하는 게 비즈니스의 정석이지. 전원 돌격 준비해라."
갑작스러운 약탈자 연합의 마포 대피소 습격을 저지하고, 대아 캠프의 소중한 시장 영토를 지키기 위한 또 다른 수성전의 불씨가 붉은 연기와 함께 지하 주차장 입구에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새로운 전쟁의 서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