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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34화

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34화: 독점 무역 체결과 북단의 그림자

삼십육빌딩의 깨진 거대한 유리창들을 통해 거칠게 불어오던 눅눅한 심해의 안개는 이제 완전히 걷혔다. 그 불길하던 자리에는 밤공기를 머금은 맑고 선선한 저녁 강바람이 채워졌고, 빌딩 내부에 감돌던 기괴한 비린내도 점차 사라져갔다.

대아 캠프 원정대가 엘리베이터 통로와 비상계단을 수색하며 마침내 1층 로비로 내려왔을 때, 검은 물이 완전히 빠져나가 젖은 콘크리트 바닥만이 남은 광활한 로비에서 구덕만 선장과 수십 명의 선상 캠프 주민들이 넋을 잃고 서 있었다. 그들은 마치 기적을 목격한 성도들처럼 경건한 자세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물이…… 그 시커먼 물이 전부 빠졌어. 빌딩을 가득 채우고 한강을 오염시키던 그 시퍼런 기운도 사라졌고……."

구덕만 선장은 바닥에 남은 물기를 손으로 직접 쓸어내리며 중얼거리다가, 계단에서 위풍당당하게 걸어 내려오는 강진을 발견하고는 거의 비명을 지르며 달려왔다. 그는 강진의 앞에 서자마자 허리를 깊숙이 굽히다 못해 바닥에 머리를 박을 기세로 경의를 표했다.

"한 대장님! 빌딩 꼭대기의 그 눈알 괴물 놈을…… 정말로 처치하신 겁니까? 이제 우리 어부들이 다시 이 안으로 들어와도 되는 겁니까?"

"예. 펜트하우스를 무단 점거하고 있던 심해의 감시자는 시스템의 심판을 받아 완전히 소멸했습니다. 이제 삼십육빌딩 상층부는 완전히 비어 있습니다. 며칠 동안은 하층 구역처럼 조용할 테니, 약속한 대로 자원 채굴 작업을 지금 즉시 시작하셔도 좋습니다."

강진의 덤덤하고 자신감 넘치는 대답에 구 선장뿐만 아니라 로비에 모여 있던 선상 캠프 생존자들 사이에서 우레와 같은 경탄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그들에게 한강의 거대한 절벽이자 죽음의 성역이었던 삼십육빌딩이, 대아 캠프의 단 한 번의 원정으로 완벽하게 무력화된 것이다. 그건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인류가 한강의 주권을 되찾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구 선장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채 격양된 목소리로 주민들에게 소리쳤다.

"모두들 들었지! 대장님이 우리의 앞길을 막고 목을 조르던 괴물 놈들을 전부 찢어발겨 주셨다! 이건 신이 주신 기회다! 당장 기계실과 상가 구역, 그리고 사무실로 흩어져서 마정석과 쓸 만한 구리선, 중대형 모터 장비들을 전부 뜯어 와라! 단 한 조각의 쇳덩이도 남기지 말고 대장님께 감사의 마음으로 바쳐야 한다! 움직여-!"

"오오오-!"

주민들이 일제히 연장을 들고 빌딩 내부 깊숙한 곳으로 흩어졌다. 그들의 움직임은 불과 몇 시간 전, 공포에 질려 강진의 눈치를 살피던 모습과는 180도 달랐다. 자신들을 지켜줄 절대적인 무력과 보급의 주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들에게 엄청난 삶의 활력과 투지를 불어넣은 것이었다.

몇 시간 뒤, 빌딩 앞 광장에는 선상 캠프 주민들이 필사적으로 뜯어낸 자원들이 작은 산을 이루며 쌓이기 시작했다. 강진은 노을빛을 받으며 쌓여가는 궤짝들에 한 손을 얹어 시스템 정밀 감정을 시작했다.

[알림: 수집된 한강 수역 자원 및 기계 부품을 정밀 감정합니다.]

"첫 외상 금액 상환으로는 아주 충분하군요. 깔끔한 거래입니다."

강진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원들을 푸른빛의 분자 단위로 분해하여 시스템 데이터 속으로 헌납했다. 거대한 고철 덩어리들이 빛의 무리가 되어 사라지는 광경을 보며 주민들은 다시 한번 신의 권능을 목격한 듯 무릎을 꿇었다.

[알림: 물품 헌납이 완료되었습니다. 총 1,200 SP가 성공적으로 적립되었습니다.]

보유 포인트가 마침내 4,000 SP에 육박했다. 대재앙 발발 이후 이 정도로 풍요롭고 압도적인 자금을 쥐어본 적이 없었다. 이제 웬만한 전쟁 물자는 눈도 깜짝 안 하고 소환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강진은 기세를 몰아 구 선장에게 가죽 계약서를 다시 내밀었다.

"구 선장님. 첫 번째 거래와 빚 상환은 제 기대 이상으로 아주 깔끔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서로를 더 깊이 믿어도 될 것 같군요. 정식으로 장기 독점 무역 협정을 제안합니다."

"아, 기꺼이 맺어야지요! 어떤 조항이든 대장님 말씀대로 따르겠습니다! 우리를 버리지만 말아주십시오!"

구 선장은 이제 계약서의 내용조차 보지 않고 지장을 찍을 기세였다. 강진은 신뢰를 위해 계약 조항을 공중에 홀로그램으로 크게 띄워 하나하나 설명했다.

[알림: 대아-선상 정식 독점 무역 협정 조항]

"동의하십니까? 이건 서로의 생존을 위한 가장 합리적인 질서입니다."

"독점이라 해도 우리에겐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물과 약을 매주 안정적으로 주신다는데 거절할 미친놈이 어디 있겠습니까! 기꺼이, 아니 영광스럽게 동의합니다!"

구 선장이 떨리는 손으로 계약서 문양에 손을 얹자, 붉은 계약 문양이 눈부시게 빛나며 갈라져 두 사람의 가슴속 깊은 곳으로 각인되듯 스며들었다.

[알림: 정식 무역 협정이 완벽하게 체결되었습니다!]
[업적 달성: '지역 독점 무역상'. 보상으로 500 SP가 즉시 지급됩니다.]

마침내 한강 이남 여의도를 향하는 안전한 보급로와, 강력한 원자재 수급처가 공식적으로 개척되었다. 대아 캠프는 이제 단순한 피난처인 쉘터를 넘어, 하나의 거대한 경제 공동체의 지배적인 맹주로 거듭나기 시작한 것이다.

원정대는 대원들의 뜨거운 환호와 승전고를 울리며 장갑 트럭을 타고 대아 캠프 본진으로 복귀했다. 캠프 내의 생존자들은 빌딩의 군주를 토벌하고 돌아온 원정대를 축제 분위기로 맞이했다. 강진은 고생한 대원들에게 특별 보급품인 고급 소고기 통조림과 따뜻한 즉석 수프를 무상으로 나누어 주며 승리의 기쁨을 함께했다.

그러나 평화의 달콤함은 그리 길지 않았다.

삐이이이-! 삐이익-!

강진의 방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던 그의 전술 무선기가 날카로운 경보음을 토해내며 울렸다. 무선기 너머로 캠프 북쪽 장벽의 초소를 지키던 보초 대원의 다급하고 겁에 질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강진은 즉시 상체를 일으켜 세우며 눈을 번뜩였다.

"몇 명입니까? 무장 수준과 복색은?"

강진의 눈매가 얼음장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 마포대교 북단 쪽에서 건너온 독자적인 무장 약탈 세력, 혹은 대아 캠프의 풍요로운 보급 물자 소문을 듣고 접근한 전문 첩자들일 확률이 높았다.

"절대 먼저 사격하지 말고 대기하십시오. 조용히 감시망만 유지하며 놈들의 이동 경로를 보고하세요. 내가 직접 가서 확인하겠습니다."

무선기를 끊은 강진은 벽에 걸려 있던 뇌전의 소방도끼를 낚아채듯 집어 들었다. 삼십육빌딩의 마물들을 치워버리기 무섭게, 이제는 마물보다 더 탐욕스럽고 잔인한 '인간 괴물'들이 대아 캠프의 보급력을 탐내며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었다. 새로운 전쟁의 불씨가 짙은 강바람을 타고 대아 자치구의 북쪽 경계선으로 조용히, 그리고 은밀하게 밀려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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