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43화: 척살검 격살과 중력의 장막
카앙-! 콰드득! 챙강!
황필두의 시커먼 마기가 서린 쌍검이 뇌전의 소방도끼 날과 격렬하게 쓸리며, 사방으로 핏빛 섬광과 청색의 마력 불꽃이 소나기처럼 튀어 나갔다. 금속과 금속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밤공기를 가늘게 떨게 만들었다.
"제법이군, 보급상인! 하지만 시스템 장비의 힘만 믿고 덤비는 풋내기가 내 실전 칼날을 언제까지 막아낼 수 있을까! 네놈의 목을 베어 내 검의 제물로 삼아주마!"
황필두가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뒤로 반 보 물러섬과 동시에, 신출귀몰한 속도로 쌍검의 궤적을 복잡하게 꼬아 기습적인 참격을 날렸다. 검은 마기를 머금은 검날이 강진의 왼쪽 어깨를 종이 장 베듯 스치고 지나갔다.
서거억-!
강진이 착용한 2성급 '전술 나노 강섬유 슈트'의 가슴팍 마력 방어막이 푸른색으로 거칠게 깜빡이며, 시스템 메시지로 내구도가 순식간에 20% 급감했음을 알렸다. 단순한 물리적 참격이 아니었다. 놈의 쌍검은 방어구의 에너지 쉴드 필터를 직접 오염시키고 침식해 들어오는 흉악한 저주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강진은 차갑게 이성을 유지한 채 소방도끼를 휘둘러 놈의 파상공세를 쳐냈다. 하지만 황필두의 속도는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2성급 민첩 특화 검사답게, 놈은 어둠과 연막 속을 물속의 고기처럼 누비며 사각지대에서 쉴 새 없이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밀었다.
챙! 카카캉! 칭-!
연속적인 불꽃의 폭풍 속에서 강진은 점차 방어에 급급해지기 시작했다. 황필두의 수천 번의 실전으로 다져진 검술 앞에서는, 단순히 도끼를 크게 휘두르는 물리력만으로는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힘들었다.
'상대의 속도를 강제로 죽이고 짓누른다. 시스템 상점, 아티팩트 탭 즉시 호출.'
강진은 격렬한 전투의 호흡을 유지하며, 찰나의 순간에 보급 상점의 레어 장비 카테고리를 활성화했다.
[보급품 구매 완료: 중력 압박의 백은 반지 (2성급 아티팩트)]
- 설명: 10초 동안 착용자를 중심으로 반경 5미터 이내의 중력을 최대 3배까지 순간 증폭시킵니다. 착용자는 아티팩트의 보호권능으로 중력 변화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재충전 대기시간: 10분)
- 가격: 1,500 SP
[보급품 구매 완료: 뇌전의 전자기 충격 탄창 (2성급) - 1개 세트]
- 설명: 리볼버 및 소총용 특수 탄창. 적중 시 대상의 신경계를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강력한 전자기 충격파를 방출합니다.
- 가격: 200 SP
[알림: 총 1,700 SP가 소모되었습니다. 아이템이 장착됩니다.]
- 현재 보유 SP: 1,703.5 SP (이전 3,403.5 SP에서 차감 정산)
강진의 왼손가락에 은빛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투박한 철제 반지가 홀연히 실체화되어 끼워졌다. 반지가 손가락에 닿는 순간, 주변의 마력이 강진의 팔을 향해 급격히 빨려 들어갔다.
"이거나 먹고 지옥으로 꺼져라!"
황필두가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듯, 공중으로 높게 도약하며 양손의 쌍검을 십(十) 자 모양으로 겹쳐 강진의 목을 단숨에 잘라내려 내리찍었다. 놈의 몸뚱이가 공중에서 중력의 지배를 벗어나 무방비하게 뜬 바로 그 찰나였다.
강진은 왼손의 반지를 황필두를 향해 치켜들며 나직하게 명령했다.
"중력 가속, 최대 출력."
웅웅웅웅-! 콰콰쾅!
순식간에 대기가 무겁게 비명을 지르며 요동쳤고, 강진의 발밑 콘크리트 도로 바닥이 쩍쩍 소리를 내며 거미줄처럼 가라앉았다. 반경 5미터 이내의 중력이 3배로 증가하며, 무자비한 보이지 않는 거인의 철퇴처럼 공중의 황필두를 수직으로 내리눌렀다.
"끄, 끄으으윽-?! 이게 무슨...!"
공중에서 예리하게 낙하하며 필살의 일격을 가하려던 황필두의 거구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거대한 바위에 깔린 듯 쿵-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무겁게 처박히며 나뒹굴었다. 3배의 중력은 놈의 가죽 코트와 뼈마디를 통째로 으스러뜨릴 기세로 짓눌렀고, 바람처럼 날렵했던 놈의 민첩성은 단숨에 진흙탕에 빠진 늪의 생물처럼 마비되었다.
강진은 그 절호의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았다. 상인은 기회가 왔을 때 가장 잔인해지는 법이다.
부아아앙-! 콰르릉!
뇌전의 소방도끼 엔진을 한계치까지 과충전하며, 강진은 번개와 같은 속도로 황필두의 품 안으로 쇄도했다. 푸른 번개 채찍이 밤하늘을 갈기갈기 찢었다.
서거억-! 콰자작!
"아아아아악-!"
도끼의 초고속 전기 톱날이 중력에 짓눌려 칼을 채 치켜들지 못한 황필두의 오른쪽 어깨와 팔을 사선으로 깔끔하게 절단해 버렸다. 잘려 나간 팔과 피 묻은 쌍검 한 자루가 흙탕물 위로 힘없이 뒹굴었고,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 붉은 피가 황필두의 일그러진 눈을 가렸다.
강진은 도끼날을 낮게 짓눌러, 바닥에 주저앉아 신음하는 황필두의 목덜미를 정조준했다.
"철혈동맹에 내 경고를 확실히 전달하라고 전령을 보냈을 텐데, 당신들이 계약을 거부한 걸로 알겠습니다."
"사, 살려…… 자비ㄹ... 커헉!"
퍼억-!
도끼날이 놈의 목뼈를 부수며 파고들었고, 과충전된 고압의 뇌전 마력이 놈의 전신 신경망을 단 1초 만에 완벽하게 불태워 절명시켰다. 척살검 황필두는 마지막 단말마조차 남기지 못한 채, 온몸에서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차갑게 굳어갔다.
[알림: 2성급 네임드 강자 '척살검 황필두'를 처치했습니다! 800 SP를 획득합니다.]
[알림: 전리품 '마기가 깃든 척살쌍검(2성급)' 및 '2성급 대형 마정석'이 획득되었습니다. 자동 헌납을 집행합니다.]
- 헌납 가치 정산: 총 300 SP
- 현재 보유 SP: 2,803.5 SP (정산 완료)
보유 포인트가 다시 2,800 SP로 성공적으로 복구되었다.
"히, 히익! 행동대장님이 돌아가셨다!"
"황 대장님이 단 한 합에 썰려 나갔어! 괴물이다! 도망쳐-!"
황필두의 시체가 은빛 입자가 되어 사라지는 광경을 지켜본 철혈동맹의 남은 졸개들은, 공포에 질려 무기를 내던지며 북쪽 안개 속으로 혼비백산하여 후퇴하기 시작했다. 후방의 포격 진지도 파괴되고 지휘관마저 눈앞에서 도륙당한 그들에게, 대아 캠프는 이제 더 이상 약탈할 쉘터가 아닌 살아 돌아갈 수 없는 잔혹한 처형장일 뿐이었다.
"요새 장벽 전면 개방하십시오! 태훈 씨, 도망치는 적들의 잔당을 추격해 완벽하게 섬멸하십시오! 적의 뿌리를 뽑아야 합니다!"
강진의 추격 지시와 함께 대아 캠프의 철강 장벽 문이 웅장한 굉음과 함께 열렸다. 태훈과 정예 대원들이 소총을 견착한 채 장갑 트럭을 타고 질주하며, 패퇴하는 적들의 등 뒤로 무자비한 탄막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마침내 대아 캠프 외곽을 가득 메웠던 핏빛 화염과 폭음은 걷히고, 승리의 차가운 적막이 깊어가는 한강의 밤하늘을 환하게 밝히기 시작했다. 보급 제국의 영토가 다시 한번 피로 굳건해진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