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49화: 난공불락의 요새와 갈대숲의 척후
여의도의 차가운 강바람을 뚫고 대아 캠프 요새로 무사히 복귀한 정예 원정대는, 장갑 트럭에서 구출한 생존자들을 안전하게 하차시켰다.
구조된 핵심 기술자 노인 '구정필'은 트럭에서 내리자마자 한달음에 달려온 친척 구덕만 선장과 부둥켜안고 통곡 섞인 눈물을 흘렸다. 구 선장은 구정필 노인의 야윈 어깨를 붙잡고 오열하다가, 강진을 향해 무릎을 꿇으며 가슴을 쳤다. 주변의 주민들도 그 숭고한 광경에 숙연해졌다.
"한 대장님……! 제 친척들과 소중한 기술자들을 그 잔인한 약탈단 놈들의 손아귀에서 건져내 주시다니, 이 은혜는 뼈에 새기겠소! 우리 선상 캠프는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대아 캠프의 영원한 수하이자, 가장 충실한 무역 파트너가 될 것을 하늘에 맹세하겠소!"
"신용을 지켰을 뿐입니다, 선장님. 상인에게 약속은 목숨보다 무거우니까요. 대신 약속한 대로 노인장을 비롯한 기술자들은 당분간 요새 내부 공방에서 장벽 보강과 무장 제련 노동에 종사할 것입니다. 이게 우리가 맺은 계약의 대가입니다."
"물론이오! 당연히 그리해야지요! 정필 삼촌은 대재앙 이전에 현대 조선소와 정밀 합금 제련소에서 평생을 보낸 국내 최고의 금속 제련 기술자요. 대장님의 요새를 철옹성으로 만드는 데 큰 힘이 될 것이오!"
강진은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B등급 상점의 진화와 더불어, 평생을 실전 금속 공학에 바친 베테랑 기술자의 합류는 대아 캠프의 방어망을 이론적인 수치를 넘어 실질적인 정점으로 끌어올릴 최적의 기회였다.
구정필 노인은 강진이 즉석에서 소환해 지급한 보급용 특수 합금판과 제련용 정밀 공구들을 만져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의 노안이 희열로 번뜩였다.
"한 대장님, 보급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이 합금판은 탄소 함유량이 완벽하게 조절되어 마력 전도성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여기에 철강 접착 프레임을 이중으로 엮고, 장벽 외곽 전면에 특수 합금 스파이크 스크린을 둘러친다면 웬만한 박격포 직격탄도 튕겨낼 수 있습니다. 또한, 요새로 진입하는 유일한 국도 길목에 열원과 마력을 정밀 감지하는 지능형 지뢰를 매설하면 적들은 접근조차 못 하고 공포에 질릴 것입니다."
강진은 지체 없이 시스템 보급 상점을 열어 노인의 전문적인 조언에 필요한 장비들을 대거 구매했다. 투자에는 망설임이 없어야 했다.
[알림: 현재 보유 포인트: 4,203.5 SP]
[보급품 구매 완료: 마력 전지식 지능형 매설 지뢰 (1성급) - 20개 세트]
- 설명: 바닥에 묻어두면 차량 하부의 금속 열원이나 침입자의 강력한 마력 파동을 정밀 감지하여, 지향성 수평 폭발을 일으키는 대인/대차량 겸용 지뢰입니다. 위장이 쉽고 살상력이 뛰어납니다.
- 가격: 총 600 SP
[보급품 구매 완료: 합금 보강 스파이크 스크린 (2성급 아티팩트) - 4세트 묶음]
- 설명: 장벽 외장에 고정 장착하는 날카로운 가시 스크린입니다. 원거리 화살이나 투척 무기를 원천 차단하며, 장벽을 기어오르려는 적들에게 심각한 출혈 및 지속적인 전자기 물리 피해를 가합니다.
- 가격: 총 800 SP
[알림: 총 1,400 SP가 소모되었습니다. 장비들이 공방 마당으로 배송됩니다.]
- 현재 보유 SP: 2,803.5 SP (정산 완료)
소환된 묵직한 장비 궤짝들이 차가운 금속음을 내며 공방 마당에 내리깔렸다. 구정필 노인과 20여 명의 새로 합류한 기술 생존자들은 즉시 용접기와 제련용 망치를 들고, 밤낮을 가리지 않는 강행군으로 요새 보강 공사에 착수했다.
대아 캠프의 육중한 강철 옹벽 위로 날카로운 광택을 뿜어내는 은빛 합금 스파이크 스크린이 겹겹이 덧대어 장착되었다. 장벽 전면에는 은은한 푸른색 마력막이 코팅막처럼 형성되어, 원거리 물리 타격을 공중에서 분산시키는 마력 쉴드 기능까지 추가되었다.
요새 진입로인 전방 국도 아스팔트 바닥 아래에는 20개의 마력 매설 지뢰가 빈틈없이 매설되어 흙과 낙엽으로 감쪽같이 위장되었다. 그야말로 웬만한 정규군의 최전방 군사 요충지보다 더 튼튼하고 흉포한 철옹성 요새가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 완성된 것이다. 이제 이곳은 누구도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보급의 성역이 되었다.
그렇게 요새화 보강 작업이 완벽히 마무리되어 가던 다음 날 새벽, 여명의 핏빛 안개가 대지를 덮을 무렵이었다.
치이이익-! 찌직-!
요새 북쪽 마포대교 인근의 강변 수색대로 나가 있던 대아 캠프 척후병으로부터 전술 무전이 찢어지는 듯한 급박한 소음 소리와 함께 터져 나왔다. 대원들의 목소리는 공포와 긴장으로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 "한 대장님! 비상 상황입니다! 지하철 터널 폭사로 전진 교두보를 잃은 철혈동맹의 맹주 우건창이 이성을 잃고 광분했습니다! 놈들이 강바람이 꽁꽁 얼어붙는 이 차가운 새벽을 틈타, 기어코 수십 개의 임시 뗏목과 사제 보트를 띄워 한강 강제 도하를 전면 개시했습니다!"
강진은 뇌전의 소방도끼를 낚아채듯 쥐고 옹벽 초소 위로 급히 올라섰다. 헬멧의 투시 센서를 가동하자 멀리 한강 수평선 너머로 검은 그림자들이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현재 적들의 구체적인 상륙 동향은 어떠한가? 위치를 보고해라."
- "놈들이 안개와 어둠을 차폐막 삼아 이미 한강 남단 갈대숲 언덕에 1차 상륙 선발대를 진입시켰습니다! 대략 30명에서 40명 규모의 무장 인원이며, 갈대숲 내부에 본대의 2차 대규모 도하를 돕기 위한 야간 수색 거점과 횃불 신호대를 구축 중인 모양새입니다! 놈들이 숲 안으로 파고들고 있습니다!"
철혈동맹의 최후의 도박, 기습적인 강제 도하 상륙 작전이 마침내 시작된 것이었다. 놈들은 한강의 짙은 새벽 안개를 천연의 가림막 삼아, 기어코 남단 갈대숲에 척후 교두보를 마련하고 본대 200명의 본격적인 진입을 이끌어내려 하고 있었다.
강진의 헬멧 투시 격자선이 멀리 한강 갈대숲 사이사이를 헤치며 기어 오르는 수십 개의 붉은 열원들을 정확하게 타겟팅했다.
"태훈 씨. 정예 돌격 대원들을 즉시 소집하십시오. 놈들이 갈대숲에서 상륙 기지를 완성하기 전에, 저 갈대밭 전체를 통째로 놈들의 차가운 무덤으로 만들어버릴 시간입니다. 지옥의 보급품이 무엇인지 보여주죠."
강진이 소방도끼의 가동 기어를 차갑게 돌리자, 도끼날 주위로 시퍼런 번개 스파크가 사납게 춤을 추었다. 자욱한 새벽 안개가 갈대숲을 가득 메우는 가운데, 대아 캠프의 요새를 지키고 철혈동맹의 강제 상륙을 저지하기 위한 핏빛 갈대숲 야전 기습전의 서막이 차갑고도 장엄하게 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