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47화: 지상 탈출과 붉은 이빨
쿠르릉-! 쏴아아아-! 쾅!
무너져 내린 지하 펌프실의 콘크리트 격벽 너머로, 한강의 거센 진흙탕 강물이 거대한 해일처럼 어두운 터널 선로를 따라 무서운 기세로 밀려들었다. 물길이 터널 벽면에 부딪히며 내는 굉음이 지하 전체를 진동시켰다.
"계단 위로 뛰십시오! 뒤돌아보지 말고 더 빨리!"
강진의 천둥 같은 고함과 함께 대원들은 무거운 군장과 노획한 마정석 상자들을 짊어진 채, 지하철 역사의 낡은 비상계단을 미친 듯이 디뎌 올라갔다. 발목을 스치며 계단을 삼켜 올라오는 차가운 물길의 압박이 대원들의 등줄기를 서늘하게 만들었지만, 전원 '고급 보급 상점(B등급)'에서 공수한 방탄조끼의 회피 보조 기동력과 강진의 마력 투시 고글이 비춰주는 안전 경로 덕분에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좁은 통로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쾅-!
마지막 대원이 지상 역사 출구의 녹슨 철문을 부수고 밖으로 튀어 나오는 것과 동시에, 지하철 출구 아래쪽은 거센 진흙탕 물과 콘크리트 파편들로 완벽하게 메워져 막혀버렸다. 거센 수압에 철문이 비명을 지르며 찌그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하아, 하아…… 이제야 좀 살 것 같습니다. 지옥의 아가리에서 빠져나온 기분이군요."
태훈이 거친 아스팔트 바닥에 주저앉아 폐부가 찢어질 듯한 숨을 내쉬었다. 역사 밖은 여전히 자욱한 붉은 밤안개가 내려앉은 여의도의 폐허 시가지였다. 깨진 창문 사이로 불어오는 밤바람이 대원들의 땀방울을 차갑게 식혔다.
강진은 연기와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지하철 입구를 차가운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철혈동맹의 1차 한강 도하 전진 교두보는 이것으로 완벽하게 박살 났고, 놈들이 공들여 모은 도하선과 모터 등 핵심 전략 자원들도 차가운 한강 물속으로 영원히 수장되었다. 맹주 우건창이 이 피해를 복구하고 대아 캠프를 향한 대규모 침공을 다시 계획하기까지는 최소 한 달 이상의 물리적인 정비 시간이 소요될 터였다.
대아 캠프가 다가올 전면전을 대비해 방어벽을 더 높이 쌓고, 더 많은 자동 터릿을 배치할 수 있는 귀중한 '안보의 시간'을 성공적으로 벌어낸 셈이었다. 상인에게 시간은 곧 자산이었고, 강진은 그 자산을 피로 사들였다.
"장비 점검하고 즉시 캠프로 복귀합니다. 시가지는 여전히 위험하니 절대 대열 유지하십시오. 정찰 나간 놈들이 더 있을지 모릅니다."
원정대는 은밀하게 여의도 공원 인근의 폐허가 된 오피스 빌딩 숲길을 가로질러 남하하기 시작했다. 안개 속에서 잡초와 이끼가 흉측하게 우거진 아스팔트 도로는 쥐죽은 듯한 기괴한 적막만이 감돌고 있었다.
그때였다. 저 멀리 여의도 공원 동편에 위치한 상가 빌딩 1층 필로티 주차장 구역에서, 날카로운 총성과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밤안개를 뚫고 아스라하게 들려왔다.
타앙! 탕! 타아앙-!
"제발…… 제발 살려주시오! 식량은 이미 다 가져가지 않았소! 아이들 먹을 것까진 뺏지 마시오!"
"닥쳐라, 이 쥐새끼들아! 숨겨둔 마정석 조각들이 더 있을 텐데 어디로 뺐냐?! 입 안 열면 네놈 손목부터 날려버리겠다!"
거친 남성의 고함과 함께 가죽 채찍을 휘두르는 소리가 들렸다. 강진은 급히 수신호를 보내 대원들을 정지시키고 헬멧의 투시 모드를 전환했다. 시야가 붉게 물들며 필로티 주차장 내부의 상황이 3차원 입체 좌표로 훤히 들어왔다.
주차장 안에는 조잡한 뼈다귀 모양의 붉은 칠을 한 개조 오토바이들과 장갑 차량 두 대가 대기하고 있었고, 뼈다귀 장식을 온몸에 단 15명의 무장 약탈자들이 피난처 생존자 20여 명을 포위한 채 채찍질과 폭행을 가하고 있었다. 그들은 철혈동맹과는 결이 다른, 한강 남부 일대에서 독자적으로 약탈과 살인을 일삼는 잔인한 군소 약탈 집단인 '붉은 이빨 약탈단(Red Fangs)' 소속의 패거리들이었다.
원래 한강진은 남의 사정에는 일절 눈길을 주지 않는 철저한 실리주의 상인이었다. 대원들을 데리고 조용히 우회하여 지나치려던 찰나, 강진의 헬멧 투시 격자선이 피난처 중앙에서 머리를 움켜쥐고 피를 흘리는 한 노인의 얼굴을 포착했다.
그 늙은 사내의 낡은 조끼 가슴팍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가죽 계약서의 푸른 낙인. 강진의 눈이 가늘게 좁아졌다.
'저 노인네는…… 구덕만 선장의 친척이자, 삼십육빌딩 지하에서 마정석 정밀 채굴을 담당하기로 한 선상 캠프 소속의 핵심 기술자 노인이군.'
노인은 선상 캠프에 공급할 특수 부품들을 수거하러 여의도 시가지로 나왔다가 재수 없게 약탈단에게 덜미를 잡힌 모양이었다. 저 기술자 노인이 채굴 작업을 완료하기 전에 죽거나 다친다면, 대아 캠프와 체결한 마정석 독점 공납 수량에 차질이 발생하게 된다. 다시 말해, 저 무법자들은 지금 한강진의 '미래 이윤'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셈이었다.
강진의 두 눈이 얼음장처럼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보급상인의 영토에서 무단으로 자산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었다.
"태훈 씨. 1분대와 2분대로 나눠 포위망을 구성하십시오. 한 놈도 놓쳐선 안 됩니다."
"구출 작전입니까?"
"아니요. 제 소중한 마정석 채굴 자산인 기술자를 건드린 도둑놈들을 처단하는 겁니다. 상인의 물건을 건드린 대가가 무엇인지 똑똑히 가르쳐줘야죠. 전원 사살입니다."
강진은 즉시 시스템 상점 창을 열어 화력을 지원할 특수 탄약을 대량 소환했다.
[보급품 구매 완료: B등급 마력 증폭 소총 탄약 박스 - 2개 세트]
- 설명: 사격 시 탄환 표면에 강력한 마력 추진 필드를 형성합니다. 일반 탄환보다 2배 이상의 관통력과 탄속을 지니며, 2성급 마물의 외골격도 종이 장처럼 관통합니다.
- 가격: 총 200 SP
[알림: 200 SP가 소모되었습니다. 탄창 상자가 인벤토리에 지급됩니다.]
- 현재 보유 SP: 3,903.5 SP (이전 4,103.5 SP에서 차감 정산)
강진은 황동빛 탄창 상자 두 개를 대원들에게 신속히 지급했다. 대원들은 조용히 소총의 빈 탄창을 빼고, 시퍼런 빛이 감도는 마력 증폭 탄창을 끼워 넣었다. 장전되는 노리쇠 뭉치의 쇠 소리가 밤안개 속에 차갑게 스며들었다.
"우측 엄호 조, 배치 완료했습니다."
태훈의 나직한 무전과 함께 강진은 뇌전의 소방도끼를 꽉 쥐고, 필로티 주차장의 그늘진 콘크리트 기둥 뒤로 소리 없이 파고들었다.
"이 늙은이가 아직도 입을 안 여네?! 당장 저 노인네 손가락을 하나씩 잘라버려! 그 옆에 어린애부터 시작할까?!"
붉은 이빨 약탈단의 대장이 징이 박힌 가죽 칼을 치켜들고 노인의 손목을 짓밟으려 하던 바로 그 잔인한 찰나였다.
탕! 탕! 탕! 탕-!
어둠 속에서 강렬한 마력 섬광과 함께 증폭 탄환들이 폭풍처럼 쏟아져 내렸다. 필로티 주차장 외곽에 서서 보초를 서던 붉은 이빨 대원 5명의 가슴과 머리가 걸레짝처럼 뚫리며 바닥으로 처박혔다.
"기습이다! 전원 기둥 뒤로 피해라-!"
약탈단 대장이 비명을 지르며 권총을 뽑아 들려 했으나, 자욱한 밤안개를 가르며 푸른 번개를 거칠게 내뿜는 거대한 톱날 도끼가 놈의 시야를 가득 메웠다. 강진이 도끼를 비스듬히 세운 채 놈의 심장부를 향해 벼락같은 기세로 돌진하고 있었다.
무자비한 소탕전을 앞두고, 붉은 이빨 대장의 눈에 지독한 죽음의 공포가 번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