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35화: 북단의 척후병과 도청
대아 캠프의 북쪽 외곽 장벽은 폐컨테이너와 녹슨 철조망, 그리고 무너진 건물의 콘크리트 잔해를 겹겹이 쌓아 올려 구축한 견고한 요새선이었다. 밤이 깊어지자 한강변에서 밀려든 눅눅하고 짙은 강안개가 장벽 아래의 무성한 풀숲을 가득 메웠다. 가시거리가 불과 수 미터도 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강진은 소리 없이 계단을 딛고 초소 위로 올라섰다.
강진은 헬멧 옆면의 스위치를 눌러 '심연의 수색자 전술 헬멧'의 열화상 투시 센서를 최대 출력으로 가동했다. 웅웅거리는 미세한 작동음과 함께 그의 시야에 펼쳐진 격자선 위로, 어둠 속 30미터 전방 풀숲에 납작하게 엎드려 있는 15개의 선명한 붉은 열원들이 포착되었다.
"한 대장님, 놈들입니다. 장벽 초소의 사격 사각지대와 센서가 닿지 않는 균열부를 체크하며 기록하고 있습니다. 움직임이 아주 조직적이고 고도로 훈련된 자들입니다."
초소의 야간 경계 보초장인 태훈이 낮게 으르렁거리며 강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강진은 침착하게 놈들의 무장을 정밀 스캔했다. 낡았지만 통일된 군용 야전 상의, 관리 상태가 극상인 돌격소총, 그리고 방탄 헬멧까지. 이 무법지대가 된 서울 땅에서 이 정도로 규격화된 장비를 갖춘 집단은 흔치 않았다. 이건 단순한 부랑자들의 소행이 아니었다.
"놈들이 내부 통신을 주고받는 모양입니다. 통신기 안테나가 풀숲 사이로 보입니다."
태훈의 말에 강진은 즉시 시스템 보급 상점 창을 열어 필요한 장비를 검색했다. 첩보와 정보 수집은 상인에게 있어 날카로운 칼날만큼이나 예리한 전쟁 무기였다.
[보급품 구매 완료: 광역 통신 주파수 스캐너 및 도청기 (1성급)]
- 설명: 주위 100미터 이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아날로그 및 디지털 무선 주파수를 정밀 스캔하여 실시간으로 도청 및 자동 녹음합니다. 암호화된 군용 채널도 시스템 연산으로 실시간 해독합니다.
- 가격: 150 SP
[알림: 150 SP가 소모되었습니다. 인벤토리에 수신기가 지급됩니다.]
- 현재 보유 SP: 4,323.5 SP (정산 완료)
강진의 손에 작은 스마트폰 크기의 검은색 무선 수신기가 실체화되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주파수 다이얼을 미세하게 조절하자, 찌이익- 하는 노이즈 끝에 선명한 사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척후조의 대장이 북단의 본부와 무선 교신을 시도하는 기밀 대화였다.
……여기는 독수리 3호. 마포 제3물류창고 쉘터의 1차 방어선을 정밀 관측 중이다. 반복한다. 외곽 장벽은 예상보다 높고 견고하지만, 경계병들의 야간 감시 장비는 조잡한 구식인 것으로 보인다.
본부 수신 완료. 안쪽의 물자 보유 상태는 어떠한가? 탈취할 가치가 충분한가?
보고한 대로다. 낮에 그들이 대형 장갑 트럭에 신선한 생수 수천 병을 싣고 한강 선상 캠프와 대규모 교역을 하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 쉘터 내부에는 수만 명분 이상의 신선한 식량과 식수, 그리고 다량의 미사용 화기가 보관되어 있을 것이 확실하다. 본대에서 1개 소대급 병력만 추가 지원해주면, 야간에 장벽을 부수고 단숨에 점령해 전리품으로 삼을 수 있다.
알겠다. 1차 정찰을 종료하고 조용히 복귀하여 상세 지도를 제출하라. 오버.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먹잇감을 노리는 늑대들의 탐욕과 잔인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강진은 조용히 이어폰을 뺐다. 그의 입가에 차가운 살기가 어린 미소가 걸렸다. 놈들이 언급한 '본대'는 서울 북단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거대 무장 강도단, '철혈동맹'의 전위 세력이 분명했다. 놈들은 한강진의 쉘터가 풍요롭다는 소문을 듣고 침을 흘리며 정찰병을 보낸 것이었다.
"태훈 씨. 놈들이 저 정찰 지도를 가지고 무사히 본대로 복귀하게 두면 안 되겠지요?"
"생포할까요, 아니면 이 자리에서 묻어버릴까요?"
태훈의 눈에 서슬 퍼런 살기가 스쳤다. 강진은 소방도끼의 가동 밸브를 돌리며 나직하게 지시했다.
"지도자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신속하게 사살한다. 척후조 대장 놈 한 명만 살려서, 본대에 내 뜻을 전달할 피 묻은 전령으로 쓴다. 조용하게 포위망을 좁혀라."
"예! 전원, 소음기 장착하고 대형 벌려라!"
대아 캠프의 정예 대원들이 안개 속으로 소리 없이 녹아들었다. 강화된 나노 슈트와 쉴드 조끼, 그리고 방수 코팅 소총으로 무장한 대원들은 마치 안개 속을 유영하는 유령들 같았다. 강진은 직접 정찰조의 후방 퇴로를 차단하기 위해 장벽 아래로 신속히 내려갔다.
철벅-.
안개 속에서 아주 미세한 발소리가 났다. 수풀 속에 엎드려 있던 정찰조 대원 한 명이 본능적인 위기감을 느끼고 황급히 뒤를 돌아보려던 찰나였다.
콰아아앙-!
강진의 뇌전 소방도끼가 벼락같은 속도로 놈의 목덜미를 내리쳤다. 고압의 전류가 척추를 타고 전신으로 흐르며, 비명 지를 새도 없이 대원이 그대로 실신하여 쓰러졌다. 그 폭발적인 섬광을 시작 신호로, 안개 속 사방에서 억눌린 총성이 연달아 울렸다.
탕! 탕! 탕-!
소음기를 거친 소총음들이 안개 속에 먹먹하게 흩어졌다. 대아 전사들의 정밀 사격은 척후병들의 머리와 심장을 가차 없이 뚫어버렸다. 훈련받은 정찰병들이었지만, 마력 고글로 위치를 훤히 꿰뚫어 보고 다가온 원정대원들의 기습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불과 2분 만에 14명의 정찰조 대원들이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숨을 거두었다.
"으, 으아악! 이 괴물 같은 놈들!"
마지막 남은 정찰조 대장이 권총을 뽑아 들려 했으나, 태훈이 쏜 탄환이 그의 오른쪽 손목을 정확히 관통했다. 권총을 떨어뜨리며 바닥을 구르는 놈의 멱살을 강진이 거칠게 움켜잡아 시멘트 벽면에 메쳤다.
"커헉…… 너, 너희는 누구냐……!"
정찰 대장의 눈에 지독한 죽음의 공포가 서렸다. 강진은 붉은 안광이 도는 헬멧의 센서 창을 놈의 코앞까지 들이대며 얼음장처럼 속삭였다.
"나는 이 요새의 주인이자, 네놈들이 털어가려던 보급품의 주인이다."
강진은 놈의 품에서 조잡하게 그려진 대아 캠프 장벽 지도를 빼앗아 그 자리에서 갈가리 찢어버렸다.
"철혈동맹에 똑똑히 전해라. 물과 식량이 탐난다면 정당한 마정석 대가를 들고 와서 고개를 숙이고 거래를 제안해라. 만약 오늘처럼 쥐새끼 모양 우리 장벽을 넘보려 한다면, 다음에는 너희 철혈동맹의 본거지 전체를 번개로 태워 지도에서 지워버리겠다. 내 말이 농담 같나?"
"아, 알겠다! 전하겠다! 제발 살려만 다오!"
강진은 정찰 대장을 혐오스럽다는 듯 걷어차 바닥에 굴렸다.
"가라. 더 늦기 전에."
정찰 대장은 피가 흐르는 손목을 움켜쥐고 밤안개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대원들이 쓰러진 14명의 척후병들에게서 군용 소총과 유효 탄약, 그리고 놈들이 소지하던 마정석 조각들을 꼼꼼하게 회수해 강진에게 가져왔다.
[알림: 수거된 인간형 적대 세력 전리품을 감정 및 시스템에 헌납합니다.]
- 군용 돌격소총 14정 및 다량의 탄약 상자: 합산 가치 400 SP
- 척후병 소지 마정석 조각 50개: 합산 가치 150 SP
- 총 헌납 획득 가능 SP: 550 SP
"역시 인간들이 몬스터보다 더 좋은 수입원이군. 상인은 이래서 전쟁을 싫어할 수 없다니까."
강진은 차갑게 중얼거리며 헌납 버튼을 눌렀다. 빛의 무리와 함께 전리품들이 사라졌다.
[물품 헌납이 완료되었습니다. 총 550 SP가 성공적으로 적립되었습니다.]
- 현재 보유 SP: 4,873.5 SP (정산 완료)
보유 포인트가 마침내 4,800 SP를 돌파했다. 강진은 북쪽 마포대교 너머의 어둠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철혈동맹과의 피할 수 없는 대규모 전쟁이 조만간 시작될 터였다. 그들의 무력 공세를 완벽하게 압도하고 쉘터의 생존자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무기와 군용 의약품, 그리고 고화력 탄약 보급선의 확립이 시급했다.
"대장님, 이제 다음 단계는 무엇입니까?"
태훈이 다가와 물었다. 강진은 소방도끼의 피를 털어내며 지시했다.
"강 건너 대형 마트에 대규모 괴수 고치가 가득 차 있어, 그 누구도 진입하지 못한 극비 의약품 창고가 있다. 내일부터는 그 마트를 공략하여 시스템 상점의 '고급 보급 상점' 라이선스를 정식으로 해금한다. 철혈동맹 놈들이 본대를 이끌고 몰려오기 전에, 우리는 그들을 압살할 만큼 더 강해져야 하니까."
새로운 원정과 거대한 전쟁의 서막을 다짐하며, 강진의 두 눈이 밤안개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고 푸른 빛으로 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