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30화: 지하 산란장 소탕과 펌프실의 금고
철벅, 서걱-!
대아 캠프 원정대는 수귀들이 도망치며 흘리고 간 검푸른 핏자국과 끈적한 점액질을 이정표 삼아 지하 1층 기계실 계단으로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계단 아래로 한 발자국씩 내디딜 때마다 공기는 더욱 무겁고 습해졌으며, 코를 찌르는 역한 생선 비린내와 무언가 썩어가는 악취가 진동했다. 손전등의 빛줄기가 안개 낀 지하의 어둠을 날카롭게 갈랐다.
강진은 이미 '심연의 수색자 전술 헬멧'의 마력 투시 기능을 활성화해둔 상태였다. 헬멧의 뷰파인더 너머로 지하 전체가 온통 기괴한 붉은색 마력 반응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 보였다. 벽면과 천장 곳곳에 거대한 기생충의 고치처럼 흉측하게 들러붙어 있는 유기물 덩어리들. 그것은 수천 마리의 잠재적 괴물들을 품고 있는 수귀들의 알이었다.
"세상에, 이게 대체 다 뭡니까…… 지옥의 내부입니까?"
태훈이 소총의 총구를 사방으로 겨눈 채 나직하게 신음했다. 손전등 불빛이 닿은 지하는 흡사 외계 생명체의 둥지 그 자체였다. 콘크리트 벽면은 끈적한 녹색 점액으로 뒤덮여 번들거렸고, 사람 머리보다 두 배는 큰 가죽 같은 질감의 알들이 쉴 새 없이 맥박 치듯 불길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수귀들의 거대한 산란장입니다. 불필요한 소리는 내지 마십시오. 아직 부화하지 않은 알들이라도 물리적인 자극을 받으면 마력을 방출해 주변의 성체들을 한꺼번에 불러 모을 수 있습니다."
강진이 나직하고 단호하게 경고했다. 대원들은 숨을 죽이고, 발밑에서 질척거리는 진흙과 점액이 섞인 바닥을 조심스럽게 밟으며 전진했다.
얼마쯤 안쪽으로 들어갔을까, 보일러실 입구 근처에서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거대한 고치들이 무더기로 발견되었다. 투시 시야를 통해 고치 내부를 살피던 강진의 눈매가 순식간에 좁아졌다.
"대장님, 저 안에…… 저거 사람 아닙니까!"
한 대원이 비명 섞인 소리로 급하게 속삭였다.
과연 고치들의 얇은 반투명 막 너머로 인간의 비참한 윤곽이 드러나 있었다. 강진은 지체하지 않고 도끼를 크게 휘둘러 가장 가까운 고치 하나를 찢어발겼다.
쫘아악-!
끈적한 녹색 액체와 함께 안에 갇혀 있던 사내가 바닥으로 쏟아졌다. 사내는 온몸이 마비 독소에 중독된 듯 허옇게 질려 바르르 떨고 있었지만, 다행히 맥박은 아직 희미하게 살아 있었다. 강진이 그의 뺨을 세게 때리며 정신을 일깨웠다.
"정신 차리십시오! 들립니까? 구덕만 선장의 선상 캠프 소속입니까?"
사내는 초점 없는 눈으로 강진을 올려다보며, 입가에 거품을 문 채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살려…… 제발 살려주십시오. 괴물들이…… 우리를 낚아채 여기에 가두고…… 갓 부화한 알의 먹이로……."
"살고 싶으면 입 닥치고 누워 계십시오. 이제 안전합니다."
강진은 시스템 보급 상점을 즉시 열어 해독 물약 세 병을 신속하게 구매했다.
[보급품 구매 완료: 하급 해독 포션 (1성급) - 3병 세트]
- 소모 SP: 90 SP (병당 30 SP)
- 현재 보유 SP: 1,643.5 SP
강진은 쓰러진 사내와 옆에 있던 다른 고치에서 구출한 생존자들에게 해독제를 들이밀었다. 에메랄드빛 약물이 목구멍을 넘어가자마자, 그들의 안색에 돌던 푸르스름한 독기가 씻은 듯이 사라지며 거친 호흡이 진정되었다.
"태훈 씨, 부상자 셋을 원정대 후방으로 빼서 절대 보호하십시오. 그리고 나머지 대원들은 내 뒤로 5미터 이상 물러납니다. 지금부터 청소를 시작하겠습니다."
"예? 대장님, 혼자서 저 수많은 알들을 어쩌시려고요?"
태훈이 의아해하며 물었으나, 강진은 대답 대신 뇌전의 소방도끼를 꽉 쥐고 지하 기계실 중앙의 거대한 냉각수 펌프 배관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배관 주변에는 수백 개의 수귀 알들이 밀집해 있었고, 그 사이로 알을 지키던 수귀 십여 마리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강진을 포위하고 낮은 으르렁거림을 내뱉었다.
"저것들을 하나하나 총으로 쏘아 죽이기엔 탄약도, 시간도 아깝습니다. 그리고 이런 더러운 둥지는 통째로 도려내는 것이 장사꾼의 정답이지요."
강진이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도끼의 가동 스위치를 한계치까지 올렸다.
부우우웅-! 우웅-!
도끼의 마력 모터가 비명을 지르며 회전했고, 뇌전의 마정석에서 뻗어 나온 시퍼런 번개 줄기들이 도끼날 전체를 집어삼킬 듯 팽창했다. 강진은 그대로 발밑에 거대한 웅덩이로 변해버린 지하 바닥을 향해 도끼를 사정없이 내리찍었다.
콰아아아앙-! 콰르릉-!
낙뢰가 좁은 실내에 떨어진 듯한 거대한 굉음과 함께, 지하 로비 전체가 눈이 멀 듯한 청백색 광망으로 가득 찼다. 바닥에 고여 있던 흙탕물은 마력 전류를 전달하는 완벽한 도체(導體)가 되었다. 고압의 푸른 전류가 그물망처럼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사방의 콘크리트 벽면과 천장, 그리고 수백 개의 수귀 알들을 순식간에 강타했다.
파지지지직! 콰자작!
"키에에에엑-!"
"크륵! 끄으으……."
전류를 직격으로 맞은 수귀들이 뼈가 보일 정도로 번뜩이며 그 자리에서 타들어 갔고, 사방의 알들은 내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고온의 점액을 뿜으며 연쇄적으로 터져나갔다. 지독한 유기체 탄내가 지하실 전체를 메웠다. 단 한 격에 수백 개의 알과 수귀 수비대가 먼지처럼 증발해 버린 것이다.
[알림: 수귀(2성급) 14마리를 완벽히 처치했습니다. 280 SP를 획득합니다.]
[업적 달성: '수귀 산란장 파괴자'. 보상으로 300 SP를 획득합니다.]
- 현재 보유 SP: 2,223.5 SP
포션 구매 비용을 제하고도 단숨에 2,200 SP를 돌파하는 막대한 수익이 들어왔다.
강진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도끼날을 가볍게 털어내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기계실 가장 안쪽, 침수된 배수 펌프실 구역의 잠긴 문을 발로 차 부수자, 낡은 캐비닛들 사이에 굳건히 서 있는 거대한 구식 철제 금고 하나가 먼지 속에서 눈에 들어왔다.
"이게 뭐지? 상업 은행의 유산인가?"
과거 삼십육빌딩 관리본부나 내부 은행 지점에서 사용하던 비상용 내화 금고인 듯했다. 강진은 가죽 장갑을 낀 손을 금고 표면에 얹었다. 차가운 금속의 질감이 느껴졌다.
[시스템 감정 실행.]
- 대상: 특수 합금 방화 금고 (1성급 자원 객체)
- 내용물 분석: 다량의 가치 자원 및 전자기기 감지됨.
- 해체 소모 SP: 50 SP
"해체 승인."
스으으으…….
50 SP가 차감되는 것과 동시에 단단한 금고 문짝이 푸른색 분자 단위로 분해되며 허공으로 사라졌다. 문이 열린 금고 내부에는 진흙이나 오염 물질이 전혀 묻지 않은 깨끗한 특수 상자들이 정렬되어 들어 있었다.
강진은 상자들을 하나씩 열어젖혔다. 첫 번째 상자에는 번쩍이는 마정석 원석들이 가득했고, 두 번째 상자에는 대재앙 이전의 묵직한 금괴들과 고정밀 통신 칩셋 등 귀한 전자기기 부품들이 가득했다.
[알림: 금고 내부의 자원을 감정 및 시스템에 헌납합니다.]
- 고순도 마정석 원석 10개: 개당 50 SP (총 500 SP)
- 순금 주괴 5개: 개당 100 SP (총 500 SP)
- 정밀 통신 부품 및 회로 기판 묶음: 총 300 SP
- 총 헌납 획득 가능 SP: 1,300 SP
"이거야말로 진짜 대박이로군."
강진은 주저 없이 헌납 버튼을 눌렀다. 눈부신 빛무리와 함께 상자들이 사라졌고, 그의 시야 한구석에 표시된 보유 포인트 수치가 수직으로 상승했다.
[물품 헌납이 완료되었습니다. 총 1,300 SP가 성공적으로 적립되었습니다.]
- 현재 보유 SP: 3,473.5 SP (누적 정산 완료)
3,400 SP 돌파. 이 정도 재화라면 보급 상점의 2성급 고급 개인 무기는 물론, 소대 단위의 방어막 아티팩트도 무리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자본력이었다.
"대장님, 구조한 생존자들의 해독 상태가 안정되었습니다. 이제 위로 올라갈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태훈이 다가와 경례하며 보고했다. 강진은 금고의 잔해를 뒤로한 채 차가운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지하 둥지 소탕은 이것으로 완벽합니다. 이제 3층을 거쳐 삼십육빌딩 상층부—적들의 심장부로 진입합니다. 우리 한강의 보급로를 위협하는 모든 싹을 뿌리째 뽑아버리죠."
지하의 어둠을 피와 전기로 완전히 걷어낸 대아 캠프 원정대는, 이제 거대한 빌딩의 하늘을 향해 총구를 다잡으며 거침없는 진격을 시작했다. 2막의 클라이맥스가 다가오고 있었다.