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40화: 요새화와 피할 수 없는 폭풍
대형 마트 원정을 대성공으로 장식하고 무사히 복귀한 대아 캠프 요새는 모처럼의 활기와 안도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원정대가 가져온 대량의 군용 고급 의약품과 해독제 상자들이 물류창고 내부의 임시 의무실로 일사불란하게 정리되었다. 대재앙 발발 이후 제대로 된 치료 한 번 받아보지 못하고 고열과 마수 독소, 부패한 상처로 신음하던 쉘터 내의 생존자 환자들이 정밀 약품을 보급받자, 기적처럼 열이 내리고 검게 죽어가던 상처 부위에서 새살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살았습니다…… 정말로 한 대장님이 저희를 지옥에서 건져 올리셨습니다!"
완쾌된 환자들과 그 가족들은 강진이 복도를 지나갈 때마다 머리를 깊숙이 숙이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강진은 쓸데없는 감상주의나 온정주의를 경계했으나, 장기적인 자치구의 안정과 효율적인 노동력 확보를 위해 '보급력의 과시'가 가져오는 이 절대적인 신뢰와 복종의 가치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무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지나갔지만, 가슴 한구석에는 묘한 만족감이 차올랐다.
강진은 캠프 북쪽 장벽 위로 올라가 수평선 너머를 매섭게 응시한 뒤, 개인 집무실로 향했다.
'철혈동맹 놈들이 조만간 들이닥칠 거다. 정찰대가 격멸당한 사실을 확인했다면, 이번에는 어설픈 척후병이 아닌 본대의 정예 병력과 개조 장비들을 끌고 오겠지.'
대아 캠프의 외곽 장벽은 아직 목재와 조잡한 철판을 기운 수준에 불과했다. 무력으로 약자들을 억압하며 여의도 북쪽을 장악해온 철혈동맹의 흉포한 돌격 공세를 막아내려면, 방어 시설의 파격적인 업그레이드가 시급했다. 강진은 책상 앞에 앉아 '고급 보급 상점(B등급)'으로 진화한 시스템 창을 활짝 열었다.
[알림: 현재 보유 포인트: 6,103.5 SP]
마트의 모체 격살과 대량의 마정석 헌납으로 축적된 6,000포인트가 넘는 거금. 강진은 주저 없이 요새화 및 자동 방어 카테고리를 터치했다.
[보급품 구매 완료: B등급 자동 센서 경계 터릿 (2성급) - 2기 세트]
- 설명: 50구경 대구경 중기관총을 장착한 인공지능형 자동 방어 포탑입니다. 전력 공급 없이도 내장된 고밀도 마력 전지로 72시간 연속 작동하며, 100미터 이내의 모든 적대적인 열원 및 마력 반응체를 정밀 감지하여 자동 추적 격발합니다.
- 가격: 총 2,400 SP
[보급품 구매 완료: 철강 장벽 강화 패키지 (1성급) - 4세트 묶음]
- 설명: 기존 장벽에 특수 마력 합금 철판을 이중 덧대어 물리 내구도를 3배 이상 강화하고, 외곽에 마물 침입 방지용 전자기 스파크 가시를 장착합니다.
- 가격: 총 600 SP
구매 확정 버튼을 누르자 3,000 SP가 순식간에 차감되며, 사무실 바닥에 웅장한 무광 검정색의 금속성 기계 상자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올랐다.
[알림: 총 3,000 SP가 소모되었습니다. 영지 방어 설비가 인벤토리에 지급됩니다.]
- 현재 보유 SP: 3,103.5 SP (정산 완료)
강진은 즉시 강태훈과 정예 경비 대원들, 그리고 캠프 내에서 가장 손재주가 좋은 남성 생존자 20명을 소집하여 장벽 보강 공사를 개시했다.
"대원들은 요새 장벽 좌우측 초소 상단에 이 기관총 터릿 상자들을 조심스럽게 올리십시오. 나머지 인원들은 합금 철판을 기존 장벽 바깥쪽에 대고 고장력 볼트로 단단히 고정합니다. 오늘 밤 안으로 끝내야 합니다."
공사는 강진의 지휘 하에 일사불란하게 진행되었다. 시스템의 설치 보조 기능 덕분에, 단 몇 시간 만에 허술했던 합판 장벽이 거무스름한 고장력 마력 합금 강철 장벽으로 최종 진화했다. 장벽 아래에는 날카로운 스파크가 이는 금속 스파이크들이 빽빽하게 돋아나, 웬만한 괴수나 고속 돌격 차량도 쉽게 들이받지 못할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했다.
장벽의 좌우측 가장 높은 옹벽 위에는 두 기의 은빛 자동 경계 터릿이 위엄 있게 설치되었다.
위이이이잉-.
전원이 인가되자 터릿의 감지 센서 렌즈에 붉은 안광이 들어오며, 좌우로 부드럽게 회전하며 각도를 조절하기 시작했다. 대구경 기관총의 길고 웅장한 포신이 한강 북쪽 사거리를 향해 고정되는 광경을 바라보던 주민들의 안색에 비로소 든든한 미소가 감돌았다. 이제 대아 캠프는 단순한 물류창고가 아니라, 웬만한 정규군의 최전방 전초 기지를 능가하는 막강한 화력을 갖춘 철옹성으로 거듭난 것이었다.
보강 작업을 완벽히 마치고 짙은 어둠이 여의도를 덮을 무렵이었다.
치익, 치이이익-! 찌직!
강진의 가슴팍에 고정된 전술 무전기가 기분 나쁜 전자기 노이즈와 함께 찢어지는 듯한 다급한 음성을 내뱉었다. 장벽 북서쪽 1킬로미터 지점, 망루 삼아 폐건물 옥상에 전진 배치해 둔 관측병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 "한 대장님! 북서쪽 국도를 타고 미식별 차량 세 대가 전조등을 끄고 빠르게 접근 중입니다! 철판을 덧대어 기괴하게 개조한 중형 기갑 트럭들입니다!"
강진은 터릿의 탄약통을 점검하던 손을 멈췄다. 그의 눈매가 가늘게 좁아지며 살기를 내뿜었다.
"기갑 트럭 세 대라. 탑승 병력과 무장 상태는 파악되나?"
- "예! 트럭 적재함과 뒤편을 따라 도보로 진격하는 보병들이 포착되었습니다. 대략 40명에서 50명 수준입니다! 전원 방탄 헬멧과 사제 돌격소총으로 중무장하고 있습니다. 깃발이 보입니다…… 붉은 해골 무늬가 그려진…… 철혈동맹의 전투 깃발입니다! 놈들이 진짜로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철혈동맹의 피 끓는 복수 선전포고이자, 본격적인 영토 침탈 공세가 마침내 시작된 것이었다. 척후대 전멸에 광분한 놈들이 한강진의 쉘터를 단숨에 지도에서 지워버리겠다며 주력 소대급 대부대를 파견한 모양이었다.
무전망 너머로 대원들의 긴장 섞인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50명에 달하는 조직적인 무장 강도단과의 전쟁은 대재앙 이후 대아 캠프가 겪는 최초의 대규모 세력 간 전면전이었다. 하지만 강진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뇌전의 소방도끼의 엔진 가동 밸브를 가볍게 조절하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태훈 씨. 전원 전투 배치하십시오. 터릿의 센서 감지 각도는 국도 진입로 정중앙에 고정합니다."
강진이 장벽 위에서 밤안개 너머,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개조 트럭의 육중한 배기음 소리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이 요새가 우리 대아 상단의 절대적인 영토라는 사실을, 오늘 밤 저들의 뼈와 피로 똑똑히 새겨줄 때가 왔습니다.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십시오."
어두운 밤하늘 위로 한 줄기 싸늘한 칼바람이 불어왔고, 대아 요새의 외곽 장벽을 수호하는 터릿의 붉은 센서 렌즈들이 침입자들의 좌표를 향해 일제히 록온되기 시작했다. 멸망한 세계의 새로운 질서를 건 첫 번째 피의 전쟁이, 그 장엄한 서막을 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