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36화: 대형 마트와 괴수 고치
철혈동맹의 척후병들을 전멸시키고 그들의 정찰 대장을 굴복시켜 보낸 다음 날 아침, 대아 캠프 요새의 공기는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얼어붙어 있었다.
어제 풀어준 정찰 대장이 척후대의 전멸 소식과 강진의 서늘한 경고를 북단 본대에 전달했을 터였다. 약탈로 세를 불린 철혈동맹이 이 모욕에 분노하여 본격적인 대규모 공세를 취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들의 침공을 완벽히 무력화하고 70명으로 늘어난 식솔들의 안전을 지켜내기 위해선, 시스템 보급 상점의 등급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려 군용 의약품과 무제한 탄약 공급선을 확립해야만 했다.
"오늘의 원정 목표는 캠프 북동쪽 2킬로미터 지점에 위치한 '대아 랜드마크 홈마트'다."
강진은 원정 대원 10명 앞에서 지도판을 가리키며 단호하고 명료하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지휘관으로서의 위엄이 서려 있었다.
"그곳은 대재앙 초기에 수만 명의 시민들이 물자를 구하려 몰렸다가 마물들의 습격을 받아 집단 학살당한 뒤, 거대한 괴수 고치 군락으로 변해버린 장소다. 인근 생존자 집단 누구도 감히 접근하지 못한 죽음의 마경이지만, 그곳 2층의 극비 의약품 보관소와 대형 약국 구역에는 아직 훼손되지 않은 대량의 정밀 항생제와 수술용 특수 약품들이 잠들어 있다. 그것들을 확보해야 시스템의 '고급 보급 상점' 라이선스를 정식으로 해금할 수 있다."
대원들은 긴장하면서도 결의에 찬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은 원정을 떠나기 전 시스템 상점을 열었다. 고치들이 미로처럼 즐비한 밀폐 공간을 효과적으로 소탕하기 위해선, 뜨거운 불길을 일으킬 수 있는 화염 병기가 절대적으로 유용했다.
"시스템 상점, 공격 장비 탭 활성화."
[보급품 구매 완료: 마력식 고압 화염방사기 (2성급) - 2개 세트]
- 설명: 특수 마력 연료를 사용하여 일반 화염보다 3배 이상 뜨겁고 쉽게 꺼지지 않는 청백색 마력 불꽃을 뿜어냅니다. 고치나 끈적한 유기물 마물에 대한 살상력이 극대화됩니다.
- 가격: 개당 400 SP (총 800 SP)
[보급품 구매 완료: 특수 화염 연료 탱크 - 4개들이 박스]
- 설명: 2성급 화염방사기 전용 고농축 마력 연료입니다.
- 가격: 개당 50 SP (총 200 SP)
순식간에 1,000 SP가 시스템 잔고에서 빠져나갔다. 강진의 발밑에 거대한 붉은색 강철 화염방사 장비 상자들이 빛 무리와 함께 소환되었다.
[알림: 1,000 SP가 소모되었습니다. 아이템들이 인벤토리에 지급됩니다.]
- 현재 보유 SP: 3,873.5 SP (이전 4,873.5 SP에서 차감 정산)
강진은 화염방사기 두 대를 원정대에서 가장 힘이 좋은 대원들에게 배분했다.
"화염 사격 조는 오직 내 신호에 따라서만 방사한다. 마트 내부와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산소 부족이나 역화(Backdraft)가 발생할 수 있으니 안전거리를 철저히 유지하십시오. 대열 출발합니다!"
원정대는 철저하게 무장한 채 장갑 트럭을 타고 서울의 폐허가 된 시가지로 진입했다.
랜드마크 홈마트 근처에 도달하자, 사방의 풍경은 흉측하게 뒤틀려 있었다. 마트 건물의 거대한 유리창들은 모두 하얀 거미줄 같은 점질성의 흰색 실로 겹겹이 덮여 있었고, 외벽을 따라 사람 크기만 한 거대한 고치들이 괴기스러운 열매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고치들이 흔들리며 사방으로 칙칙한 마력 포자 먼지를 날려 보내는 기괴한 형상이었다.
트럭에서 내린 대원들은 방패를 앞세우고 홈마트의 깨진 정문 안쪽으로 조심스럽게 진입했다.
철벅, 서걱-!
마트 1층은 이미 진흙과 부패한 음식물, 그리고 굳어버린 거미줄 점액들이 뒤엉켜 있어 걸음을 옮기기조차 까다로웠다. 천장과 상품 매대 사이사이는 온통 하얀 고치들과 고치에서 뻗어 나온 거미줄 실타래들로 가득 차 시야를 어지럽게 방해했다.
스스스스-! 사각, 사각.
어두운 천장 구석과 쓰러진 매대 뒤편에서 무언가가 콘크리트를 긁는 듯한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왔다. 강진의 '심연의 수색자 전술 헬멧' 뷰파인더 위로 수십 개의 붉은 마력 반응 점들이 빠르게 사방을 포위해 오는 것이 포착되었다.
"놈들이 움직입니다! 천장과 9시 방향 매대 뒤를 주시하세요! 화염방사 조, 9시 방향 전방 방사 개시!"
강진의 날카로운 호령과 함께 화염방사기를 든 대원이 방아쇠를 힘껏 움켜쥐었다.
화아아아악-!
거대한 주황색 마력 불꽃이 어두운 마트 내부를 붉게 밝히며 거센 폭풍처럼 날아갔다. 불꽃이 흰색 고치와 거미줄에 닿는 순간, 휘발유를 끼얹은 듯 폭발적인 속도로 번져나가며 매대 뒤에 잠복해 있던 마물들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키에에에엑-!"
"키익! 끄으으…… 콰직!"
불길 속에서 솟구쳐 나온 괴물들은 사람 얼굴만 한 크기의 거대한 독거미들과, 인간의 상체에 거미의 하체를 지닌 1성급 마물 '고치 괴수'들이었다. 놈들은 불길에 휩싸여 사지를 경련하며 바닥을 뒹굴었다. 특수 마력 불꽃은 끈적한 유기체 점액질을 타고 끊임없이 번져가며 마물들의 신경망을 순식간에 태워버렸다.
"전원 탄막 형성! 화염에서 빠져나오는 놈들만 정밀 조준 사격해라! 낭비하지 마!"
태훈의 효율적인 통제 아래 대원들의 사격이 시작되었다.
탕! 탕! 탕! 탕-!
화염 장벽을 뚫고 미친 듯이 튀어 나오려던 고치 괴수들이 머리에 푸른 총탄을 맞고 차례로 쓰러졌다. 불이 번져가는 화력 시위 속에서 강진은 소방도끼를 고쳐 쥐고 다가오는 마물들을 하나씩 단도직입적으로 쪼개버렸다. 도끼날이 지날 때마다 마물들의 석질 가죽이 허망하게 갈라졌다.
[알림: 고치 괴수(1성급) 18마리를 처치했습니다. 180 SP를 획득합니다.]
[알림: 고치 독거미(1성급) 20마리를 처치했습니다. 100 SP를 획득합니다.]
- 현재 보유 SP: 4,153.5 SP (정산 완료)
1층 신선 식품 매장 구역은 단 10분 만에 화염의 재가 되어 조용히 가라앉았다. 타들어 간 거미줄 사이로 드러난 타일 바닥을 밟으며 원정대는 마트 더 깊숙한 안쪽으로 전진했다.
의약품 보관소가 있는 2층으로 향하는 메인 무빙워크 앞에 도달했을 때, 원정대는 일제히 얼어붙은 듯 걸음을 멈췄다. 무빙워크의 입구는 높이 3미터, 폭 5미터에 달하는 거대하고 단단한 검은색 구형 고치 덩어리로 완벽하게 가로막혀 있었다. 고치의 표면은 연약한 실이 아니라, 강철판처럼 질기고 조밀한 섬유질이 굳어 단단한 기갑 장갑처럼 보였다.
두근, 두근, 두근...
그 검은 강철 고치의 중심부에서, 마치 거대한 포식자의 심장이 뛰는 듯한 묵직한 진동과 음산한 고동 소리가 마트 벽면 전체를 타고 울려 퍼졌다.
"대장님…… 저 안에 분명 무언가 규격 외의 놈이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느껴지십니까?"
태훈이 소총의 탄창을 서둘러 갈아 끼우며 마른침을 삼켰다. 강진은 헬멧의 투시 렌즈 초점을 강철 고치 내부로 바짝 맞췄다. 짙은 핏빛 마력 반응이 고치 중앙에 핵처럼 뭉쳐 요동치고 있었다. 2성급 정예 혹은 그 이상의 변종 마물이 최종 탈피를 준비하고 있는 기괴하고도 위험한 형상이었다.
"준비하십시오. 긴장 늦추지 마세요."
강진이 도끼 손잡이를 으스러지게 다잡으며 차갑게 말했다.
"저 껍질이 깨지는 순간이, 바로 우리가 2층 의약품 창고를 점거하고 고급 보급의 길을 여는 순간입니다. 사냥을 준비하십시오."
강철 고치의 표면에 거미줄 같은 미세한 균열이 쩌적 소리를 내며 가기 시작했고, 그 틈새로 검붉은 유황 빛깔의 마력이 연기처럼 부글거리며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마트의 짙은 어둠 속에서, 진정한 상위 포식자의 눈빛이 번뜩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